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벌꽃」

일찍 핀 앉은뱅이

봄을 맞으려고

피었으나 꼭 한송이

그야 너무 적으나

두더지의 맘 땅속에 숨어

흙 패여 길 갈 때

내 적은 꼭 한 생각

너무 춥던 설움에는

구름감취는 애달픔

그야 너무 괴로우나

감람색甘藍色의 하늘 위에 숨겨서

다시 한송이 피울까

동아일보, 1938.4 *개작 발표 이전 제목은 「소소 甦笑」 였다.

 

그녀를 위해 나는 꽃을 샀다. 그녀의 문학을 매장시키고 조국에서 추방시킨 온갖 루머와 상처를 풀어드리고 싶어 침향을 피웠다. 침향은 실타래처럼 풀어져갔다. 연기도 가늘게 피어났다. 나는 기도를 드리며 되뇌었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고, 얼마나 배곯다 미쳐 죽어갔느냐고 그녀의 고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울어주고 싶었다. 이제 당신은 당연히 한국 대표시인이며, 아름답고 아픈 시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아질 거라고 되뇌었다. 김소월만큼 당신을 귀하게 여길 거라고. 시의 제목처럼 꽃지고 난 후 새순에서 다시 꽃피는 두벌꽃 꽃인양 그녀를 생각했다.

세계사, 문학과 예술의 역사는 남성들의 역사였다. 남성에 의해 재단되고 선택되어 왔다. 역시 그녀도 남성들 세계에서 지워진 의식있고, 유능한 여성이었다. 한국시문학사에서의 선구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못받은 채 80년 가까이 묻혀 있었다. 김명순의 시 세계는 김소월과 맞닿은 한국인의 민족적 정감과 서정이 담겨있다. 섬세하게, 사랑의 언어로 자전적인 뼈아픈 고통과 시대적인 설움이 뒤섞인 채로 애절하게 스며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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