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인증제도 도입 10년

인증기업 2802개 달해

2017년 전년 대비 53% 증가

“사후 관리 체계 필요…

중소기업에서 더 많아져야”

 

정부가 직장 내 일·가정 양립을 위해 ‘가족친화인증제도’를 실시한 지 10년이 흘렀다. ‘가족친화 우수기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12월 기준 ‘가족친화 인증마크’를 받은 기업은 2800여개에 달한다. 가족친화 인증마크를 받은 기업은 늘고 있지만 기업 내부의 현실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허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증을 받은 기업들의 사후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족친화인증제도는 근로자의 일과 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심사를 통해 인증을 주는 제도다. 여성가족부(장관 정현백)는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기관에 대해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자녀출산과 양육 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 등을 골자로 한다. 인증 기준은 △최고경영층의 리더십과 △출산휴가·배우자출산휴가, 남녀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정시퇴근 등 가족친화제도 실행 그리고 △가족친화경영 만족도 등으로 이뤄진다.

가족친화인증 기업·기관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총 253개에 불과했던 인증기업은 2013년 522개, 2014년 956개, 2015년 1363개, 2016년 1828개로 증가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올해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기관이 전년 1828개사 대비 53% 증가한 2802개사로 확대됐다. 특히 올해는 인증 중소기업이 1596개로 작년 983개에 비해 63% 증가했다. 인증 공공기관도 871개로 작년 560개 대비 56% 증가했다. 올해부터 인증이 의무화된 공공기관은 768개 중 750개(98%)가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새롭게 선정된 대기업 중에는 동아쏘시오홀딩스(주), 롯데쇼핑(주)H&B, 위메프, (주)이베이코리아, 주식회사 카카오게임즈, (주)한국인삼공사, 한국암웨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위메프는 기존 정부지원금 외에 통상임금 20% 수준의 육아휴직 지원금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정장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정시 퇴근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캐주얼데이’, 한국암웨이의 ‘여행을 통한 보상 프로그램’(NCA) 등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가족친화기업은 정부부처의 공식 인증 이후 사실상 기업 관리체계가 없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인증을 받고 나면 세부적인 내용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도 이를 감시·관리 감독할 곳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때  6대 시중은행은  ‘경력단절여성 취업 활성화’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경력단절 여성을 대폭 채용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작년 경력단절여성 채용 규모는 775명으로 전년 대비 36.1% 줄었다.

이와 관련 정영애 한국사이버대학 부총장은 “정부의 ‘여성친화기업’ 공식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정말 변화하고,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으로써는 관리·감독 체계가 없어 기업 내부적으로 지침을 잘 지켜야 하는 수준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는 지난 12일 열린 한·북유럽 정책 포럼에서 “제도와 실제 활용 사이의 간극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현상”이라며 “한국은 지난 10년간 정부 주도로 가족친화정책이 진행돼왔고, 이에 대해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했다. 이제는 민간기업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함께 정책을 개발하고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동참해야 할 단계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제도가 비용과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어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은 “한국의 일·가정 양립 정책은 제도 수준에서는 비교적 잘 발달해 있다. 문제는 제도의 실행”이라며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제도 도입이 비용과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어 실제 제도가 원활하게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한국의 가족친화제도는 인센티브 정책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해 정시퇴근, 야근문화 근절, 시간외 근무 최소화 등으로 기업의 일하는 문화와 근로환경 개선의 과제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의 참여율을 높이고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다. 따라서 중소기업 비율을 늘려야 한다”며 “제도의 확산 과정에는 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가족친화기업의 도입시기와 대중적 인지도를 확산하고 현실적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는 향후 인증기업의 일·가정 양립 및 모성보호 관련 법령 위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등 인증기업의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조달·사업 선정·재정 등 정부지원사업 전반에 걸쳐 인증기업을 위한 혜택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인증기업의 개선 방안에 대해 조민경 여가부 여성정책과장은 “맞춤형·밀착형 컨설팅 제공 및 인증기업 모니터링 추진 후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가족친화인증기관 질적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가족친화지수 측정 징표와 가족친화인증 기준과의 연계, 인증 기준에 정성평가 추가 등 기준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증기업 지원·관리 강화에 관련해서는 “조달·세제·금융 등 종합지원 방안을 마련해 인센티브 종합 지원과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며 “우수사례 발굴 및 확산을 위한 포럼을 활성화하는 등 인증기업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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