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송은이의 성공, 주류를 흔들까?
‘기획자’ 송은이의 성공, 주류를 흔들까?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1.24 13:54
  • 수정 2018-01-26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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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서 시작 콘텐츠랩 설립

재능으로 예능계 새 판 벌였지만

주류 미디어는 여전히 남성 중심

고민 없는 ‘송은이 찬양’은

오히려 ‘독’ 될 수도

 

개그우먼 송은이 ⓒ뉴시스·여성신문
개그우먼 송은이 ⓒ뉴시스·여성신문

대중은 물론 방송계가 ‘기획자’ 송은이에게 열광하고 있다. 팟캐스트를 통해 개그우먼 김숙을 재조명시키더니 개그맨 김생민을 데뷔 20년 만에 스타덤으로 끌어 올렸다. 최근엔 여성 코미디언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설 자리 없던 여성 예능인들을 ‘띄우는’ 송은이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송은이의 성공’이 여성 예능인의 개인적 노력만을 강조하는 문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남성들 판’인 방송계 구조와 성차별적인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다.

“언니, 나 방송에서 자꾸 잘려.” 절친한 동생이자 후배 개그우먼 김숙의 말에 송은이는 ‘우리끼리 해보자’며 새 장을 마련했다. 2015년 팟캐스트 ‘비밀보장’이 시작이었다. 청취자의 비밀을 보장하며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콘셉트와 송은이·김숙의 ‘찰떡같은’ 호흡은 대중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팟캐스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인기가 높아지자 송은이는 같은 해 콘텐츠랩 ‘비보’를 설립해 대표로 나섰다. 이어 ‘비보티비’를 개국하고 웹예능 ‘쇼핑왕 누이’를 선보였다. ‘비밀보장’에서 진행한 김생민의 경제 자문 상담이 호응을 얻자 ‘김생민의 영수증’ 단독 팟캐스트를 기획했다. 입소문을 탄 ‘영수증’은 급기야 지상파에서 러브콜을 받고 방송 편성을 받아 현재 KBS2에서 방영중이다.

최근에는 비보티비의 웹예능 ‘판벌려(판을 벌이는 여자들-이번 판은 춤판)’를 론칭했다. 일본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토미오카 고교 댄스팀 TDC에 반한 김신영이 ‘그들의 춤을 똑같이 재현해보자’ 제안했고, 송은이가 판을 키웠다. 여성 코미디언 3명을 더 모아 프로젝트 그룹 ‘셀럽파이브’(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를 결성해 지난 17일 음악방송에서 데뷔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셀럽파이브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관심의 대상이 됐고, 이들의 무대영상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147만 뷰를 달성했다. 지난 3년간 쉼 없이 달려온 송은이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중이다.

송은이의 활로 개척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고 벤치마킹하기보다는 남성중심적인 주류 미디어 문화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남성 중심적인 방송계의 구조적 문제와 ‘알탕연대’로 똘똘 뭉친 남성 방송인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 예능인들의 고충은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성공을 신화로 미화해 칭송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송은이가 팟캐스트를 시작하고, 엑셀을 배우고, 영상 편집을 공부하고, 콘텐츠 제작사를 차리게 된 배경을 생각해야 한다. ‘예능계 1인자’인 유재석과 동기로 방송 생활을 시작해 전도유망한 코미디언으로 평가받던 그가 25년이 지난 지금, 왜 새로운 길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송은이 전성시대’라곤 하지만 여성 예능인은 여전히 주류 미디어에서 소외된 상태다. 몇몇 주목받는 희극인을 제외하곤 예능에서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16년부터 싹을 트는 듯했던 ‘여성 예능’의 흐름도 지난해로 끊긴 분위기다.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은 현재 MBC every1에서 방영 중인 ‘비디오스타’가 전부다.

한 누리꾼은 ‘송은이의 성공 이후 재능 있는 여성 예능인들의 방송 진출이 더 수월해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주류를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신영에게 ‘힘들면 1인 미디어를 해보라’고 권하는 김숙을 보고 ‘여성 예능인들의 현실이 바닥까지 추락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은이의 성공 이후 여성 희극인들도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게 맞는 것일 텐데, 지금 본인들 포함 방송계 반응을 보면 오히려 섭외가 줄어 먹고 살기 힘든 여성 예능인들에게 ‘넌 왜 1인 미디어 안 해?’라고 꾸짖을 권리까지 생길 것 같다. 송은이의 성공이 애매하게 주류를 흔든다면 (…) 여성 예능인들은 능력 불문하고 무조건 1인 미디어 같은 걸로 자급자족해야 되는 게 주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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