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 간 협업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혼선 불 보듯

컨트롤타워 마련해야

 

 

 

개헌,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 가상화폐 논란 등의 대형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합의를 기다리는 시한을 2월 말로 제시했고, “만약 국회가 의지를 갖고 정부와 협의가 된다면 최대한 넓은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함께 합의가 되지 않고 만약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게 된다면 국회의 의견도 받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단계적 개헌론에 대한 구상을 밝힌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1월안에 여당 개헌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관제개헌 저지와 국민개헌’을 선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의 방향으로 기본권 확대와 지방 분권 강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중요한 성평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성평등=동성애’를 주장하는 세력의 조직적 저항에 의해 성평등 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성평등에 대한 개헌 방향을 밝혔다면 혼란이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정부의 오락가락한 가상화폐 정책 발표로 큰 혼란이 발생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뒤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젊은 층이 크게 반발했다. 순식간에 6만명 이상이 청와대에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을 올렸다. 급기야 청와대는 박 장관 발표 7시간 만에 “법무부 발표는 확정된 게 아니고, 각 부처 조율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갈팡질팡해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가상화폐 논란에 대해 “여러 부처가 관련된 정책일 경우 각 부처 입장이 다른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처 간 다른 입장들이 부처 협의 과정을 통해 조율돼 정부 입장으로 정리되는 것”이라며 “협의 과정에서 각 부처 입장이 드러나는 것은 좋은 일이고 협의 과정을 통해 입장 차이를 좁히고 결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정책 혼선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규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 정책이 일관성 없이 혼선을 거듭하는 것은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정책은 특성상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관련돼 있다. 가상화폐는 4차 산업 혁명 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과기정통부는 최근 가상화폐 논란에서 빠져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 기술사업화만 챙기고, 가상화폐는 통화를 담당하는 기재부와 금융위 소관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문제는 부처 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혼선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럴 경우,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아무리 높아도 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여성 고위 공무원단은 (기존) 6.1%에서 10%,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10.5%에서 20%까지 높이는 여성 관리자 임용 목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가상화폐 혼선은 성인지 예산,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등 성평등 정책에도 큰 교훈을 준다. 각 정부 부처로 흩어져 있는 성평등 정책에 대해 여가부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가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여성가족부의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강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성평등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이 담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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