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바르셀로나에는 있고 우리에겐 없는 것
[세상읽기] 바르셀로나에는 있고 우리에겐 없는 것
  • 장병인 하우스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1.23 16:36
  • 수정 2018-01-24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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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천지개벽’하는 동안

100년 전 가우디의 가로등이

불 밝히는 바르셀로나

부동산의 가치로 전락한

도시의 가치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맞는 것은 외교부에서 보내 온 시위에 참가하거나 집회 장소에 가지 말라는 문자다. 집집마다 내건 카탈루냐 깃발을 보면서 문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심인 카탈루냐광장에서는 정작 사람들보다 비둘기들만 우글우글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외교부의 문자는 조류독감을 주의하라는 의미였을까.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건축으로 유명하지만 그 토대를 마련한 사람은 일데폰스 세르다라는 도시설계가였다. 150년 전에 설계한 도시계획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도화지 위에 그려놓은 설계도대로 반듯하게 정돈된 구조 그대로였다. 인도가 차도보다 넓은 도시의 도로, 카드 한 장이면 빌릴 수 있는 공유자전거 거치대와 자전거 주차장. 하지만 도로 폭이 일정하다보니 병목현상이 없고 신호도 막힘이 없어 도시 전체의 흐름이 원활했다. 좁은 차도를 보니 도로의 폭은 차량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는 아닌 듯하다. 마치 수중보처럼 물을 가둬 썩게 만드는 이치와 비슷하다. 멀쩡하게 있던 건물을 허물고 도로를 넓히며 차량이 주인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현실로선 상상하기 힘든 구조였다.

‘바르셀로나의 50%는 가우디’라는 말처럼 바르셀로나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초기 작품 카사 비센스에서 유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까지 전 생애 건축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무려 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인 조형성 때문에 비록 생전에는 흉물스런 건축물들이란 비난도 받기도 했지만 가우디 사망 100년이 다가오는 현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아이콘이 됐다. 비록 크레인이 돌아가는 공사 현장이기도 하지만 100년 사이 어디쯤 공존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수용 인원 10만명에 육박하는 축구의 성지 ‘캄프 누’에선 마치 할렐루야를 외치듯 ‘메시’란 선수를 경배하며 맞이한다. 카탈루냐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관람을 하고 있는 풍경은 축구는 한 번의 축구 경기가 아니라 도시를 유지하는 거대한 산업이다. 도시 곳곳은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각 구단들의 유니폼과 타월이 흔했고 판매를 위해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들로 출시되고 있다. 각 구단들이 경기장에서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은 지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의 하나다. 구단 역사나 트로피, 유니폼 진열은 기본이고 첨단 기술들이 들어간 홀로그램이나 투명 디스플레이, 대형 터치스크린, 첨단 사운드들로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을 보여준다. 유럽의 구단들은 작은 소도시를 연고로 하는 곳이 많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산업으로 100년 넘게 유지 발전하고 있다.

도시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그 개연성 안에서 문화가 성숙되어 진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바르셀로나와 서울이 다른 점은 과거, 현재, 미래를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 가이다. 서울은 근사한 스토리를 갖고 시작된 도시다. 하지만 서울이란 도시는 개연성이 희석됐다. 서울의 중심을 흐르고 있는 한강은 공공의 공간이지만 한강을 따라 병풍같이 둘러진 아파트에 의해 개인의 조망권으로 점유됐다. 돈암동 산자락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북한산 전경을 시민들에게서 빼앗아 갔다. 도시의 가치가 부동산의 가치로 전락하니 도시에게 필요한 공공의 룰 따위는 존재하지 못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 따라 서울은 그동안 천지개벽이 됐는데 바르셀로나에선 150년 동안 강산은커녕 100년 전 가우디의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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