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신여성 조명한 전시 개최

회화, 조각, 자수, 사진 등 작품 500여점 마련

국내 미공개작 22점도 함께 선보여

 

이유태, , 1944, 종이에 채색, 212х153cm
이유태, <인물일대 (人物一對 ) : 탐구(探究)>, 1944, 종이에 채색, 212х153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근대기의 시각문화를 통해 신여성을 조명하는 국내 첫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지난 21일부터 덕수궁관 전관에서 ‘신여성 도착하다’를 열고 있다. 내년 4월 1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근대 시각문화에 등장하는 신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이제까지 남성중심의 서사로 다뤄진 역사, 문화, 미술의 근대성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를 위해 회화, 조각, 자수, 사진, 인쇄미술(표지화, 삽화, 포스터), 영화, 대중가요, 서적, 잡지, 딱지본 등 500여점의 작품을 마련했다. 플로리다대학 한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김은호의 ‘미인승무도’(1922), 조시비미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박래현의 ‘예술해부괘도(1) 전신골격’(1940) 등 국내 미공개작 22점도 만나볼 수 있다. 현대작가들이 신여성을 재해석한 신작도 소개한다. 

 

임군홍, 모델, 1946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임군홍, 모델, 1946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신여성이라는 용어는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해 20세기 초 일본과 기타 아시아 국가로 넘어왔다. 신여성은 여성에게 한정됐던 사회, 정치, 제도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와 해방을 추구한 근대시기에 새롭게 나타났다. 조선에서는 근대 교육을 받고 교양을 쌓은 여성이 1890년대 이후 출현했으며, 신여성은 1910년대부터 주요 언론 매체·잡지 등에서 쓰이기 시작해 1930년대 말까지 빈번하게 사용됐다. 당시 조선 여성은 제국주의, 식민주의, 가부장제, 동서양 문화의 충돌이라는 억압과 모순의 상황을 경험한 주체였다. 피식민인이자 여성으로서 조선의 신여성은 근대화의 주된 동력으로 작동할 수 없는 이중적 타자로 위치했고 근대성의 분열적 함의를 드러내는 아이콘이 됐다.

총 3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1부 ‘신여성 언파레-드’, 2부 ‘내가 그림이요 그림이 내가 되어: 근대의 여성 미술가들’ 3부 ‘그녀가 그들의 운명이다: 5인의 신여성’으로 진행된다.

1부는 남성 예술가들이나 대중매체, 대중가요, 영화 등이 재현한 신여성 이미지를 통해 신여성에 대한 개념을 고찰한다. 2부는 창조적 주체로서 여성의 능력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정찬영, 이현옥 등과 기생 작가 김능해, 원금홍, 동경의 여자미술학교(현 조시비미대) 출신인 나혜석, 이갑향, 나상윤, 박래현, 천경자 등과 전명자, 박을복 등 자수과 유학생들의 자수 작품들을 선보인다. 근대기 여성 미술교육과 직업 영역에서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한 초창기 여성 작가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안석주, ‘모-던 껄의 장신운동’, 『조선일보』, 1928.2.5.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안석주, ‘모-던 껄의 장신운동’, 『조선일보』, 1928.2.5.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3부에서는 남성중심의 미술, 문학, 사회주의 운동, 대중문화 등 분야에서 선각자 역할을 한 5명의 신여성을 만날 수 있다. 나혜석(미술), 김명순(문학), 주세죽(여성운동가), 최승희(무용), 이난영(대중음악)을 조명한다. 여기에 현대 여성 작가 김소영, 김세진, 권혜원, 김도희, 조영주는 5명의 신여성을 오마주한 신작을 통해 당시 신여성이 추구했던 이념과 실천의 의미를 현재의 관점에서 되돌아본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근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도전과 논쟁의 대상이었던 근대 식민기의 신여성을 통해 기존의 모더니즘 이해에 의문을 제기하고 한국의 근대성을 온전하게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202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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