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는 ‘10무 정치’인

한국정치를 정상화시키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의결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는 비선실세 의혹 등 박 대통령의 헌법에 위배되는 범죄 의혹을 사유로 제기된 탄핵 소추안을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제안 설명’의 마지막 부분엔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임을 잃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며 주요 국가정책에 대하여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구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파면은 국론의 분열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론의 통일에 기여할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로 박 전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탄핵의 핵심 이유는 권력의 사유화였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박근혜 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을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착각했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할 책무를 지며 그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는 헌법 규정을 무시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이끌어낸 원동력은 촛불의 힘이었다. 6개월 동안 1700 만명이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 이는 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간, 전국적, 대규모 저항운동이었다. 분명 촛불 시민혁명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역사를 썼고, 우리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1700만명의 시민이 독일에서 ‘2017 에베르트 인권상’을 받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수 많은 국민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했을까. 촛불 집회를 촉발 시킨 요인은 박 전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었다. 촛불 민심이 “이게 나라냐”며 대통령 구속과 적폐 청산을 요구한 데서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기저 요인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었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치명적인 ‘10무(無) 정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⑤철학(비전)은 없고 공학(술수)만 있다 ②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다 ③책임은 없고 대표만 있다 ④리더십(leadership)은 없고 권력(power)에만 의존한다 ⑤견제는 없고 독식만 있다 ⑥공당은 없고 계파만 있다 ⑦분권은 없고 집중만 있다 ⑧합의(협치)는 없고 투쟁(배제)만 있다 ⑨공정은 없고 특권만 있다 ⑩남성 지배적 구조만 있고 성평등은 없다. 위대한 광장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인 촛불 집회는 ‘10무 정치’에 빠진 한국 정치를 정상화시키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정권은 교체됐고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 운영 기조가 바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권위주의적 소통 행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폐쇄적이고 초권위주의적인 행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행보로 새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70%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경제 정책 기조도 ‘사람 중심 경제’를 기치로 과거의 ‘선성장 후복지’에서 ‘선복지 후성장’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들에 대한 ‘불평등 구조’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력단절여성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엄마들이 올해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여성 고용율이 60% 넘으면 출산율도 오른다는 실증적인 근거가 있다. 그런데 여성이 임신·출산, 자녀 교육, 가족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참으로 불공정한 것이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돕고 진정한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공정 사회로 가는 첩경이다. 그것이 촛불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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