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부산까지

기초의원 4인 좌담회

목소영 서울 성북구

문영미 부산 부산진구

송현주 경기 안양시

육미선 충북 청주시

 

여성 기초지방의원 4명이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육미선 충북 청주시 의원(더불어민주당), 문영미 부산 진구 의원(자유한국당), 송현주 경기 안양시 의원(더불어민주당), 목소영 서울 성북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기초지방의원 4명이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육미선 충북 청주시 의원(더불어민주당), 문영미 부산 진구 의원(자유한국당), 송현주 경기 안양시 의원(더불어민주당), 목소영 서울 성북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공무원 감시할 지방의원,

쫒아가기도 버거워

성인지예산 알려고도 안해

여성 비례대표 받고도

책무에 대해선 몰라

정당이 성인지 의식 검증하고

교육 통해 훈련시켜야

 

성평등 확산을 위해 지방자치는 중요한 열쇠다. 주민의 생활에 접근해 문제를 찾아내 개선하고 정책을 만들어 일상의 체감효과가 큰 편이기 때문이다. 또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은 그 자체로 여성 대표성 확대인 동시에,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국회의원이 정부를 감시하듯 지방의원은 주민을 대표해 집행부(시·군·구청)의 행정과 예산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의회 부활 28년째인 지금, ‘소수자’인 여성 지방의원들이 평가한 의회 내부는 어떨까. 기초의원인 목소영 서울 성북구 의원(더불어민주당), 문영미 부산 부산진구 의원(자유한국당), 송현주 경기 안양시 의원(더불어민주당), 육미선 충북 청주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모두 재선으로 지역구 출신이다. 또 여성 지방의원들 가운데 우수의정활동 수상자들이기도 하다. 여성 기초의원은 제6회 지방선거 당선자 2898명 중 732명(25.3%)를 차지한다. 당시 선거에서 주요 정당이 비례대표를 여성들로 채우는 파격 공천을 하면서 비례대표 중 여성이 95.8%에 이르면서 전체 평균이 그나마 올라간 것이다. 반면 지역구 기초의원 중에는 14.6%만 여성이다.

지역 살림을 감시하는 이들은 ‘성인지예산’을 공통의 관심사로 말문을 열었다. 여성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체감 효과가 큰 제도라는 것이다. 지자체는 2010년부터 지자체의 성인지예산서 작성이 의무화됐고 이를 위해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모두 기초의회의 재선 의원인 이들은 성인지예산을 의회에 알리고 정착시키기 위해 혼자 외롭게 싸운 전사들이기도 하다. 또 성평등한 지방의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성인지예산에 대한 지방의회의 인식은 어떤가

송현주 “지방의회에 성인지예산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안양시의회(기초)만이 아니라 경기도의회(광역)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이 만든 예산안을 심의해야 할 의회가 오히려 따라가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한마디로 자기 역할 못하는 거다. 일반예산도 보기 힘든데 성인지예산은 배우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육미선 “초선으로 당선된 후 2012년 성인지 예산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는데 지역 언론은 물론, 의원들이 낯설어하고 관심도 받지 못했다. 이후 강사를 섭외해서 전체 의원의 교육 기회를 마련했는데도 마찬가지다. 성평등 기본조례를 개정하려다 심한 반발로 재상정이 안 되는 아픔도 있었다. 의정활동 7년간 매해 예산안이 나오면 분석하고 집행과정 검증하고 결산서 나오면 들여다본다. 동료들이 성인지 하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지만 저 혼자 목소리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역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해서 문제점과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더니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문영미 “성인지 관점은 복지사회로 가는 디딤돌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복지와 결합해서 여성 일자리 등을 예로 들며 성별분리통계를 정확히 하라고 말한다. 산업화-정보화 사회를 거쳐, 4차 산업혁명 사회로 바뀌면서 여성 고용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는데 성인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도, 의회도, 공무원들도 부족하다. 그럴수록 의회가 바뀌어야 한다. 성인지 예산도 중요하지만 결산도 중요하다. 이미 쓴 돈이니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걸 누군가 살펴보고 문제를 짚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씩 바뀐다. 저 혼자 의회에서 강하게 질의하면서 안고 가고 있는데 제가 의회에 없으면 누가 할까 걱정된다.”

송현주 “성인지예산이 정착하려면 분석 작업 교육으로 시작할 게 아니라 작은 경험을 해보는 것부터 필요하다. 처음 의회에 들어왔을 때 의회 배지가 나사로 돼있더라. 나름대로 좋은 옷을 입고 출근했는데 구멍을 뚫으니 옷이 망가지는데 참고 있었다. 그러다 남자 양복에는 구멍이 있어서 나사가 적합한 방식이란 걸 알게 됐다. 성평등정책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몰랐다. 그래서 바꾸게 했다. 그러면서 여성 의원들이 성인지 관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라.”

목소영 “의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통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북구에 인권영향평가, 아동영향평가조례가 있다. 이런 평가제도를 통해 사전에 걸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사업 예산에서 영향평가하게 돼있어서 제도적으로 의미가 있다. 성북구에 인권조례가 있다보니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관점도 바뀌고 있다. 전엔 집결지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를 얘기했다면, 이제는 피해 여성들에게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로 발전했다.”

