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인권연구회 토론회

성별·연령·계층·국가·인종 등 여러 범주로 얽힌 익명의 네티즌들에 의해 형성되는 사이버문화가 지닌 ‘다면성’을 고려한다면 익명성으로 인한 역기능 또한 네티즌의 자율적 윤리문제를 넘어 기술적·정책적으로 모두 단순치 않은 해법을 요하는 현실이다. 육체가 사라진 사이버공간에서 익명성을 무기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당연히 현실세계의 폭력과는 다른 대처방식을 필요로 한다.

인터넷문화의 이러한 지형도 안에서 (사)또하나의문화 여성과인권연구회는 지난 7일 오후 또하나의문화 사무실에서 사이버성폭력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은경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종 성폭력-사이버성폭력의 실태와 대책’이라는 논문을 통해 “남녀간에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현격한 인식차이가 존재함으로써 안정적 법실행을 위한 합의기반조차 구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화해조정프로그램 개발 제안

작년 7월 현재 서울시에 거주하는 14세 이상 40세 미만의 PC통신 이용자(인터넷이용자 포함) 남녀 600명에 대한 가구설문조사로 얻어진 자료를 토대로 발표된 이 논문에서 그는 사이버성폭력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법제도적 장치와 기술적 지원 등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변화하는 사회흐름 속에서 남녀간의 의사소통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이의 실천방안으로 통신문화운동과 함께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조정프로그램 등의 개발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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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성폭력은 실제로 각종 성범죄 및 폭력문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개최한 사이버성폭력추방배너대회 입상작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성희롱에 대한 조사대상자들의 반응은 ‘별 것 아니다’에서부터 ‘무섭다’까지 다양했다. 일반적인 의사소통과 범죄를 구별하는 경계를 설정하는 데에 피해반응이 주요 판단근거가 되는 현실에서 네티즌들이 보이는 다양한 반응은 사이버성희롱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버성희롱에 대해 경찰 및 관련기관에 신고한 여성(15.2%)이 남성(3.2%)에 비해 많다는 점, 일정기간 통신사용을 중지하거나 통신회사를 바꾸고 ID를 바꾸는 등으로 대처한 여성이 피해여성의 50%나 된다는 조사결과는 여성이 사이버성희롱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 절실하게 가질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이버성폭력 가해집단(45명)의 경우 현실세계에서 남성에 대한 구타경험(53%)과 여성에 대한 구타경험(20%)이 그렇지 않은 대상자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성범죄·폭력문화와 연관있다”

또 사이버성폭력을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이 현실세계에서 성희롱을 저지른 경우는 1%도 되지 않지만, 사이버성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약 9%가 현실의 성희롱 가해 경험이 있는 점, 성추행에 있어서도 전체 경험률보다 무려 4배 이상 높은 13.3%가 가담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점, 그리고 원조교제 사례의 대부분(7명중 6명)이 사이버성폭력 가해자였다는 결과를 들어 김 연구원은 사이버성폭력이 단순히 사이버공간에서의 언어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각종 성범죄 및 폭력문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은경 연구원은 성희롱, 스토킹 등 사이버성폭력의 이유와 계기에 대해 “전통적 성의식에 집착, 평등을 지향하는 새로운 남녀관계에 적응하지 못한 문화지체자들이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이버공간으로 진입해 자신의 남성다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억압된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온 권김 현영씨(여성과 인권 연구회)는 “사이버스토킹과 성폭력은 지속적 피해를 일으키는 범죄인 점을 감안, 너무나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법절차를 간소화해 조속한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혜 웹진 언니네 대표는 “온라인 환경의 운영자들은 성폭력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문제의식이 있는지 방향성과 운영기준을 스스로 점검하고 기술적 장치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인화 뉴미디어부 부장 goodal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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