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2018~2022) 확정

부처별 5년간 달성할 ‘성평등 실행 목표’ 포함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 사용해 비난 일자

이숙진 여가부 차관 “법제도 고려해 용어 혼용...정책 대상·내용 변화 없다”

내년부터 5년간 적극적고용개선조치(AA) 적용 대상 기업을 늘리고, 기업의 성별 임금 정보와 여성 임원 비율을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성 고위공무원 목표제, 공공기관 여성 임원 목표제도 새로 도입된다. 여성의 ‘독박육아’ 대신 남성의 가사·육아 참여를 늘리기 위해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여성가족부는 20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정책 비전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다. 부처별 향후 5년간 달성할 ‘성평등 실행 목표’도 포함했다. 

 

여성가족부가 20일 발표한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2018~2011) 주요 내용 인포그래픽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가 20일 발표한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2018~2011) 주요 내용 인포그래픽 ⓒ여성가족부 제공

정부는 500인 이상 기업과 공기업은 물론 전 지방 공기업으로 AA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성평등임금공시제를 도입해 기업의 성별 임금 정보를 공개하고, AA 부진 사업장의 경우 성별임금격차 현황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민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공개하고, 여성 고위공무원 목표제와 공공기관 여성 임원 목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민간부문의 여성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 관리직, 인사담당자 등에 대한 교육, 컨설팅 등 ‘양성평등 경영’도 지원한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통합형 사례관리 서비스도 운영해 맞춤형 취업 지원을 강화한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거점형 공공 직장어린이집도 늘리기로 했다. 한부모가족을 위한 아동양육비 지원 확대, 비양육자의 양육비 지급 이행을 위한 소득·재산 조회 절차 개선도 추진한다. 또 남성의 가사·육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양한 유형의 여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행동계획도 수립하기로 했다. 온라인 성범죄·스토킹 등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근거도 강화한다. 공공기관에서 성희롱 사건이 일어날 경우 재발방지대책을 주무 부처에 제출하게 할 예정이다.

또 온라인 이용자・사업자에게 성평등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시민 모니터단 운영 지원 등을 통해 성차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성별 고정관념 없는 진로상담 등을 위해 교원 교육을 강화하고 학령별 맞춤형 양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한다. 이외에도 생활 속 성차별적 언어와 표현에 대한 실태조사, 정부서비스 전달기관과 언론․미디어 종사자 등 다양한 전문인력에 대한 맞춤형 양성평등 교육을 하기로 했다. 

성인지적 관점의 ‘여성건강정책 기본계획’ 수립, 국민건강증진계획에 성별지표 적용과 모니터링도 추진한다. 여가부는 식약처, 환경부와 함께 최근 문제가 된 생리대 독성물질 모니터링과 건강영향 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인 양성평등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고, 분야별 성차별 실태조사와 성별영향분석평가 심층평가 도입 등을 통해 성인지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평화·통일 활동을 위한 여성전문가 양성을 지원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 국가행동계획 이행 점검회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가 보수 단체 등의 압력으로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이는 가운데, 2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성평등’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녹색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여성가족부가 보수 단체 등의 압력으로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이는 가운데, 2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성평등’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녹색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그러나 여가부가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해,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운 원안에서 명백히 퇴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관해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정책 발전을 위한 건설적 제언이 되기보다는 정책을 왜곡하고 소모적 논쟁만 야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소수자 혐오와 차별이 또 다른 차별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함께해달라. 여가부는 모든 영역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흔들림 없이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 차관은 “(2차 기본계획에선) 법적 테두리 하에서, 정책과 제도를 모두 고려해 ‘성평등’과 ‘양성평등’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정책 대상과 범위,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률상 ‘양성평등’ 정의가 ‘성평등’과 다르지 않다 해도, 그간 오용돼 온 개념이 법의 취지마저 무색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에서 ‘양성평등’ 용어는 혐오와 차별 조장을 위한 수단에 더 가깝다. 또 남성과 여성의 양적 균형을 맞추면 성평등이 실현된다는 식으로 왜곡될 우려가 높다. 이날 오전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녹색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등은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는 성평등 정책 전담부서로서 정책의 근본원칙과 내용을 명확히 하며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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