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에 페미니즘을 접목한

발스트렘 스웨덴 외교부 장관

저개발국가 여권 개선 정책과

여성외교관 양성프로그램 도입

성평등적 외교정책 성공하려면

타 부처 협조 뒷받침 있어야

 

 

 

외교정책에 페미니즘을 접목시킬 수 있을까? 가능 하다면 어떤 모습일까? 유럽집행위원까지 지냈던 베테랑 여성 정치인 마르고트 발스트렘(Margot Walltröm). 그녀가 2014년 외교부장관에 취임한 후 의회외교선언을 통해 페미니즘적 가치를 기본으로 한 외교정책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세계 여성의 인권개선, 개인안전 보호 및 보안강화, 건강, 교육, 보건 등의 향상을 통해 세계 여성 자원을 확대하고, 국가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 수 있는 외교정책과 국제원조정책을 적극 개발해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발스트렘은 외교정책에 페미니즘을 접목한 최초의 외교장관인 셈이다.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이 평화 시에는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에 시달리고, 에이즈와 에볼라 등과 같은 질병과 전염병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되기도 하며, 전쟁이 나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이라크에서 활동하며 테러전쟁을 치렀던 이슬람국가(IS)나 나이지리아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보쿠하람, 아프카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의 여성을 상대로 한 잔인한 폭력을 감안해 볼 때 발스트렘의 페미니즘적 외교정책은 약자를 위한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

그럼 페미니즘적 가치에 기초한 외교정책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저개발국가 여성의 권리와 삶의 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외교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저개발 국가들의 여성이 출산할 때 비위생과 시설 미비로 1년에 30만명의 신생아가 사망하고 산모의 건강까지 위협받으며 출산 후 한 달 내에 사망하는 신생아의 수가 300만명에 달한다는 유엔(UN) 진단을 토대로 신생아 생명과 산모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출산보모교육을 남미 국가들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스웨덴의 성평등적 외교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외교부의 여성 외교관 양성프로그램이 돋보인다.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외교관 세계에서 스웨덴은 독보적으로 40%의 여성대사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외교관 신규 채용 시 60%가 여성으로 이뤄져 앞으로 여성 대사의 비율도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성평등적 외교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타 부처와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본다. 스웨덴 외교부가 앞장서 성평등부, 재무부, 국방부, 법무부, 산업부, 국가재난청, 국제원조국, 이민청 등의 부서와 성평등적 외교정책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예 정부의 명칭도 페미니스트 정부로 규정할 정도로 상징성을 구축한 것도 국제외교의 경험이 많았던 여성외교부 장관의 역할이 있어 가능했다.

물론 적극적 페미니즘을 표방한 외교정책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가혹한 형사제도와 여성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비판한 외교부 장관의 발언으로 내정 간섭이라는 이유를 들어 본국 대사를 소환하고 외교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위협까지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결국 스웨덴 국왕이 사우디에 날아가 공식 사과하는 상황으로까지 갔지만, 스웨덴 외교부는 지금도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인권과 성평등을 강조한다. 우리보다 인구 면에서나 경제규모에서 4분의 1 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가 세계를 상대로 하는 외교 활동을 보면, 우리나라가 언제나 이런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반문하게 된다.

한 국가의 긍정적 이미지는 국가의 가치와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세계 외교활동 무대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화, 그리고 성평등을 자신 있게 천명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여성 외교부장관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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