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스토리]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원칙있는 ODA’로 혁신 이끌겠다”
[W스토리]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원칙있는 ODA’로 혁신 이끌겠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7.12.13 16:09
  • 수정 2017-12-14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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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첫 시민사회·국회의원 출신

떨어진 신뢰 회복 위해

외부인사 중심 ‘혁신위’ 구성

효과성·책무성·투명성 따져

개발협력 기본원칙 지킬 것

“성평등 관점, 국제개발협력

전 분야에 관철돼야” 강조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은 “여성들의 경제적, 정치적 역량이 강화되면 그 힘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단지 여성만이 아니다”라며 “여성이 돌보는 가족과 그 공동체 전체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성평등 관점의 OD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은 “여성들의 경제적, 정치적 역량이 강화되면 그 힘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단지 여성만이 아니다”라며 “여성이 돌보는 가족과 그 공동체 전체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성평등 관점의 OD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부의 무상원조사업 전담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신임 이사장에 이미경(67) 이사장이 임명됐다. 코이카 이사장에 전직 외교관, 공공기관 출신이 아닌 시민사회·국회의원 출신이 취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이사장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임명 소감을 대신 했다. 코이카가 7개월 이상 리더십 부재에 시달린 만큼 산적한 현안이 그의 어깨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일테다. 그가 선결해야 할 우선 과제는 ‘조직 혁신’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루된 코리아에이드(Korea Aid) 사건을 계기로 코이카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추락했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 다중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 이사장의 진단은 냉철하고 객관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는 곧 기회”라고 강조했다. 혁신을 요구받을 때, 코이카가 혁신의 주체가 되자는 취지다. 그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추진한 일도 ‘코이카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었다. 내부 혁신을 발판으로 효과성·책무성·투명성을 바탕으로 개발협력의 기본원칙을 지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성운동가이자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정치인인 그가 코이카에서 보여줄 성평등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 이사장이 취임사에서 “성평등 관점이 국제개발협력사업 전 분야에서 관철되도록 노력하자”며 “평화, 민주주의, 인권, 성평등 핵심가치 구현 ODA(공적개발원조)”를 실현해 나갈 것을 선언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이 이사장은 “여성들의 경제적, 정치적 역량이 강화되면 그 힘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단지 여성만이 아니다”라며 “여성이 돌보는 가족과 그 공동체 전체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성평등 관점의 OD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 일답.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이사장에 취임하신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코이카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 다중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취임하게 돼 어깨가 무겁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시민사회와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이 마지막 공직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 그동안 민주주의, 평화, 성평등, 사회적 약자 지원을 가치의 중심에 두고 살아왔다. 제가 중심에 둔 가치가 바로 국제개발협력의 기본 가치와 꼭 맞닿아있다. 그동안의 시민사회와 학계으로부터 ODA 사업에 원칙과 철학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원칙과 철학을 세워 나가겠다.”

-7일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전체 위원 15명 중 10명이 외부인사다.

“조직의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저절로 혁신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구성원 한명 한명이 혁신의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혁신을 위한 내적 준비와 태세를 갖췄을 때 혁신은 성공할 수 있다. 또 외부 시각으로 내부를 진단하고 여기서 나온 과제를 실천해나가야 혁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단계로 코이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시민단체와 학자들도 위원으로 모셨다. 특히 노조위원장도 혁신위원에 참여하게 했다. 균형 감각을 토대로 ODA를 실행하기 위한 조처다. 혁신위원들과 부서별 업무보고를 받으며 연말까지 분야별 혁신주제를 확정할 예정이다. 1월 말이 되면 체계적인 구체적인 혁신과제와 로드맵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신뢰 회복을 위해 효과성, 책무성, 투명성을 강조했다.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선 개발협력국가와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다. 공여국의 일방적 시혜에서 벗어나 협력대상국의 주인의식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혜적인 태도는 좋은 관계를 맺고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 한 수 가르치려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예컨데, 나무를 옮겨 심을 때를 생각해보자. 서울에 있는 나무를 천안에 옮겨 심으려고 할 때조차 이 나무가 그 지역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어린 나무를 심을지, 더 키워서 심어도 될지를 다 따진다. ODA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성공한 사업이라고 해서 그것을 똑같이 이식해선 성공하기 힘들다.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 사회경제적 수준이 어떤지 잘 따져야 성공한다. 우리나라가 급속히 변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도 변화하고 있으며 빠르게 글로벌 사회에 편입되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국제개발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투명성 역시 ODA 사업 기획부터 수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기준에 맞춰 높여나가겠다.”

