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30번째 ‘게이 프라이드’ 열려

부모가 될 권리 확보 등 주요 이슈로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약 50만 명이 모인 가운데 ‘게이 프라이드’라는 동성애자들의 축제가 성대히 열렸다.

올해로 벌써 30회를 맞는 이 행사는 ‘차별에 반대해서 이성애자, 동성애자 모두 다 함께’라는 슬로건 아래, 1997년 창설된 동성애 단체인 ‘로트르 세르클’의 회원들과 ‘에르아떼뻬(RATP)’와 ‘꺄날 쁠리스’ 방송국의 동성애 단체, 그리고 파리 시(市)의 여러 동성애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펼쳐졌다.

특히 이번 게이 프라이드에서는 부모가 될 권리를 확보하는 것과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 주요 이슈가 됐다.

지난 4년 전부터 동성애 인권운동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게다가 지난해에 통과된 ‘팍’(PACS: 연대민권계약) 법안을 통해 실제로 동성애 커플의 권리가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결혼과 동거의 중간형태인 팍을 통해 이들은 결혼한 부부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에 있어서 법적·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에 의해 형성된 커플은 부모가 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아이를 원하는 동성애 커플에게 입양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을 뿐더러 이혼 후 아이를 책임지고 있던 한 사람이 동성 배우자와 팍에 가입하게 되면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와 더불어 이번 행사에서는 직장에서 동성애자라고 해서 차별을 받는 것에 반대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여러 해 동안 꾸준한 노력을 통해 동성애자도 가정과 사회 안에서 시민으로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듯 개인의 성 정체성과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적인 태도가 발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편에서는 여전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사회 속에서 차별과 경멸을 받고 있다.

특히 직장 내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냈을 경우 해고나 좌천 등의 부당한 처우를 받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팍 이후 직장 내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데다 지난달 13일 국회에서는 사회근대화 법안의 몇몇 조항을 의결했다.

기존의 노동법이 ‘풍속’과 관련해 아예 직장을 가질 수 없게 하거나 해고, 처벌 등의 부당한 대우를 금하고 있던 것을 확장해서 직장에서의 보수, 연수, 부서이동, 승진, 재계약 등의 조건에서도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동성애자들은 이 법안의 ‘풍속’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성적 경향성’으로 분명히 할 것을 주장하면서 이력서에 성적 정체성을 기입하도록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 일하는 것이 직장에서의 차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베르트랑 드랑노에 파리 시장과 녹색당 당수 후보인 알랭 리피에쯔, 뻬에스(PS)의 대변인인 뱅쌍 뻬이옹, 프랑스 공산당의 일인자인 로베르 위 등 프랑스의 유력 정치가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르몽드 2001년 6월 24, 26일, 리베라시옹 23, 24일 기사 참고)

정인진 프랑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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