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에서 여성 의원

역대 최다 배출 예상

양당 차기 대권주자로

길리브랜드·해리스·헤일리 등

여성 인물 부각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는 2018년 주목할 만한 여성 상원의원들. 왼쪽부터 커스틴 길리브랜드, 카말라 해리스(이상 민주), 리사 머코스키(공화). ⓒsenate.gov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는 2018년 주목할 만한 여성 상원의원들. 왼쪽부터 커스틴 길리브랜드, 카말라 해리스(이상 민주), 리사 머코스키(공화). ⓒsenate.gov

2017년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있어 파란만장한 한 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시작에 맞춰 일어났던 ‘여성 행진’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600여 도시로 확대됐고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유명 인사들의 성추행 파문과 ‘미투’ 해시태그 캠페인은 미국 사회 전반을 흔들었다. 페미니즘은 2017년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으며 일련의 사건들은 여성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냄과 동시에 여성의식이 상승하는 계기가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표출됐던 2017년의 분위기는 내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페미니즘의 부흥과 사회 변화의 순간에 서 있는 2018년의 글로벌 여성 이슈를 진단해 본다.

많은 전문가들은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를 통해 여성의 정치적 파워가 상승할 것이라며 2018년이 ‘여성의 해’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미 여러 매체들이 이번 선거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의원을 배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이번 선거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여성정치단체 에밀리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선거 출마와 관련해 연락해 온 여성이 2만2000명이 넘는다. 여성 정치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다른 단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특히 다양한 인종의 젊은 여성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러트거스 대학 미국여성정치센터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여성 후보 수가 2016년 선거의 2배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10대 청소년 성추행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를 강행한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가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에게 패한 것이다.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앨라배마 상원 선거에서 25년만의 패배는 공화당에 큰 충격을 안겨줬으며 성추행 논란이 있는 후보를 지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의 정치적 파워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CNN은 최근 ‘2018년 주목해야 할 여성 정치인 7명’을 소개했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같은 당 소속 말 프랭큰(미네소타) 상원의원에게 가장 먼저 사퇴 압력을 가 했던 커스틴 길리브랜드(민주·뉴저지) 상원의원이 그 첫 번째 인물이다. 역시 성추행 고소를 당한 트럼프 대통령도 강력하게 규탄한 바 있는 그는 2020년 대선의 민주당 유력 주자로도 떠오르고 있다.

길리브랜드와 함께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로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출신으로 성폭력 피해자 인권 보호에 앞장서 온 그는 올해 두 번의 인사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공화당에서는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오바마 케어 축소를 위한 의회 표결에서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과 함께 공화당 내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데 이어 트럼프 감세법안의 수정을 촉구하며 눈길을 끌었다.

하원의원으로는 바바라 컴스톡(공화), 맥신 워터스(민주), 프라밀라 자야팔(민주) 의원이 꼽혔다. 워싱턴D.C.를 포함한 버지니아 제10구 소속인 컴스톡의 재선 성공 여부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의 트럼프 저격수로 꼽히는 워터스 의원은 의회 청문회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대답 회피를 막기 반복했던 ‘제 질문을 되돌리자면(reclaiming my time)’이란 말로 민주당의 스타가 됐다. 인디언 출신의 자야팔(워싱턴 제7구) 의원은 유색인종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국회의원 외에 눈에 띄는 인물은 니키 헤일리 주 유엔 대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출신의 헤일리 대사는 올 한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꼽히며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치계가 ‘여성의 해’를 앞두고 있는 반면 그 외 지역의 여성 지도자들의 경우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로 꼽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해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하며 독일 최장수 총리에 올랐지만 극우 세력의 득세를 막지 못하며 ‘속 빈 승리’라는 평가를 얻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33%의 득표율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지만 연정을 통한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경우는 이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다. 브렉시트의 해결사로 총리의 취임한 그였지만 조기총선의 참패로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고 브렉시트 협상도 난항을 겪으면서 당 안팎에서 사퇴 압력에까지 시달리는 등 위태로운 상태다.

역대 많은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던 남미에서도 여성 리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임기 말 당시 84%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던 미첼 바첼레트는 유엔 여성 총재를 역임한 후 2014년 두 번째 대통령 도전에 성공했지만 무리한 복지정책과 부패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지난 3월 총선에서 패배하며 정계를 떠나고 말았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이 2016년 부패 스캔들로 탄핵된 데 이어 바첼레트까지 정계를 떠나면서 남미의 여성대통령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종 학살 사태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 명예시민과 아일랜드 더블린 명예 시민권을 박탈당한 데 이어 1991년 받은 노벨평화상 철회 요구까지 받고 있다.

한편 독재정권과 내전이 종식된 아프리카 여성들의 정치적 권한 강화 노력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쿠데타로 인해 세계 최장기 집권자였던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37년 독재가 막을 내린 짐바브웨에서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신임 대통령에게 여성 인력 활용 증가를 촉구하는 여성운동가들의 저극적인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10년간의 내전이 끝난 시에라리온에서는 센드파운데이션(SEND Foundation), 50-50그룹,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 국제기구의 리더십 교육을 거친 수백명의 여성들이 2018년 3월 총선을 앞두고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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