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올해의 인물’ 심상정 정의당 의원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노동운동가 심상정에서

‘2초 김고은’ ‘심블리’로

시민에 한발 더 가까이

여성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곁에 선

그에게 후원금 쏟아져

“‘유별난 삶’ 살았다지만

이것이 나의 삶이고

자부심이고 종교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나는 변화를 조직할 때 가슴이 뛰는 사람”이라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나는 변화를 조직할 때 가슴이 뛰는 사람”이라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꼴찌’에게 이토록 환호가 쏟아진 적이 있었던가. 심상정(57) 정의당 의원은 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원내 정당 다섯 명 중 6.2%라는 득표율로 5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꼴찌였지만 후원금 만큼은 일등이었다(약 14억원).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7300여명이 낸 후원금 쇄도했기 때문이다. 여성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여성 리더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았다는 호평이 쏟아졌고, 여러 중·고등학교에선 모의 대선 당선증도 보내줬다. 그리고 여성신문 선정 ‘2017 올해의 인물’에 심상정 이름 석자가 올랐다.

대선 기간 인상적인 순간을 꼽는 사람 중에 심 의원 ‘1분’을 꼽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4차 TV토론 막바지에 각 후보에게 주어진 1분을 그는 성소수자 인권을 대변하는 일에 썼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성을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고 봅니다”라는 연설에 청년들은 환호했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심 의원은 ‘철의 여인’으로 더 많이 불렸다. 스물한 살 나이에 공장에 위장취업해 구로동맹파업을 이끌고 20년간 현장을 지킨 강인함 덕분에 생긴 별명이다. 그런데 이제는 ‘심블리’(심상정+러블리) ‘2초 김고은’(젊은 시절 배우 김고은을 닮았다는 뜻)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30여년을 여성과 청년, 소수자의 편에 섰던 그는 이제야 “정치리더 심상정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똑떨어지는 정장 자켓 대신 베이지색 니트를 걸친 그는 대선 기간보다 훨씬 편안해보였다. 그는 요즘 누구보다 열렬한 ‘운동권’이 됐다고 했다. 선거 운동하느라 하지 못했던 운동에 푹 빠져있다는 이야기였다. 요즘 현안에서 벗어나있는건가라는 의문도 잠시,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성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다. 소감은

“촛불이 염원하는 변화의 시기에 여성들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과 청소년들이 준 당선증을 양어깨에 얹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달려가겠다는 생각. 그 변화의 시기에 여성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다른 어떤 상보다 뜻깊게 생각한다.”

*심 의원은 금호고등학교, 샛별중학교 등에서 이뤄진 학생 대상 모의 대통령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해 학생들로부터 당선증을 받았다.

 

-왜곡된 인식으로 위기를 맞은 여성 리더십에 불씨를 되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그 부분을 의식하진 않았다. 박근혜씨를 여성 리더십 차원에서 생각해보진 않았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차별에 대한 감수성, 여성 리더십의 핵심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할 수 있는 리더십이야말로 가장 넓고, 가장 큰 리더십이다. 생물학적인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약자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기본가치로 삼는 정치인이라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존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여성 장관과 임원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성 임원이 여성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거나 중진 여성의원이 급식노동자를 아줌마로 하대하는 사람이 하는 정치가 과연 여성을 위한 정치인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치는 여성 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정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체득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2017년 한 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장면을 꼽는다면.

“지난 1년은 대한민국이나 정치인 심상정 모두에게 굉장히 역동적인 한 해였고 큰 의미를 지닌다. 여러 장면 중에서도 특히 유세장 장면이 떠오른다.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유급 선거운동원이 한 명도 없어 유세장에 ‘누가 나올까’ ‘휑하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유세장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대부분이 여성, 청년들이었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일부러 시간을 내다니 놀라웠다. 그런데 한사람 한사람을 눈을 맞춰보면서 금방 알았다. 이분들은 심상정을 지지해서라기보다 절박해서 달려온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을.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면 그분들은 손을 밀치고 제 머리와 어깨를 감싸면서 껴안았다. 절 부둥켜 안고 흐느끼거나 하소연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 정치인 심상정의 존재 이유를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대선 기간 목표로 삼았던 두 자릿수 득표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대선 후원금은 1위를 기록했다.

