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씨앗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금만 유전자 변형을 해도 미래세대까지 로열티를 받아낼 수 있는 수익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것이 기아해결의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씨앗산업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시키고 더 많은 기아인구를 만들고 있다. 기업의 상술에서 씨앗을 지켜 식량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가배울토종씨앗포럼’이 마련됐다. 앞으로 10회에 걸친 가배울토종씨앗포럼 내용을 격주 연재한다.

 

한상철 대표·윤영석 전무

‘농약 치면 수확 는다’ 

녹색혁명 전략이

인류 위험에 빠뜨려

 

한상철 상생촌 대표
한상철 상생촌 대표

경북 상주에서 올라온 한상철 상생촌 대표는 ‘웃는 쌀’ 모양을 한 상생촌의 로고처럼 선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오랫동안 한길을 걸어온 그에게 구도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제가 85년 농협에 입사하니 저에게 농약 판매 담당을 시키더라고요. 그런데 농민들이 저를 찾아오면 효소제나 현미 식초를 사용하라고 권했어요. 이렇게 딴 짓을 하니 다른 농협으로 쫓겨나기도 했지요.” 그 당시 정부는 유기농을 짓지 말라고 하던 시기였다. ‘농약을 많이 치면 수확을 많이 얻을 수 있다’라는 녹색혁명 전략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녹색혁명이 인류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한 대표는 유기농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전했다. “친구 부인이 담배를 따러 갔다가 쓰러져 사경을 헤맸어요. 농약 판매상들은 농약을 친다고 진딧물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일단 농약을 치게 시작하면 벌래가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독한 것을 치게 되지요. 결국, 농민들은 독한 농약을 뿌리며 잔류 독을 먹으며 농약 중독이 되지요.”

직접 유기농 농업을 짓기 시작한 한 대표는 1995년에 했던 오리농법을 떠올렸다. “오리가 둔해 보여도 신기하게도 똑똑해요. 똑같은 1000㏄ 오토바이라도 먹이를 주러온 주인의 것을 알아봅니다. 주인 소리가 들리면 넓적한 주둥이를 벌리고 소리를 내면서 주인에게 몰려듭니다.” 모든 생명체는 지성이 있다더니, 한 대표는 그 똑똑한 생명체 이야기를 하면서 껄껄 웃었다. 그러나 오리는 논의 물을 썩게 했다. 비료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발효된 분뇨여야 했던 것이다. 결국 오리 농업을 접고 우렁이 농법으로 바꾸었다.

한 대표는 마을에서 제초제를 뿌려 농사를 짓고 거기서 생산된 볏짚을 소에게 주고 소똥을 퇴비로 사용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퇴비를 뿌린 곳에서 풀도 나지 않았어요. 네 번을 되새김하는 소가 독한 볏짚을 먹고 얼마나 아팠겠어요?” 그는 결국 소에게 좋은 볏짚을 먹이기 위해 농약을 치지 않는 쌀농사를 마을에서 함께 짓기로 했다. 그러나 한우 파동으로 모든 것이 수포가 됐다고 전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유기농법 개척을 해왔던 한 대표는 생산 가공 유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6차 산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쌀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을 하고 있다. 특히, 당뇨 예방 기능성 농산물, 폴리페놀 막걸리 그리고 커피믹스처럼 섞어서 물만 부으면 되는 홈메이드 막걸리 KIT 등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윤영석 땅끝황토마을 친환경농법인 전무
윤영석 땅끝황토마을 친환경농법인 전무

두 번째 강연자로 나온 윤영석 땅끝황토마을 친환경농법인 전무는 스스로 회사의 ‘머슴’이라고 소개했다. 소비자, 정부, 농민들과 다각적으로 만나며 많은 일을 해온 겸손하고 소박하지만 날카로운 농촌의 지도자였다. 그는 특히 유채 기름의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판매가 쉽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청중에게 질문했다. “반 GMO(유전자변형) 운동을 한 지 벌써 15년인데 비판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결과나 나와야 하지 않나요? 마트의 투명한 카놀라유(유채유)는 대부분 GMO입니다. 우리는 이미 5년 전에 국산 유전자변형이 없는(non-GMO) 유채유를 만들었어요. 정제과정이 다르고 다른 것을 섞지 않아 우리 것은 노란색입니다. 그러나 싼 유채유만 찾는 소비자들로 인해, 국산 유채유의 유통은 어렵습니다. 유명 생협도 알아주지 않더군요.”

윤 전무는 유기농으로 가지 않으면, 농업환경 악화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농사짓는 지하수를 얻기 위해 200~500m를 팠다면 지금은 2~4km로 파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가 급속한 공업화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이다. 특히 농업환경이 악화돼 끌어올린 물조차 저수지에 가두어 햇빛으로 소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농부와 함께 어려움을 나누며 걸어온 윤 전무는 “건강한 생산자가 좋은 식량을 만들 수 있어요. 지역 수질이 나빠지고 지역이 죽는데 소비자만 건강하게 될 수 있겠어요?” 윤 전무는 소비자가 함께 배우고 움직여야 한다며 청중을 향해 쓴 소리를 던졌다.

윤 전무는 현재 해남간척지를 개발해 진행 중인 ‘유채융복합산업’의 꿈을 이야기했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간척지위에 거대한 유채 밭을 일궜습니다. 그곳에서 양봉을 하고 유채기름을 생산하며 계절을 달리해 ‘쌀’을 생산할 겁니다. 주변에 소를 길러 퇴비로 쓰는 생태적 농업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학교에 공급되는 유채기름은 다시 회수하여 정제해 매연 없는 농기계 연료로 다시 쓰일 수 있어요.” 꽁꽁 언 추위도 먼 길을 달려와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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