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왼쪽 두번째)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 총회에서 김성태(오른쪽) 신임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과 만세를 부르고 있다. 2017.12.12. ⓒ뉴시스ㆍ여성신문
홍준표(왼쪽 두번째)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 총회에서 김성태(오른쪽) 신임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과 만세를 부르고 있다. 2017.12.12. ⓒ뉴시스ㆍ여성신문

공천 영향력 지닌 당협위원장 

253명 중 여성은 단 15명

당내 여성 세력화 위해

여성 당협위원장 늘려야

홍준표 대표, 청년·여성 50%

공천 로드맵 안보여

자유한국당이 당협위원장 교체를 앞둔 가운데 이번 기회를 여성 인재 확대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당협위원장이 되면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은 당원협의회 전국의 국회의원 지역구 253곳의 지역별 책임자를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위원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들 위원장은 지역별 당 조직의 운영을 책임진다. 당원을 모집하고 교육하고 선거를 치르며 공천권도 갖는다.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맡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없으면 차후 선거에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맡는다.

자유한국당은 조직 혁신의 일환으로 현역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평가 작업을 실시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최대 30%까지 교체해 새 인물을 임명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협위원장 중 여성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전국 253개 당협(공석 포함) 중 여성은 15명(5.92%)에 불과하다. 현역 의원이면서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는 김승희·김정재·나경원·윤종필·임이자 등 5명이다. 원외 당협위원장은 11명으로 서울지역 △용산구 황춘자 △은평구 홍인정 △동작구갑 김숙향 △서초구을 조은희 △서초구갑 류여해 △강남구을 신연희 △부산연제구 김희정, 경기 △부천원미갑 이음재 △광명시갑 정은숙 △전북 익산시갑 김민서 등이다. 김영선 전 의원은 최근 경남도지사 선언을 하면서 고양시 일산서구 위원장에서 물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현재 지역위원장 중 여성은 26명(직무대행 포함)이 있다.

특히 이번 교체 작업은 시기적으로 중요하다. 당협위원장이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광역·기초의원 후보자를 선출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내년 선거의 여성 공천을 늘리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선거 출마자와 당선자들은 기초·광역의원 공천에는 중앙당보다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0년 지선 후 기초·광역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중앙당 대표가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은 9.8%에 불과했으나 시·도당 위원장은 26.5%, 관할 지역위원회(당협) 위원장은 69.1%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원홍 연구위원은 ‘지역위원회가 지방의원 공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역위원장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지역 내 예비후보 경선 과정도 위원장의 의견이 들어갈 확률이 높아 위원장이 원하는대로 치러지는 경우도 많다. 원칙적으로는 해당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간 합의에 의해 경선방식이 결정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당협위원장의 의중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동하는 것이다. 공천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그것을 시행하는 공천권자의 인식과 태도는 결정적이다.

당협위원장, 여성 공천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이같은 상황에서 당협위원장의 성별은 공천받는 후보자의 성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 의원들은 위원장과 후보자와의 친소관계가 공천에 영향을 준다고 인식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풍토와 남성적 조직문화 속에 남성들은 남성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쉽다는 점에서 여성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지역 공조직 또한 남성 중심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여성들은 공조직을 활용한 대의원·일반당원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느낀다. 반면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여성이 조직의 책임자나 관리자인 경우 여성의 저조한 사회 참여에 대체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여성의 공천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선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경쟁력이 비슷할 경우 여성이 선택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올해 7월 발표한 20대 국회의원 정치 대표성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대표성 강화에 대한 정책 관심도’가 ‘매우 많다’고 응답한 남성은 32%에 그쳤으나 여성은 72%에 달했다. 의원들이 주로 당협위원장직을 맡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같은 통계는 여성의 공천과도 연결될 수 있다.

또 김원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보고서에는 공천과정에서 재선에 출마하기 위해 경선에 참여하는 여성들에게 지역위원장이 노골적으로 “한번 했으면 됐지, 또 하려고 하느냐”고 문제제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역위원장의 성차별적 인식이 여성이 정치경력을 지속해 역량을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한 여성 시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어느 조직에서나 여성의 비율이 중요하며, 지역위원장에서 여성이 많은 것은 당내 여성의 세력화를 위해 중요하다”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조직 혁신은 정치적으로 소외된 여성에게 대표성 확대를 보장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청년과 여성 50%를 공천하겠다고 여러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로드맵은 없다는 점에서 공천이 임박하면 ‘여성 인재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여성이 배제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 첫 단계로 당협위원장 교체에서부터 여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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