 

 

여성 기초지방의원 좌담회에 참가한 목소영 서울 성북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현주 경기 안양시 의원(더불어민주당), 육미선 충북 청주시 의원(더불어민주당), 문영미 부산 진구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여성지방의원 우수의정대상을 수상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기초지방의원 좌담회에 참가한 목소영 서울 성북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현주 경기 안양시 의원(더불어민주당), 육미선 충북 청주시 의원(더불어민주당), 문영미 부산 진구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여성지방의원 우수의정대상을 수상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방의회 성평등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목소영 “남성의원들이 성평등 조례를 만든 것이 없지 않나. 여성이 많이 입성하면서 생활의제, 조례도 많이 적극적으로 제정하고 행정사무감사도 더 꼼꼼히 했다. 여성들의 진입을 더 열어줘야 한다. 성평등한 의정활동을 할수록 주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국가 차원에도 도움된다.”

송현주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의회직을 맡기 위해서는 다선의 경력이 필요하다. 여성의원 다수가 비례에서 시작하는데 지역구 출마로 이어지지 못해 안타깝다.”

육미선 “전반기 복지교육위원장을 하면서 느낀 것이, 초선 의원들이 너무 열심히 활동해왔지만 성과에 한계가 있다. 반면 의회직을 맡으면서 발언이나 제안이 힘을 얻는 결과가 있더라. 목소리 낼 수 있는 위치에서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다선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특히 성인지 예산, 성평등, 여성 대표성 얘기할 때 정책결정하는 직에 여성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의원들은 개별 활동만이 아니라 연대할 필요성도 있다. ”

목소영 “의장이 바뀌면 의회가 바뀐다. 6대 때만 해도 여성이 거의 없었다. 7대 들어와서 여성 의장, 상임위원장이 많아졌다. 의회에서 성별로 뭉친다 해도 정당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여성도 3선, 4선씩 선수가 늘어나니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더라. 이를 통해서 주도권을 잡고 의회를 변화시켜 나가더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공천 확대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송현주 “여성이 최소 30% 확보되고 절반이 될 때까지 무조건 들어가 양적 확대해야 한다. 자질은 성별에 관계없이 중요한 것이고 자정능력을 통해서 나아진다. 또 남성의원 중에 수준 낮은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문영미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려면 지역구도 중요하지만 비례대표의 성인지 의식이 중요하다. 당의 공헌도만 중요하게 볼 게 아니다.”

육미선 “맞다. 성인지예산과 관련해 의회에서 저 혼자 유일하게 말했을 뿐 여성이든 남성이든 관심이 없다. 의회 자체에서 교육은 한계가 있다. 정당이 후보자 공천할 때 특히 여성 비례대표 후보 공천할 때 성인지 의식이 있는 사람인지 검증해야 한다. 여성 비례대표가 여성이 처한 현실에 이해가 있어야 하고 여성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송현주 “중요한 것은 훈련이 돼야 한다는 거다. 여성의원들보면서 안타까운 건 여성을 대변하라고 의회에 보낸 비례대표들이 왜 1번이 됐는지, 왜 가번을 주는지 이해가 없더라. 생활정치도 해야 하지만 한 축으로는 성평등운동을 해야 한다. 생활정치는 안가르쳐줘도 다 하지만 성평등은 저절로 안 된다. 당 차원에서 훈련을 시켜야 한다. 1번 받고 가번 받은 게 여성운동의 결과이고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남성의원들이 여성의 몫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여성의원을 평가하는 기준에 성평등 항목이 있어야 한다.”

목소영 “30%, 50%까지 가야 하고, 아직 한참 못 미치는데도 우리의 여성할당제 주장을 식상해 하고 있다. 30%를 위해 지역구 할당,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방법 등 계속 외쳐야 한다. 지난 2014년 선거 때 6대를 멋있게 의정활동한 여성들이 7대로 올라오지 못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 아팠다. 8대 선거를 준비하면서 여성들이 공천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이제는 지방의원, 기초의원들이 동네 심부름꾼, 머슴을 넘어섰다. 민원 해결도 여성의원들이 더 잘하지 않나. 생활정치는 물론 정책 흐름을 끌어가는 양쪽을 겸비한 역량있는 의원들이 많다.”

육미선 “성인지 관점의 공천 심사를 위해 기본적으로 공천심사위원회에 여성 비율을 30% 이상 높여야 한다. 성인지 관점이 있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굳이 여성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은 물론 여성후보도 걸러질 것이다. 또 당선 가능성 있는 지역에 여성 전략공천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 후보자 개개인의 준비과정을 소화할 수 없다. 또 당에 당부하고 싶은 게 여성의무추천이나 할당을 시혜적 차원으로 볼게 아니라 당헌·당규의 당연한 의무라는 것을 지역에 확실히 알려달라. 가산점은 별 영향력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평등위원회를 설립했고, 지방분권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당이 절박하게 인식하고 이번만큼 제대로 여성을 공천해서 지방의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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