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명 소도시 다케오

연 방문객 100만명 달해

‘콜라보레이션’ 전략으로

책 사고 싶은 계기 만들어

 

 

 

인구 5만명이 사는 일본 다케오시. 우리나라로 따지면 지방 ‘군’정도 크기의 지방 작은 도시다. 이렇게 작은 도시의 도서관 이용자가 한해 100만명까지 올랐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숫자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젊은 사람들의 이주 인구도 늘었다 한다. 이 현상으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전 세계 도서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도서관 건축은 강렬한 첫 인상이다. 외형과 내부 인테리어에서는 일본 전통건축의 콘셉트를 현대화시켰고 전체적 실내 톤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조명이 역할을 하고 있다. ‘무지’를 만든 하라 켄야가 디자인한 시스루 스타일의 사인들에서부터 디테일한 부분의 디자인들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은 부분이 없다.

서울 별마당 도서관의 벤치마킹 모델이기도 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도서관을 서점에서 관리하고 내부에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는 혁신적인 도서관 운영 사례다. 도서관을 둘러보며 ‘책에 커피를 흘리진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들춰본 책들을 누가 사갈까’, ‘그냥 책을 들고 가면 어떡하지’, ‘담당 공무원들이 운영에 간섭은 안할까’라는 오만 상상이 다 들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 ⓒCCC
다케오 시립도서관 ⓒCCC

 

다케오시에서는 시립도서관의 리노베이션을 준비하면서 혁신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츠타야서점에 도서관의 리디자인부터 도서관 운영까지도 한 번에 맡기는 파격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 입구에서부터 잡지와 문구가 즐비하게 놓여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미조카미 마사가츠 관장은 “잡지를 통해 도서관이 오래된 책들이 아닌 항상 새로운 책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이런 전략들은 츠타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전략이다. 도서관과 서점과 카페가 뒤섞여 도서관에 들어온 건지 서점에 들어온 건지 모호한데, 츠타야 입장에서는 도서관과 콜라보된 서점인 셈이고 다케오시의 입장에선 서점이 콜라보된 도서관이 아닐까.

츠타야는 일본 각지에 서점을 세우면서 로컬 라이프스타일과 콜라보된 서점을 지향한다. 남바츠타야는 오사카의 랜드마크 글리코상 옆에 위치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유흥가 중심에 무슨 서점일까 싶은데 남바츠타야에는 화장품과 콜라보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화장품 매장과 책을 구분 없이 진열하고 있다. 하코다테 츠타야에서는 자동차와 콜라보를 하고 후타코타마가와 츠타야에서는 가전제품과 콜라보를 하고 있다. 츠타야 서점의 특징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맥을 같이 한다. 츠타야(서점+스타벅스)+로컬 라이프스타일. ‘좋은 책을 파는’ 서점에서 ‘필요한 책을 파는’ 서점 츠타야. 그래서 츠타야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책을 알려 주는 느낌이다.

도서관을 둘러보고선 다케오 시립도서관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가 궁금해서 여러 권의 관련 책을 샀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책은 다케오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조카미 마사가츠 관장은 “츠타야에 들르는 사람은 다른 서점에 비해 책을 사가는 경우가 더 많다. 츠타야는 공간을 통해서 ‘책을 사고 싶게 만드는 계기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가서 도서관의 근사한 외형만 기억하지 말고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지를 꼭 기억해 달라는 마지막 조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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