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검사·전문가·여성단체 

기본법 제정 세미나 개최

‘상징적인 법’ 되지 않으려면

처벌 조항 등 실효성 갖춰야 

 

조희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이 지난 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성관련범죄&여성 전문검사 커뮤니티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기본법 제정을 모색하다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조희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이 지난 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성관련범죄&여성 전문검사 커뮤니티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기본법 제정을 모색하다'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성 관련 범죄&여성 전문검사 커뮤니티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 제정을 앞두고 다양한 형태의 젠더폭력 현황과 대책, 피해자보호를 위해 검찰과 전문가, 여성단체 활동가가 머리를 맞댔다.

성 관련 범죄·여성 전문검사 커뮤니티(이하 여성 전문검사 커뮤니티)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기본법 제정을 모색하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 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젠더폭력’(Gender-based Violence)은 여성과 남성 사이에 사회적으로 할당된 성적 차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의지에 반해 행해지는 물리적, 성적, 언어적 폭력을 일컫는 포괄적 용어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적 착취, 강요된 성매매, 인신매매, 성희롱, 성기절단(FGM), 지참금 살인, 명예살인, 전쟁무기로서의 강간 등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물리적, 성적, 언어적 폭력을 포괄한다.

이날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성평등, 젠더폭력 대응을 위한 법정책의 방향’을,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권익안전실장이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의 의미와 문제점’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정부가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법 명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젠더폭력이란 개념을 쓰면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라는 본연의 의미가 쇠퇴할 수 있다는 의견과 여성차별에 기반을 둔 폭력임을 부각시켜야 반폭력운동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여성혐오를 기본법에 어떻게 포함시킬 것인지, 미약한 성희롱 규정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도 주요 과제다. 특히 ‘상징적인 법’에 머무르지 않기 위한 실효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미혜 실장은 “개별법을 추가로 제정하는 방식으로는 법률 간의 중복과 혼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기본법 제정을 통해 보편적 인권과 젠더 관점에서 폭력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독립적·독자적 추진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징적인 법이 되지 않으려면 실제 범죄 유형이 담기고 선언적이지 않으며 명확한 규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주무부처를 여가부로 확정하는 문구를 삽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관련된 부분들은 유관기관들 사이의 명확한 업무 분장 차원에서라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토킹, 성희롱 등 새로운 여성 폭력에 대해서는 기본법 내에서 국가 의무로 ‘모든 형태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다혜 부연구위원은 기존 여성폭력방지정책에서 나타나는 성별불평등 등 문제점을 짚으며 “젠더폭력에 대한 방지정책은 여성폭력을 위한 대응으로서 사회구조적인 성별위계에 대한 평등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담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찰, 전문가, 여성단체 활동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기본법 제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성 관련 범죄&여성 전문검사 커뮤니티
지난 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찰, 전문가, 여성단체 활동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기본법 제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성 관련 범죄&여성 전문검사 커뮤니티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정진아 부장판사, 김현아 변호사, 조주은 국회입법조사관,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명희 검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진행은 박은정 검사가 맡았다.

조희진 동부지검장은 이날 “여성에 대한 폭력 양상은 성폭력 등 기존 법제 외에 스토킹, 인신매매, 데이트 폭력, 사이버 성폭력,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 등 점점 그 양상이 다양하고 심각해졌다”면서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기본법 제정은 정부의 국정과제로 정부는 물론 학계와 여성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합심해 훌륭한 입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성 불평등한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이며, 그 폭력으로 인해 성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심화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보편적 인권과 성평등의 의미를 보다 적극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전문검사 커뮤니티(좌장 조희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는 법무부, 대검찰청 지원으로 결성된 검사들간의 전문연구 커뮤니티다. 현재 회원은 전국의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전담검사 위주로 총 125명으로 여성정책,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매매 등을 중요한 연구주제로 활발한 세미나와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검찰 내 성평등 관점에 입각한 여러 형사 정책들을 제안하고 범죄수사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실무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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