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이트라

국내법 제재 안 받아

방심위 참여 요구도

이미 거절한 텀블러

방통위도 속수무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텀블러(tumblr)’가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며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pexels.com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텀블러(tumblr)’가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며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pexels.com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텀블러(tumblr)’가 음란물 도피처로 지목되자 내놓은 정부 대책이 ‘눈가리고 아웅’식의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제시한 ‘자율심의협력시스템 가입 요구’에 대해 텀블러가 이미 지난해 거절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의 효과도 저조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실효성 높은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근 텀블러는 성매매, 음란물 공유 등으로 이용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나체 사진과 성폭행 모의 글이 텀블러에 게시되면서 충격을 줬다. 게시물에는 여성의 사진과 함께 학교명, 학년, 이름 등이 적혀 있었다. 작성자는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의 동생이라며 “댓글로 (성관계를) 하고 싶다고 적으면 1대1 채팅을 해드리겠다”고 적었다.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공유 2200여건, ‘좋아요’ 9200여개를 받았다. 게시물 댓글로 여성을 성폭행하고 싶다 등 음란성 댓글도 약 1만개 이상 달렸다.

당시 디지털 성폭력 대항단체 DSO가 텀블러 게시물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해당 경찰서는 학교 전담 경찰관을 통해 피해 학생이 있는지 확인만 했을 뿐 출동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텀플러가 음란물의 온상으로 떠오른 것은 가입이 쉽고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를 받은 텀블러의 성매매·음란 정보는 4만7480건으로 전체 성매·음란 정보의 58%에 달했다. 올해 6월까지 통계에서도 전체 3만200건 가운데 2만2468건(74.4)%가 텀블러였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텀블러 측에 이메일을 보내 불법 콘텐츠에 대한 심의 협력을 요청하고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가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며 거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은 방심위가 2002년부터 주요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 시스템에 가입한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해 구글·트위터·페이스북 한국 지사들은 음란물·장기매매·자살 등 명백한 불법 정보들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심의하기 전 사업자들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삭제하고 조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효성 위원장은 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조치에 응하지 않는 텀블러 서비스의 차단 및 삭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심위의 미흡한 업무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IT 분야 전문가로 청소년유해정보와 정보화 역기능을 감시하고 있는 조재운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외국의 기업이 한국의 어느 정부기관에서 이메일을 보내고 (거절) 답변을 받은 것으로 할 일 다했다는 식의 태도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방심위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경찰청도 해외에 범죄자인도요청을 할 때 외교부의 협조를 받아 해당국가에 보내는 것처럼 방심위가 정말 해결에 의지가 있다면 외교부에 협조를 요청해 미국 정부가 해당 기업에 연락을 취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노력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은 결국 “방심위가 문제 의식이 결여돼있기 때문”이라면서 “비판이 많으니 흉내만 내고 그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성신문>이 방심위에 문의한 결과, 지난해 텀블러 측에 이메일 발송 외에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협조와 관련해서 방심위 담당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외교적 노력을 하라는 주문을 받은 바 있다”면서 “외교부와 방통위와 함께 미국을 방문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미국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방심위가 외교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숙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사안에 협조할 수는 없다. 공식적인 협력 요청을 받은 후에 협업이 가능할지 판단이 가능하다”면서 “모든 부처가 요청을 한다고 해서 대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무엇보다 미국 본사에 찾아간다 해도 ‘자율심의협력시스템’ 가입은 첫 관문일 뿐이다.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실제로 국내 포털 업체가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 영상이나 음란물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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