미니스커트, 시스루 드레스, 목과 어깨가 드러난 슬립 드레스.... 영하 10도를 밑도는 ‘북극 한파’ 속에서도 여성 연예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봄’이었다. 지난 2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서울가요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여성 연예인들의 옷차림 얘기다.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강추위에 걸맞은 옷차림이 아니라 ‘눈요기’를 위한 옷차림” “이건 여성 아이돌 학대다”라는 탄식이 나온 이유다.
남성들은 어땠을까?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남성 연예인 모두 긴팔 상·하의에 외투를 걸쳤다. 영하의 추위를 막기엔 부족할지 모르나, 적어도 ‘노출 의상’을 입은 남성 연예인은 없었다.
언론은 여성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의상’을 눈요깃거리로 만들었다. 이날 매체 대부분이 여성 연예인들이 어떤 노출 의상을 입었는지, 얼마나 몸매가 좋은지, 영하의 추위에도 몸매를 드러낸 여성들의 모습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를 설명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일부 기사 제목만 모아 보면 이렇다. “‘한파 속 각선미 노출’ 헉”(뉴스인사이드), “한파에도 이길 수 없는 각선미”(뉴스팩트), “강추위 속 아찔 각선미 과시 ‘물오른 미모까지!’”(머니투데이방송), “한파도 이겨낸 초미니”(스포츠투데이), “추위도 물리친 여신들의 패션”(일간스포츠), “한파에 시원하게 뚫린 뒤태”(티브이데일리), “한파 무시하는 과감한 시스루”(한국경제), “추위가 뭐예요? ‘파격 란제리 의상’”(한국스포츠경제), “한파 잊은 미니스커트 패션(SBS 스포츠)” 등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이날 시상식을 내내 지켜봤다는 직장인 김희원(33) 씨는 “야외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촬영하고 인터뷰하는 여성 연예인들에게 왜 외투조차 입히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날씨에 노출 의상을 고집하는 게 그들의 건강과 컨디션에도 좋을 리 없다. 여성의 몸을 감상하기 위한 몸, 품평할 상품으로 여기는 여성혐오가 그만큼 만연하다는 증거 아니겠냐”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