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성폭력 무고’에 담긴 성차별적 시각
[세상읽기] ‘성폭력 무고’에 담긴 성차별적 시각
  • 이은의 변호사
  • 승인 2017.12.29 10:23
  • 수정 2017-12-29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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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다른 사건에 비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고 가능성에 대해 우려와 분노가 유난히 높다. 당연히 강력한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크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어떤 사건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무고는 피해자를 무고해 고통스럽게 한다는 점만이 아니라 잘못된 목적으로 국가 행정력을 낭비시킨다는 점에서 이중 피해를 낳는다. 무고의 죄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높은 이유다.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는 성별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고의 죄에 있어서 보다 민감하고 엄격한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높고 실제 그렇게 법이 적용되는 현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성폭력 피해사건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씩 이별 후에 사귀던 상대방으로부터 교제 중에 입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를 만난다. 혹은 진지한 이성교제를 전제로 하고 성관계를 맺었는데 그 직후 상대가 돌변하면서 속았다는 생각과 배신감으로 성폭력을 당한 것이라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윤리적 관점에서 보면 성폭력으로 보기 충분한 것들도 법리적으로는 성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일들이 종종 있다. 이성교제가 전제된 상황의 경우 상당수가 적극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강간이나 강제추행이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수사기관이나 사법부가 이런 신고나 고소를 지나치게 낮은 기준으로 무고로서 분류한다는 것이다.

성폭력에 대한 무고사건 전부가 무고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귀던 관계나 사귐을 전제로 했던 관계의 성폭력 신고·고소에 있어서 무고로서 분류되는 과정이나 고소를 하게 된 경위, 처벌 정도를 살펴보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건재하다. 사람이 만나 친구 이상의 인연을 맺는 과정에서는 특별한 사정들이 발생한다. 각종 희노애락이라고 불리는 일들이 일어나는데,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을 일들도 일어나곤 한다. 좋았던 사랑은 흔해도 아름다운 이별은 별로 없다. 통상 이별이란 아프고 속상함을 기본으로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상대에 대한 급격한 미움과 원망이 남기도 한다. 사람들은 흔히 사귀던 관계나 사귈 뻔한 관계에 있었던 여성이 상대방을 성폭력 가해자라 주장하는 것을 미련을 못버려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존중받지 않았던 성관계나 불쾌했던 성적인 내용의 소통들을 관계를 유지하느라 문제 삼지 못했다가 관계가 종료되면서 그건 성폭력이었다고 자각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인 경우가 꽤 많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집착으로 남자 하나 잡는 마녀쯤으로 보며 실제 집행유예가 되더라도 실형이 나올 정도로 중한 범죄로 처벌받는다.

반면에 이별을 수용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원치 않는 이별을 맞거나 갈구하는데 얻어지지 않는 상대에 대한 반응은 폭력으로 표출된다. 굳이 법을 이용해서 시비를 걸려면 성폭력만이 아니니 각종 무고를 하려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실제 절도나 횡령 등 경제범죄로 고소를 하거나 줬던 돈을 빌려준 거라며 갚으라는 소송을 하는 일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상대 여자의 명예를 집요하게 훼손하거나 때리거나 협박하거나 하는 등의 직접적인 유형력과 위협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모든 남성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에 여성이 상대에게 고민하는 것이 그건 성폭력이지 아니었을까라는 억울함에서 신고나 고소를 하는 경우의 반대 지점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은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경우 우리 사회가, 법이 이런 남성들의 행위를 향해 보이는 반응에는 여성이 죽거나 죽을 만큼 다치는 것이 아니라면 상당부분 이해를 기반하고 있다. 이런 범죄는 실제 과거에 있었던 일이 억울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현재 상대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해 생긴다. 그리고 실제 상대의 신체나 삶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식기소 되고 끝나거나 벌금형으로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이들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사연을 들으며 ‘오죽하면’이라는 이해를 덧붙인다.

무고든 폭력이든, 옳지 않다. 이별을 둘러싸고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은, 무고라면 폭력이라면 응당 지양돼야 한다. 현재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데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과 저간의 사정을 사회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폭력대신 법을 고민하는 이유는 어떤 식으로든 과거의 존중받지 못한 상처가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물리적 약자라는 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이 있으니 법적으로 용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나 법의 처벌 정도에는 차이가 크다. 거기에는 오랜 시간 사회에 자리 잡은 그는 그럴 수 있지만 그녀는 그러면 안된다는 편견이 전제된다. 최근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고에 대한 기소가 부쩍 많아졌다. 무고가 지양돼야 하는 것과 그것이 온당하게 균형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성폭력에 대한 무고에 있어서 성차별적 시각에서 다뤄지고 있는 지점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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