“제가 아쉬워 한 부분을 시민들이 공감해줬다고 생각한다. 다섯 후보 중 꼴찌를 했는데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몇시간 만에 쏟아진 후원 세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다. 보통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지면 미국에 2년 갔다오던지, 정계 은퇴를 선언을 하지 않나. 저는 전국 강연을 돌았는데 사람들을 만나보니 제게는 은퇴하라는 사람은 없고 미안하다고 하는 말하는 분들이 있었다. 특히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학교 담벼락에 높은 담을 쌓아놔도 이미 청소년들은 정치 안으로 쑥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들은 흔히 선거 전에 책을 내는데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나 지나 『난 네 편이야』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정치는 말로 하는데 말의 무게, 말에 대한 신뢰는 결국 살아온 삶이 증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대선을 통해 사람들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라는 궁금증이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삶에 대해 보고하는게 도리라고 생각에 책을 썼다. 스스로도 대선 이전과 이후는 정치인 심상정에게도 비약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도 무명은 아니었지만 대선 이후에는 정치 리더로서의 심상정이라는 가능성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느꼈다. 국민께 드리는 정치인 심상정에 대한 보고서를 쓴다는 심정으로 썼다.”

 

-책 부제가 ‘세상을 바꾸는 이들과 함께 해온 심상정의 이야기’다.

“제 삶을 되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탄하지 않은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 길에는 늘 함께 했던 사람이 있었다. 책을 쓰면서 제 아픔과 열정 속에서 함께 해왔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넘치더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유별난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행복이고 종교이고 자부심이었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유별난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행복이고 종교이고 자부심이었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난간 것에 대한 가정은 큰 의미가 없다. 주변에선 제가 유별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데 누구나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다. 지역구 주민과 청년들을 만나보면 각박한 삶의 트랙에 내몰려서 그렇지, 자신의 심장을 받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게 인간의 본성이다. 당시는 현대사 전환점의 시기였고 젊은 청춘들이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던 시대였기에 제 길이 정해졌을 뿐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삶을 찾길 원한다. 지금 청년들에게는 그런 ‘기회의 신’을 만나기 힘들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길을 걷다보면 계곡도 있고 산등성이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삶에도 희노애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벼랑끝에 선 순간에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느냐의 그 차이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개발해서 돈 많이 벌어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술이 어떻게 인류에 기여할 것인가 이것이 자기의 사명, 종교, 행복이기에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삶이 ‘직’이 아니라 ‘업’이다. 업을 가진 사람들이 치열한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별난 삶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행복이고 자부심이고 나의 종교였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얼마나 투철한 이념이 있으면 그렇게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념만 가지고는 평생 살 수 없다.”

 

-개인보다는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변화를 절대 혼자 만들어낼 수 없다. 연대는 우산을 씌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여러 사람이 그 길을 가면 그것은 진리가 된다. 책을 쓰면서 나는 무엇에 가슴을 뛰는 사람인가 새삼 생각해보게 됐다. 노동운동 때문에 가슴이 뛰나? 아니면 진보정치? 그게 아니었다. 심상정은 변화를 조직하는데서 가슴이 뛰는 사람이었다.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유세장이 감동적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는 늘 변화를 말해왔고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열망한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 변화의 에너지를 만드는데 힘에 부쳤다. 그 유세 현장은 변화를 말하는 사람과 가장 강력하게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우리 사회의 갈라진 틈 사이로 뜨거운 마그마가 끓고 있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7개월여가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촛불이 만든 정권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최선을 다하고 계시다고 본다. 개혁 의지는 국회 협력이 필요한데 현재 개혁 의지가 국회 앞에서 멈춰 서 있다. 내년부터는 정책 성과를 갖고 평가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걱정이 있다. 2018년에는 정부와 국회가 협력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자초되고 있지만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 등 정치개혁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대통령을 바꾼 촛불 에너지가 이제 국회를 바꾸는 뒷심이 돼주면 좋겠다. 촛불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 변화 시간은 압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정치개혁과 맞물려 최근 현행 소선거구 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선거제도는 룰이기에 정치세력의 합의가 중요하다. 저희가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해 중대선거구제, 도농복합선거제를 제안하는 당도 있다. 대의와 현실, 결국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이 안되는 거다. 정치개혁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책임으로 다가가야 한다. 개개인의 자기 성찰이 전제될 때 정치개혁도 가능하다. 최근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단일화를 만들기 위한 초당적인 의원 모임이 출범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이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이는데 마지막으로 민심을 받아 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모였다. 이 초당적인 모임이 대한민국 정치 변화에 역사적인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 이 초당적인 모임이 대한민국 정치 변화에 역사적인 첫걸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홍일표·국민의당 김성식·바른정당 김세연·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의원 26명은 12월 27일 ‘민심그대로 정치개혁연대(민심연대)’를 출범했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나.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민주주의다. 정치에서 변화의 수단이기도 하다. 개인의 실존적인 결단과 당이라는 정치적인 인격체가 잘 결합될 때 우리 정치가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당에서 아무런 소리가 없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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