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리시장 출마하는 민경자 구리시의회 의장

구리시의회 첫 여성 의장

시민운동가로 살던

‘참모’에서 ‘정치인’으로

시민·의회·시 소통 방점

 

민경자 구리시의회 의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경자 구리시의회 의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경자 구리시의장(더불어민주당)이 8년 간의 의정활동 경험을 발판으로 구리시장 선거에 두 번째로 도전한다. 이미 2016년에 치러진 구리시장 보궐선거에 한 번 출마한 적 있는 유경험자다. 기초의원으로 재선에 당선된 지 1년 반만에 시장 출마 결심을 했던 행보는 저돌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 입문 전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정반대였다.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환경단체를 이끌고 각종 시민단체에서 참여하는 등 10여년 간 지역사회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참모형’이라고 규정했다.

정체성에 대한 변화는 여성정치지도자교육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부터다. 뛰어난 지도자를 도와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만 주변엔 그런 지도자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나섰다. 2006년 경기도의원 선거 낙선 후 2010년 구리시의원에 비례대표로 당선,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구리시의회 첫 여성 의장은 그가 남긴 족적이다.

얼마 전 다리를 다친 민 의장은 지난 12일 인터뷰에 앞서 병원 진료 일정을 어렵사리 잡았지만 불쑥 찾아온 민원인들을 만나느라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늘 시간에 쫓기듯 살면서도 2016년 하반기부터는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에 들어가 강행군 중이다. 가끔 후회도 하지만 미래의 보람과 성취감이 클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이겨내고 있다고. 인터뷰 도중 ‘할 말은 하는’ 민 의장에게 강직함도 느껴졌다.

-지방의회 변화가 많은 것 같다. 각 의회 홈페이지에 의원들 휴대폰 번호가 공개돼있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우리는 공개했다. 민원인 방문도 많지만 밤 9시 넘어서 전화도 많이 온다. 구리시의회 의원들이 열심히 하는데도 다른 지자체보다 더 바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리시 인구가 20만명이 넘지만 의회 의원은 7명뿐이다. 어느 지자체는 인구 1만명인데 의원은 7명인 경우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 15만명이 넘으면 9명으로 증원하는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꼭 통과되길 바란다. 의장이 되기 전 상반기에는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예산안 등을 포함해 회의의 모든 내용을 공개하도록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다.”

-의장을 맡으면서 의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의회 운영체계를 바꿔 소통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구리시 집행부와 의원들 간의 소통이 쉽지 않아 소통창구를 마련해 매주 주요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진행사항을 보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본회의에서도 비효율적인 회의진행방식을 개선해 선수가 높거나 말이 많은 의원들에게 발언권이 편중되지 않게 시간을 안배했다. 의회에 행정직원 중 여성이 늘었다. 의회에서 집행부와 몸싸움이 벌어지다보니 남성 직원들이 배치됐는데, 이제 여성들이 늘면서 의회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또 술먹는 회식 대신 연극을 보는 문화 회식을 마련했다. 개장 3년된 구리시 아트홀을 처음 가봤다는 직원들도 있었다. 반발하는 직원들이 있어 원하는 사람들 위주로 하고 있다.”

-여성 의원으로 의회에서 어떤 활동에 중점을 뒀나. 

“여성의 ‘유리천장’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썼다. 행정감사나 시정 질문 등을 통해 수시로 여성의 비율을 질문했다. 그랬더니 시장님이 ‘민 의원을 감안해서 여성 승진에 신경 썼다’고 하더라.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전여네)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회의에 참석해도 활동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건의해서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여성 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아쉬운 점은 의회에서 성인지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데 의원들이 참석해서 시간만 때우고 도장만 찍고 가거나, 심지어 직원들이 대신 도장을 찍어주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더라.”

-정치인의 신뢰도가 낮은데 지방의회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의원의 한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실 경제력 가진 사람들이 훈장 하나 더 달기 위해 정치를 하면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다. 정치하려는 사람은 다른 누구보다 더 깨끗한 청렴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성들은 이런 점에서 분명히 낫다. 민의의 전당인 의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의회가 청렴도를 공개하고 시민 의정모니터링단도 운영하고 있다. 의원들이 노는 게 아니라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는 기회도 된다. 수시로 단체장들 모셔서 의회 역할도 소개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정말 일하는 정치인을 뽑아주시기를 바란다.”

-시장 출마에 대해 주변에서는 어떻게 얘기하나.

“국민적 정서처럼 남편 역시 제가 첫 출마할 당시 반대했었다. 정치하려면 이혼하자고 할 정도였다. 아버지도 왜 진흙탕에 발을 담그려 하느냐고 하셨다. 어머니만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시면서 ‘여성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젠 남편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남동생은 제가 SNS에 올린 의정활동을 보고 ‘누나 같은 정치인이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더라. 시민들은 특히 청렴함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생계형 의원이 많은데 저는 그런 점에선 조금 더 자유롭기도 하다. 선거 출마할 때 지역 기업에서 주는 후원금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구리시민들의 과분한 사랑에 감사드린다.”

-시장이 되면 무엇에 집중할 계획인가.

“공무원이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겠다. 공무원이 일해야 시가 바뀐다는 걸 알게 됐다. 또 구리는 규제에 묶여서 제조·산업기반이 없는 소비도시다. 테크노밸리, 월드디자인시티가 들어설 예정인데 두 가지를 잘 활용해서 4차 산업혁명에 맞춰가는 산업이 들어오도록 해 지속가능한 첨단미래도시를 만들겠다.”

 

-지방선거 여성 출마자들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저도 여성 대표성을 갖고 열심히 하겠지만 다른 여성 출마자들도 개개인들이 보다 더 책임질 수 있게 준비해나오셨으면 좋겠다. 공무원에게 질의를 하기 위해선 의원이 먼저 관련 분야에 대해 열심히 공부 해야 한다.  국회 내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해 여성들이 열심히 싸웠던 것처럼 국회에 입성한 여성 의원들도 후배를 키우는데 열심히 나서주시길 바란다. 남성은 잘못하면 그 사람의 잘못이지만 여성이 잘못하면 여성 전체를 매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가 많다. 여성들이 정치권에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더 많이 포진해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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