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비차인(楉非此人)’은 ‘만약 이 사람이 아니었더라면’이라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다. 세종대왕이 1433년 자격루라는 물시계가 완성됐을 때 이를 만든 장영실을 두고 한 말이다. 물시계에 대한 아이디어는 왕으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실제 만들어낸 장영실의 정교한 솜씨에 감탄해 ‘만대에 이어 전할 기물’이 창조됐다고 칭찬했다.

피터 드러커도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했고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여성의 중요함을 알지 못하는 회사는 결국 살아남지 못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약비차인’이란 말이 많이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정조시대에 살았던 거상 김만덕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출신지인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알려졌던 인물로서 특히 서울 장안에서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켜서 사대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나보고 싶어 했던 인기 있는 유명 인사였다. 백과사전에도 시대와 불화하지 않으면서 시대를 뛰어넘은 여성 기업인으로 소개돼 있다. 이런 사례가 많이 나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현재 사회가 필요한 리더의 역량이 무엇인지 인식을 정확히 해야 한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전환한지 50년이 넘었다. 이제는 ‘성과사회’라는 말을 하는데 많은 이들이 성과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최근에 나온 『성과사회』라는 책에서 보면 이미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됐는데 사람들은 인식이 제대로 돼있지 않다면서, 이제는 개인들이 일을 할 때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고 조직은 구성원이 가직 역할의 가치를 독립적으로 존중해주는 것이 성과사회라고 했다.

성과사회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간의 협업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과거와 달리 확실한 수평적 구조 속에서 일을 하게 되어 있고 그 사이에 여성들의 강점인 부드러움과 배려가 확실히 역할을 배가 시킬 것으로 본다.

둘째, 여성들이 먼저 시야를 좀 더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통 여성들은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소홀하고, 소극적으로 일하는 편이다. 물론 환경적인 영향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간 관리자 여성 리더들의 모임에서 한 여성 리더는 팀장이 5명인데 여성이 혼자다 보니 술자리, 운동하는 곳에 함께 하지 못해서 정보에 뒤쳐지고 그러다보니 업무에도 영향이 있어 자신감이 점점 없어진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다른 리더가 자신이 성공한 케이스를 나누는데 본인은 자기가 할 수 없는 모임은 과감히 포기하고 그 대신 그들에게 작은 마음의 선물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진하게 술자리를 하고 온 다음날 피로회복제를 준비해서 전달하거나 점심 시간에 북어국을 사주겠다고 하는 식으로 몇 번 다가가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대하면서 팀장끼리의 미팅 방법을 남성들이 다른 형태로 제안하더라는 것이다. 남성들과 함께 일하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받아들이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단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모르는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추측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가운데 실수를 하게 된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을 때 ‘약비차인’이란 말을 듣는 여성이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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