-지난 정부 대외원조 사업 중 하나인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나.

“2015년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 때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은 2020년까지 총 2억 달러의 무상원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세계 절대빈곤 인구의 47%가 아동이고 이 가운데 여아들이 취약한 상태인 만큼 ODA가 여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졸속, 과잉 추진된 측면이 없는지 재검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유관기관들과 체계적인 검토를 거쳐 사업명과 추진 방향을 정립해나가겠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 사업의 운영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코이카는 정부 방침에 맞춰 ‘원칙있는 ODA’ 관점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 담긴 보건, 교육, 직업교육이라는 3대 분야와 젠더 기반 폭력 예방 등은 SDGs(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관심 부야에도 부합하고 코이카가 그동안 진행한 ODA사업과 연속성도 있는 마늠 접점을 잘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DG 5번 목표인 성평등 관점이 ODA 전분야에 관철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성운동을 하며 평생 여성 권익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성평등은 하나의 섹터에 갖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다층적으로 걸쳐 있는 분야다. 예를 들면 사업에 여성의 참여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사업에 참여한 여성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등을 늘 체크해서 평가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성평등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이카는 2009년부터 성인지담당관직제를 만들고 성평등 중기전략을 수립하며 내부적으로 노력해왔다. 국내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 국가행동계획 이행점검도 해왔다. 틀은 마련돼 있고 이제 제대로 이행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성평등 관점이 ODA 분야에 관철되려면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혁신위원회 활동 가운데 성평등 분야에도 중점을 둬서 체계적인 성주류화가 이뤄지도록 만들어가겠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취임사에서 촛불 정신을 여러 번 강조했는데.

“1년 전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모여 얼마나 아름다운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봤다. SDG 16번 목표에서도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의 핵심가치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소위 수여국에서 공여국이 된 우리나라의 성장에 대해 개발도상국은 빠른 경제 성장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OECD 등에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인권 성장의 모델로 꼽는다. 그동안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고 이분적으로 생각하는 이들 많았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 하더라도 민주주의가 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의 열매가 시민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준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개도국 가운데 민주주의와 인권에 목말라하는 시민이 많을 수 있다. 이 시민을 임파워먼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성들이 경제, 정치 역량이 강화가 중요하다. 여성의 임파워먼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단지 여성만이 아니다. 여성이 돌보는 가족과 그 공동체에 많은 변화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방문할 나라는 어디인가.

“아시아 지역에 제일 먼저 방문하게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 관심이 많다.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다문화 결혼이 20년 정도 되면서 그 자녀들도 이제 청년으로 성장했다. 이 청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해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 특히 이들이 한국과 모국, 양국 모두의 문화와 언어에 능통한 만큼 국제개발협력의 훌륭한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경 이사장은

20년간 시민사회, 20년 동안 의정활동을 펼친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정치인.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의 여성운동가로 1996년 15대 국회에 들어간 이래 내리 5선을 기록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 대학원 정치외교학과를 마쳤다. 장하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최영희 탁틴내일 이사장 등 선후배들과 함께 학생운동 동아리 ‘새얼’을 만들어 이화여대 학생운동의 기반을 만들었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몸을 불살랐던 전태일을 알게 된 것은 가치중심으로 살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됐다. 형부인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 집필을 도우며 전태일과 어린 여공들의 삶을 접했다. 이후 그는 인천 학익동 방직공장에서 공활(공장에 취직해 노동자의 삶을 실제로 체험하는 활동)을 하며 민중의 삶을 몸으로 느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친구들과 함께 여성평우회를 만들었다. 여성평우회는 진보 여성운동의 모태로 불린다. 그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창립해 여성운동을 해나갔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총무 시절 ‘위안부’ 할머니들을 설득해 최초로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1967년 부산 출생 △이화여고-이화여대 영문과 △여성평우회 상임대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총무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국회의원(15∼19대) △이화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사단법인 여성의정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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