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여론조사+당원투표’

공천 방식 여성에 불리

여성 단체장 배제 당헌 그대로

한국, 당협위원장 ‘책임공천’

공정·객관성 더욱 중요

여성우선추천지역 얼마나?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도 여성들의 단체장 출마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번 지방선거가 여성 정치 진출 확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지만 정작 당은 여성 공천 참사를 막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방식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초지방자치단체장·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선출 방식은 ‘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가 유력한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아직 당의 공천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부인했으나 복수의 선거 출마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미 정해진 것으로 안다”면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 방식은 과거 후보 선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남성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후보에게 득표수의 20%를 추가해주는 가산점을 주긴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현행 가산점으로는 경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당이 여성 우대라는 명목으로 생색을 내 오히려 여성들이 피해가 된다”는 것이 출마 준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 17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후보자는 총 57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1명에 그쳤다. 정당에서 한 명도 여성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자 수는 전체 694명이었으며 이 중 여성은 40명으로 5.8%에 그쳤다. 당선자 225명 중에서는 9명으로 4.0%로 더욱 줄어든다. 의원의 경우 비례대표제도로 최소한의 출마 기회를 보장하고 있으나 단체장은 사실상 여성의 진입이 봉쇄돼 있다.

단체장 선거에서 기대해볼만한 것이 ‘여성 우선추천지역’이다. 당에서 지역 몇 곳을 선정해 여성을 후보로 세우는 방식이다. 자유한국당 당헌 111조에는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우선추천지역 규정을 두고 있다. 우선추천지역 선정은 시·도지사 및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의 경우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하고,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출마 희망자들은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더 성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여성들 진출이 더 어렵다. 여성들이 개인기로 돌파한 것이지 실제로 당에서 한 게 없다”고 꼬집었다.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민주당보다 여성 공천을 많이 하고 당선자도 많이 배출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선거에서 전국 7개 기초지역을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4개 지역에서 배출됐다. 이와 함께 여성우선추천지역이 아닌 3곳에서도 당선자가 나와 총 7명이 당선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명에 그쳤다. 한 명은 지역에서 지방의원을 거쳐 국회의원 이력을 가지고, 한명은 남편에 이어 같은 지역의 구청장에서 당선됐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당시 ‘기초단체장 여성공천 30%’ 등 촉구하는 여성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당시 ‘기초단체장 여성공천 30%’ 등 촉구하는 여성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주당 당헌에는 우천추천지역 규정이 없으며 관련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성의 단체장 진출을 가로막는 내용이 당헌에 명시돼있다. 당헌 제8조 ‘성평등 실현’조항에 지역구 후보자 30% 의무 추천 규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후보자 추천은 제외한다’는 단서가 있어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왔다. 이를 개정하라는 당 안팎의 요구에도 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당헌에는 여성 정치인을 발굴·육성하고, 여성인재를 관리하기 위하여 상설특별기구로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를 상설특별기구로 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당 여성위원회가 일찌감치 당에 위원회 설립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나 당내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지난 대선 이후 야당이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6·13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 사이에는 민주당의 여성 정치 진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다. 높은 당 지지율이 이어지고 있고, 추미애 대표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과 문재인 정부가 성평등 실현에 적극적인 점 등 안팎으로 호재가 많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평소 추 대표가 정치 신인·여성·장애인·청년 등에 대한 정치 참여를 위해 이들의 공천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여성 당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여성위원회의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여성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와야 의견도 있다. 한 시의원은 “당헌에 지역구 후보 여성 30%는 정해져 있지만 단체장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소한 절반인 15%는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지역위원장은 “당이 큰 틀에서 ‘50+50’ 방식을 이미 정했다면, 지역적 차이를 둔다던지 예외조항과 부칙 등은 경우 시·도당에서 정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중앙당이, 기초단체장은 지역의 당협위원장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책임공천’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당이 하나의 공천 가이드라인은 주겠지만 결국 당협위원장이 권한을 가지고 하면 된다는 뜻이다. 당이 지침을 주지 않는다면 여성에게 얼마나 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에 의해 남성 위주로 공천하거나 조직력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방식의 경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책임공천이라는 공천방식이 정해진만큼 한국당은 당헌대로 우선추천지역 선정 작업에 언제 착수하고 몇 곳을 결정하게 될 지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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