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성격차지수는 97위

현재 성격차지수 뒷걸음질

성평등 가치·정책 패러다임

으로 민주주의 완성해야

 

 

대통령 탄핵부터 새로운 대통령 당선과 정권교체까지… 격동의 2017년이 저물고 2018년이 밝았다. 2018년은 60년 만에 찾아온 무술년으로 황금색을 의미하는 ‘무(戊’)와 개를 의미하는 ‘술(戌)’이 합쳐져 ‘황금 개띠해’라고도 부른다. ‘황금’ 개띠해라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지만, 성평등 가치와 패러다임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2008년 1월을 생각해 보자. 2007년 12월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활동 기간에 이미 정권교체 됐음을 서슬 퍼렇게 인지시켰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사건과 정책들이 있지만 성평등 정책과 관련해서만 살펴보도록 한다.

당시 인수위는 출범 2주 만인 1월 16일에 여성계의 격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 등을 통·폐합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인수위가 대부처주의를 앞세워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와 통합해 ‘보건복지여성부’로 개편하는 안을 내 놓은 것이었다. 여성가족부 통·폐합안의 기저에는 이미 한국사회는 양성평등한 사회이기에 여성정책을 관장하는 독립부처가 필요하지 않다는 근거 없는 인식도 한몫했다. 이 같은 조직개편안은 여성을 성평등 정책의 주체로 인정하기보다 가부장제적인 복지 패러다임으로 흡수시킴으로써, 그동안 추진되고 발전돼왔던 성평등 정책과 패러다임을 후퇴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여성계의 반발은 격렬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가족부 통·폐합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남녀노소가 참여하고 전국적으로 추진된 ‘여성가족부 존치와 성평등사회 실현을 촉구’하는 범시민 서명운동을 들 수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여성가족부의 존폐는 여성의 삶과 직결돼 있다’고 주장하는 온·오프라인상의 강력한 저항과 반대에 부딪혀 보육과 가족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넘기고 예산과 조직 규모상 초미니 부서 형태로 여성가족부를 존치시켰다.

당시 여성계가 여성가족부 존치를 주장할 때 그 근거로 한국 여성 대부분의 삶은 여전히 차별과 폭력, 빈곤에 시달리고 있음을 호소했다. 이때 제시된 통계 중 하나가 성격차지수(GGI) 였다. 2007년 성격차지수는 97위로 한국의 성격차지수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갈 때까지 여성가족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2017년 11월 발표된 성격차지수는 117위로 더 떨어졌다. 성격차지수는 실제 존재하는 자원 접근과 기회의 절대치가 아니라 성별에 따른 상대적인 격차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현재 성별 간의 격차 수준을 보여주며 여성이 남성 대비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성격차지수가 10년 전에 비해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10년 전에 비해 한국 여성은 한국 남성에 비해 더 차별받고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빈곤의 덫에 빠지기 쉬운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이뤄낸 정권 교체와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한 대통령이 당선돼 처음 맞이하는 새해, 2018년 황금 개띠해! 성평등 가치와 정책 패러다임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의 토대를 굳건히 마련해야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법도 성평등과 직결돼 있음을 정책 관련자들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2018년은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던, 어떤 정당이 집권하던 간에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할 기본가치와 정책 패러다임으로 성평등이 넓게 확산되고 깊게 뿌리 내리는 한해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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