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성평등정책 근간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보수 기독교계 항의 받자

‘양성평등’ 용어 전면에

진보 여성단체 반발

“차별 바로잡으라는

촛불정신에 어긋나”

 

여성가족부가 보수 단체 등의 압력으로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여가부가 20일 발표한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8~2022)을 보면, ‘성평등’을 썼던 원안 대신 ‘여성과 남성’으로 수정됐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가 보수 단체 등의 압력으로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여가부가 20일 발표한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8~2022)을 보면, ‘성평등’을 썼던 원안 대신 ‘여성과 남성’으로 수정됐다. ⓒ여성가족부

내년부터 5년간 시행될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8~2022)에서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한다. 정부 정책이 추구해야 할 평등이 오직 여성과 남성 사이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당초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운 기본계획안에서 명백히 퇴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성평등’ 용어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을 용인하며, 성별고정관념과 여성과 남성 간 대결/대칭구도를 강화해 다양한 불평등을 외면함으로써 정책을 후퇴시킨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잘 아는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과 ‘성평등’을 혼용하는 것은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촛불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성가족부가 보수 단체 등의 압력으로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이는 가운데, 2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성평등’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녹색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여성가족부가 보수 단체 등의 압력으로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이는 가운데, 2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성평등’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녹색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양성평등’ 용어는 201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개정되면서 정책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여성계는 정부와 국회의 ‘양성평등’ 용어 고집을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생물학적 여성과 남성 간 평등만을 뜻하는 ‘양성평등’ 개념은 다양한 관점과 욕구를 지닌 개인들을 포괄할 수 없고, 따라서 정책의 범위나 대상 자체를 한없이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올해 하반기부터다. 새 정부 들어 ‘성평등’을 정부 정책과 헌법에 반영하려는 논의가 다시 시작되자,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반발했다. “성평등 관련 헌법개정은 물론 성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이나 법률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자”며 지난 7월 말 출범한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 등은 전국의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장에 나타나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16일 여가부의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 공청회에서도 ‘양성평등을 유지하라’며 외치며 진행을 방해해 행사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선 “동성애 합법화 부르는 ‘성평등’ 조장하는 여가부 장관 퇴진하라”며 항의 시위가 열렸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흔들림 없이 정책 기조를 밀어붙여야 할 국회와 정부가 이런 목소리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말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등 일부 의원들은 헌법 개정안의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여가부는 ‘성평등’과 ‘양성평등’ 두 용어를 혼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출범할 때부터 영어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번역한 용어인 ‘성평등’과 ‘양성평등’을 혼용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여성가족부가 보수 단체 등의 압력으로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이는 가운데, 2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성평등’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녹색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여성가족부가 보수 단체 등의 압력으로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이는 가운데, 2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성평등’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녹색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여성계와 성소수자 단체는 즉각 항의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적폐세력은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정부는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도 이날 성명을 통해 “성평등을 실현시켜야 할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기만적으로 성소수자 국민을 정책 실행에서 배제하고자 한다면, 이는 명백한 성평등 훼손이며 성평등 정책 주무부처의 자격을 내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성평등’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도 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녹색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등은 20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는 모든 국민들이 성불평등과 차별, 혐오와 배제를 겪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성평등 정책 전담부서로서 정책의 근본원칙과 내용을 명확히 하며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국회는 국민주권과 대의제 정신에 충실하게 성차별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흔들림없이 ‘성평등’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관련기사▶ 여성계 “‘양성평등’ ‘성평등’ 용어 혼용, 촛불정신에 어긋나” (www.womennews.co.kr/news/128661)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