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의 저자 게일 에반스는 비지니스계에서 여성의 입지가 남성들에 비해 현저히 차이나는 까닭을 ‘성향차이’로 분석한다. 양보와 배려가 몸에 밴 ‘착한’ 여성성은 비즈니스 계에 들어오면 제 밥그릇 못 찾아먹는 나약함으로 보이며 ‘일’이 주어지는 ‘지위’마저 뺏기게 된다는 것. 따라서 저자는 빛나는 여성성을 지향하되 게임은 남자들의 방식으로 거칠게 하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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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피도 눈물도 말라버린 세계에 ‘모든 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여성적(?) 신조를 가지고 입문한 <좋은 사람>(다카하시 신Takahashi Shin, 세주문화사)의 기타노 유지. 여성차별, 구조조정, 사장파와 반대파의 권력다툼 속에서도 그는 특유의 ‘좋은’ 모습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그의 주변 사람도 하나 둘 그와 같은 꿈을 꾸게 된다.

만화다운 이 이야기는 극중 유지의 말 ‘기업은 사람이 모여 만든 것이니 만큼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를 주제로 하고 있다. 모여서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조직의 강점이 약해지고, 부속화되어 버려질 때까지 일하거나 평가에 의해 걸러지는 ‘조직 속 개인’의 집합이 된 기업. 작가는 개인 하나하나가 행복해 지지 않으면 그 합인 기업도 존재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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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는지 감았는지 알 수 없는 멍청한 눈. 남을 돕다가 번번히 지각을 하는, 자본주의 기업문화에서 보면 전혀 경쟁력 없는 인간형인 유지.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그는 여성의 강점인 인화력과 남성의 강점인 추진력을 겸비한 보기 드문 인재다.

그의 ‘좋은 세상 만들기’는 이 두 강점이 어우러져 만든 결과이지, 약육강식의 원리나 게임의 법칙에 편입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유지가 차라리 여자로 설정됐더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욕심도 들었다.

그러나 만화보다 의미있는 현실에는 기업차원의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여성의 외모에 관한 편견을 깬 아니타 로딕, 임신 중에 기획한 사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수잔네 베스트팔, 남성에게 보여지는 옷보다 여성의 실용 패션을 주장한 코코 샤넬과 같이 훌륭한 여성 기업가가 이미 많기 때문에, 사소한(?) 욕심은 접어두기로 했다.

이미선 객원기자 gogochichi@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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