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천 요구’ 어떻게?

정당 여성위원장에게 물었다 

인재 발굴·성비 균형 등

내세웠으나 ‘말로만’

당지도부 움직이기 역부족

정의당 여성 후보 모시기

지원금 확정 등 구체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정의당의 여성위원장의 6·13지방선거 목표와 실행방안 ⓒ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정의당의 여성위원장의 6·13지방선거 목표와 실행방안 ⓒ여성신문

6·13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성 후보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1987년 제9차 개헌에 따라 1991년 지방선거가 시작돼 28년째에 접어든 올해, 첫 여성 광역자치단체장 배출은 민주주의를 향한 이정표라 할 만큼 숙원과제가 돼버렸다. 그러나 현재 복잡한 정치권의 상황은 여성에게 공천의 벽이 더욱 높아졌다는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각 정당의 여성위원장이 존재감이 드러내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각 정당 여성위원장들이 취임 당시 밝혔던 각종 공약과 다짐들도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관련이 있다. ‘여성 정치네트워크 확장, 당내 민주주의, 성평등 정치 구현’(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인재 발굴 및 영입, 여성 당원 목소리를 모아 정당 혁신, 당원과 지도부와의 소통창구’(자유한국당 김순례), ‘당내 각종 위원회의 성비 균형, 여성정치발전센터 설립, 여성위원회 산하 지방선거준비기획단 구성’(국민의당 박주현), ‘청년과 여성에 대한 당의 관심과 지원 실행 촉구’(바른정당 이에리사) 등이다.

선거가 5개월이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는 여성위원장들이 정당 내에서 여성 공천을 늘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천이란 정당이 각종 공직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예비후보자들이 공천 기준을 통해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발돼야 하는데 남성 중심의 정당이 만든 공천기준 역시 결과를 놓고 볼 때 남성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진다. 지금 시점에서 여성 공천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광역자치단체장 17석이 이번에도 남성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 시·군·구청장, 지방의회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정의당의 여성위원장과 여성위원회로부터 지방선거 여성 참여 확대에 관한 계획을 취합한 결과 정책과 공약 개발, 후보자 교육 등 추진 등을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경선 통과보다 본선 경쟁 과정에 필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공천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특히 여성할당제 등 공직선거법 준수를 촉구하는 목소리나 선거의 룰을 바꿀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은 미약한 상황이다. 이 중에서 정의당이 일찌감치 여성 후보자 발굴 및 지원 실행방안을 확정지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박인숙 정의당 여성위원장에 따르면 공천을 통과한 모든 기초의원 후보에게 1000만원을 공통적으로 지원하고, 여성·청년·장애인 기초의원 후보의 경우 5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또 광역단위별 여성할당 30%를 실현한 광역단위 지역위원회에는 후보 1인당 500만원의 ‘여성할당 실현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작은 정당으로 경쟁력있는 여성 출마자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를 발굴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여성최고위원)은 “최소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10%, 기초지방자치단체장 10% 이상 여성 공천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014년 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한 기초단체장 후보자 수 168명 중에서 여성은 8명으로 4.8%에 머물렀던 만큼 현실적인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여성 공천 10% 시 26명으로 3배 가량 늘어난다.

민주당 여성위원회는 2014년도에 만든 특례조항이 소수자·약자에 관한 기초단체장 30%, 광역의원 지역구 15%였던 만큼 여기에서 여성 몫을 강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당대표 몫인 광역단체장 20%(3석) 전략공천 중 여성 몫으로 최소 1석 이상 공천 요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설치도 촉구하기로 했다. 양 위원장은 “당이 대선에서 이겼다고 해서 안주해선 안 된다. 당지지율 높을 때 과감하게 혁신하고 여성을 공천해 당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는 “홍준표 당대표의 ‘여성·청년 50%공천’을 위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오는 2월 6일 열릴 ‘제1차 전국여성대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김순례 위원장의 경우 지난해 8월 임명돼 활동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또 사무처의 여성국을 복원시키고 전국의 여성위원회 조직을 정비하는데 에너지를 쏟았다는 입장이다. 김순례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처럼 여성위원장이 여성최고위원을 겸직하는 것도 아니어서 일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박주현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장(여성최고위원)은 “여성 지방의원 공천 과반 달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 방법으로 공천심사위원회 등 각종 당내 기구를 설치할 때 위원장에 여성공동위원장을 세우고 위원 중 절반을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안철수 당대표가 이에 대해 적극 공감했다고 전해진다.

바른정당의 경우 창당 1년여 만인 지난 10일 중앙여성위원회를 발족했다. 유승민 대표는 발대식에서 여성 공천 확대를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지역구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 중 어느 한곳에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해야 하는데, 개정을 통해 2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 등 정당의 앞날이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여성 정책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 여성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명 한국여성의정 사무총장(17대 의원)은 “올해 선거가 2014년도보다 더 위기 수 있다. 당의 상황도 그렇고 헌법 개정 등 현안으로 당의 관심사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상황을 진단하고 “이같은 상황에서 여성위원장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일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싸워야 한다. 여성계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여성위원장들이 당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촉구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여성들이 당내 경선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상황에서 정당 민주화와 주민 참여 욕구에 따라 앞으로 경선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여성들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방선거가 시작된 지 28년이 지난 만큼 이제 지방의원은 물론 단체장의 대표성 확대에 좀 더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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