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혼성 경기 가능한 ‘젠더리스 스포츠’ 다트 

여자 선수들이 먼저 “남성과 겨뤄보겠다” 제안

대회 여성 참가율, 입상자 수도 점점 늘어  

 

다트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다트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봅슬레이, 아이스하키, 스키점프, 스피드 스케이팅….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여자부 경기와 남자부 경기가 따로 있어 동시에 겨루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다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남성과 겨루려면 핸디캡 적용이 불가피하다. 그래서일까 1위를 거머쥔 여자 선수의 타이틀엔 보통 황제가 아닌 ‘여(자황)제’라는 칭호가 붙는다. 남자부 경기의 기록이 더 좋다는 걸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핸디캡 없이 여성과 남성이 대등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스포츠는 어떤 게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다트다. 2.4m 떨어진 과녁 맞히기. 다트판에 다트를 던져 점수를 내는 스포츠로 게임에 따라 다양한 규정이 적용된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온라인 기능의 전자다트 기계가 개발된 이후 훨씬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게임이 가능해졌다. 핵심은 집중력이다. 때론 최고 기량의 선수가 예선탈락을, 예상치 못했던 선수가 우승하는 대이변을 낳는다.

 

지난 5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의 다트프린스에서 고준 홍인터내셔날 영업팀장이 다트 잡는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5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의 다트프린스에서 고준 홍인터내셔날 영업팀장이 다트 잡는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현재 다트 대회에선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실력을 겨룬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다트 대회엔 여자·남자부 경기가 따로 있었다. 아마추어선수 대상 ‘코리아 마스터즈’와 프로선수 대회 ‘퍼펙트 코리아’ 두 경기 모두 성별 구분을 없앴다. 지난 5일 구로디지털단지 다트프린스에서 만난 피닉스 스타즈 소속 고준 선수는 “여성들이 먼저 ‘남자 선수와도 같이 겨뤄보고 싶다. 경기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이를 대회에 적극 반영했다”며 “최근엔 아마추어 대회에 참여하는 여성이 점점 많아졌으며, 프로 대회인 퍼펙트 대회에서 8강까지 올라간 여자 선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트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건 바로 전자다트다. 전자다트는 국내에서 약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다트를 던진 직후 센서가 점수를 자동으로 계산할 뿐만 아니라, 점수를 모니터로 바로 볼 수 있다. 고준 선수는 “영국에선 다트유소년스쿨이 있을 정도로 전문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며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신체적 조건과 상관없이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닌 기본기와 바른 자세,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전문 스포츠라는 것이다.

여성 선수의 참여와 입상율도 점점 느는 추세다. 기존에는 남성 선수들의 참여가 우세했다. 그러나 요즘은 대회장은 물론 다트 기계가 있는 숍에서도 여성 선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힘보다는 집중력이 중요해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트 선진국인 일본의 한 프로 선수는 아이를 낳은 뒤 1년 반을 쉬고 다시 복귀해 다트를 던지고 있다. 고준 선수는 다트를 “은퇴가 없는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대로 세계 챔피언인 ‘필 테일러’는 60세에 가까운 나이까지 다트를 던졌다.

 

다트 기본 동작 중 발 자세.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다트 기본 동작 중 발 자세.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테이크백 동작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테이크백 동작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고준 선수는 직접 다트 던지는 방법을 보여줬다. 고준 선수는 과거 10여 년간 국내외 다트 대회 우승을 휩쓸다시피 한 국내 최강자 중 한 명이다. 그는 특히 기본자세를 강조했다. “대충 던져도 처음엔 잘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력을 늘리긴 어렵죠.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옆으로 서서 앞쪽 발을 살짝 돌려 라인을 밟아요. 앞 발에 무게중심을 80~90% 실어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편안한 자세를 잡으세요. 오른손잡이는 오른발이 앞쪽 발이 되겠죠. 다트판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팔꿈치를 들어, 다트 잡은 손을 눈높이에 오도록 하고 손목을 뒤로 젖히면 됩니다.”

다트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알려줬다. “일반적으로 엄지·검지·장지 세 손가락으로 다트를 잡아요. 검지로 다트의 무게 중심을 잡고, 엄지로 힘을 빼고 가볍게 쥡니다. 다음엔 중지로 다트를 살짝 받쳐주면 됩니다. 날릴 땐 팔과 손목, 손가락의 힘을 빼야 해요. 몸의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고 고정해, 팔과 손목만으로 날리면 됩니다. 힘을 풀어야 제대로 날아가요. 항상 일정하게 표적을 바라보며 조준한 뒤 팔을 쭉 뻗으며 날리세요.”

 

다트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다트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피닉스다트’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 전자다트가 비치된 상점을 확인할 수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다트를 즐길 수 있다. 전자다트가 있는 매장에선 ID를 만들어 실력을 쌓으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 사람들과도 경기를 할 수 있다. 고준 팀장은 “다트 선수 자격 조건에 키나 팔길이 등의 제한은 없다. 신체 특성보다는 정신력과 집중력, 순발력이 중요하다”며 “기분 전환이나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친구나 연인, 가족끼리 즐기는 여가 활동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생활체육을 중심으로도 ‘젠더리스 뉴스포츠’가 뜨고 있다. 12개의 플라스틱 컵을 다양한 방법으로 쌓고 허물며 집중력과 순발력을 겨루는 ‘스포츠스태킹’ 투수가 없는 야구형 게임 ‘티볼’ 핸드볼형 뉴스포츠 ‘추크볼’ 등이 바로 그것이다. 뉴스포츠는 축구, 야구 등 메이저스포츠를 보다 안전하고 쉽게 개량하거나 전통놀이를 현대에 맞게 변형해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말한다. 뉴스포츠협회 관계자는 “협회에 등록된 대부분의 스포츠가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경쟁을 하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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