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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란 대만의 한 도시에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 1월 18

일까지 열리고 있는 대규모 여성주의예술전‘주변의 주인- 여성 안

에서, 또 여성을 위해’. 이 전시회에 참가해 주목을 끌고 최근 귀국

한 설치미술가 안필연씨는 “여성주의정신이 충만한 이 전시회는 현

지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한다. 전시회엔 말리우, 루루

후, 메기웨이슈, 정주린 등의 현지 예술가와 미국의 쥬디 시카고, 한

국의 안필연, 일본의 시마다 요시꼬 등 여성주의 예술가들로 잘 알

려진 총 7인의 작가들이 참가했다.

이 전시회는 명칭부터 개최지인 신장의 지역적 특성과 관계가 깊

다. ‘분지’인데다가 섬유업으로 경제부흥을 일으키기까지 여성노

동력이 바탕이 됐다는 점을 고려해 여성도 남성 위주의 사회에선 주

변적 위치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 그래서

여기 참여한 여성작가들은 직접 천을 이용해 이를 묶거나 자르거나

꿰매는 노동과정을 통해 여성 스스로의 주체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안필연씨는 ‘잴 수 있는 것과 잴 수 없는 것’이란 행위미술과

‘엿보기에 관한 나의 생각’이란 설치작을 선보였다. 작가는 가늠

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된다는 행위미술에

선, 한 남성이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한복과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

(디자이너 이리자·이광희씨 협찬)을 통해 동양과 서양, 여성과 남성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해 본다. 작가는 “살다보면 이미 정해

진 상황들이 예고없이 닥쳐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정말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겨를도 없이 상황에 휘말려 들어가 가

속이 붙어버리기에 본질을 망각하고 속도 자체를 본질로 착각하게

된다.

따라서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반대상황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여유를 갖춰 좀 더 편안한 사회 구성원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

다”고 설명한다.

또 설치작에선 아들을 희망하는 의미의 여자이름 40개에 가족의 성

5백개를 섞어 2천개의 여성이름을 새긴 도장을 실크스크린으로 처리

한 대형 가위풍선을 천장에 매달아 시선을 끌었다. 여기에다가 좌우

가 뒤바뀐 전도된 세계로 착각을 일으키는 ‘거울’의 이중적 이미

지를 합성해 여성의 손을 통해 대물림되는 가위의 전통성과 창조성

을 변형, 확대했다.

60년대부터 꿰매는 작업을 시작한 쥬디 시카고는 다빈치의 ‘최후

의 만찬’을 패러디, 39인용 삼각형 대형 만찬상의 퀼팅작업을 기획

해 많은 여성공예가들을 참가시켰다. 이 39란 숫자는 사회에 크게

공헌한 여성의 수.

한편 시마다 요시꼬는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겪게된 일본여성들의

의식변화와 식민지 지배자로서의 남성 우월의식을 신랄히 비판하고

종군위안부 문제에도 집중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선 신장의 여성들로

하여금 천 위에 소원을 쓰게 해서 벽에 이를 꿰매는 작업으로 관심

을 끌었다. 말리우는 역사의 변화 속에서 여성과 가정 사이의 관계

를 재인식하고, 특히 신세대 여성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집’의 의

미에 대해 여성주의적 작업으로 새롭게 해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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