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라는 호칭에 차별과 인권침해가 깃들어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여러 대안도
 나왔으나, 결국 실질적인 인식과 정책의 변화 없인 헛물켜기라는 지적이 높다. ⓒ박규영 디자이너
미혼모라는 호칭에 차별과 인권침해가 깃들어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여러 대안도 나왔으나, 결국 실질적인 인식과 정책의 변화 없인 헛물켜기라는 지적이 높다. ⓒ박규영 디자이너

1989년 법에 미혼모 첫 규정 이후 “차별적” 비판 이어져

결혼제도 내 출산만 인정하는 규범에 어긋나 부정적 낙인

비혼모·언웨드 등 대안 나와도 인식·정책변화 없인 효과 없어

‘미혼모’.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기를 낳은 여자를 가리키는 이 말이 당사자들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낳고 있어 고쳐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사회적 인식과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오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미혼모 호칭 : 정체성 확인과 차별적 효과 사이’를 주제로 제111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이 열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서울시 인권위원회, 서울시 성평등위원회가 공동 개최했다. 

미혼모라는 말이 처음 쓰인 것은 1989년 모자복지법 제정 시기다. 법적 용어로 규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여성계는 미혼모에 담긴 차별적 의미를 비판하며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문제제기해 왔다. 미혼모의 정치세력화에 유용하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명칭의 정치적 효과와 개념적 유용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2011년엔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새 명칭을 공모하기도 했다.

미혼모라는 용어가 차별을 내포하게 된 배경엔 뿌리 깊은 가족주의와 일본식 호적제도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법을 거의 그대로 들여온 가족법은 법률혼과 남계혈통에 의한 가족구성 원리에 기초한다. 변화하는 가족 개념을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성정현 협성대 교수는 “미혼모는 모계의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을 구성한 자이며 법률혼이 아닌 동거나 사실혼을 통해 아기를 낳은 어머니라는 점에서, 결혼제도 내의 출산만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가족 형성 규범에 어긋난 일을 행한 자”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미혼모 대신 ‘비혼모’, ‘언웨드(Unwed)’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용어를 바꾸기보다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자”는 주장도 물론 존재한다. 성 교수는 인식 개선을 위해 신조어 개발과 활용을 위한 법제도 근거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며, “당사자와 연구자들의 고유하면서도 독자적인 세력화 과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연구센터장은 “다양한 삶의 양식, 다양한 파트너십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외 출산으로 형성된 가족은 이제 낯선 개념이 아니다. 출산율이 약 1.7명 이상인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만 봐도 혼외출산율 비중이 40~60% 수준이다. 결혼·출산은 당사자의 주체적 선택과 결정에 달린 문제가 됐다. 김 센터장은 “양육 미혼모 가족이 시설에 거주하는 특수 집단이 아닌,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다양한 양육하는 가족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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