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채움’은 생애주기별 체육활동참여율이 저조한 출산전후, 갱년기, 직장여성을 대상으로 생활체육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한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총 15회, 주 1~2회 수업을 통해 여성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서울·경기·인천·전북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및 직장 50개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대부분 요가 처음 접해 

24시간 자녀 옆에서 대기조 

요가수업 통해 몸과 마음 치유

아이들 있는 공간서

운동하는 게 가장 큰 장점  

 

지난 11월 29일 대한체육회의 ‘미(美)채움’ 요가 수업에 참석한 뇌전증주간보호추진위원회 회원들의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11월 29일 대한체육회의 ‘미(美)채움’ 요가 수업에 참석한 뇌전증주간보호추진위원회 회원들의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6세 지적장애 아들을 둔 김보희(64)씨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만 되면 덩치가 큰 아들을 데리고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주민센터를 찾는다. 대흥동 장애인주간이용센터에서 아들을 돌봐주기 때문이다. 

센터가 업무를 마치는 오후 6시 전까지 김씨는 항상 대기조로 이곳을 지킨다. 아들에게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아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 김씨는 점심을 먹거나 다른 장애인 엄마들과 이야기꽃을 피운다. 하지만 잠깐 볼 일을 보러 가는 동안에도 초조함을 느낀다. 저녁이 되면 센터에서 돌아오면 그때부터 김씨가 홀로 아들을 돌봐야 한다. 아들의 손과 발인 셈이다. 아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에 가기 위해 아들을 태운 휠체어를 직접 끌고 다녀야 한다.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생긴 지도 오래다. 이런 하루를 36년간 반복했다.

 

뇌전증주간보호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뇌전증주간보호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부분의 장애인 부모는 평생 자녀를 돌보는 짐을 짊어진다. 특히 엄마들이 이 역할을 혼자서 해내야할 때가 많다.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의 몸은 항상 천근만근이다. 이들의 하루는 대부분 자녀를 보살피는 데 쓰인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반복된다.

이곳을 다니는 다른 엄마들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보호시설이 없었다면 자녀들의 하루는 오롯이 엄마들이 책임져야 한다. 이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은 자녀들이 보호시설에서 보살핌을 받을 때다. 지적장애 아들을 둔 김 씨와 달리 이곳의 엄마들은 대부분 걷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자녀를 두고 있다. 20년 이상 성인 자녀들의 휠체어를 끌어온 탓인지 이들의 어깨는 항상 결리고 뭉쳐 있다. 

요가수업은 장애인을 둔 엄마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넘어 힐링이자 치료법이 되기도 한다. 평소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낼 수 없을뿐더러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가벼운 동작만으로도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깨 결림은 근육에 유산이 축적돼 혈액 순환이 나빠져서 생긴다.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 수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이들은 어김없이 대흥동주민센터 생활체육실로 모였다. 마지막 수업인 이날은 그간 배워온 동작을 차근차근 복습하는 시간이었다. 웰빙밴드, 요가매트, 폼롤러, 짐볼 등 다양한 운동 도구가 사용됐다. 다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했다. 중간중간 어려운 동작에 숨을 고르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에 잘 안 되던 동작도 강사가 직접 균형을 잡아주면 이내 바른 자세가 됐다. 

 

뇌전증주간보호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뇌전증주간보호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회원들은 요가수업을 통해 어깨 결림이 그나마 줄었다고 했다. 중증장애인 아들을 둔 강재경(53)씨는 “평소 허리를 한쪽으로만 사용해 어깨가 많이 뭉쳤다. 어제도 경락을 받고 왔다”며 “최근 요가하고 나서 뭉친 근육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제 할 만해지니까 수업이 끝나 너무 아쉽다. 이런 프로그램이 또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맨 처음엔 엄청 버벅거렸죠. 몸이 뻣뻣했는데 많이 유연해졌어요. 처음 체력 측정할 땐 정말 엉망이었어요. 저번 수업에서 균형, 유연성 등 여러 검사를 했는데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더라고요. 살도 빠졌어요.”

자녀들과 한 공간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최진숙(50)씨는 “24시간 아이를 돌보고 있으면 계속해서 쌓인 피로를 풀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아이들을 어딘가에 데려다 놓고 우리가 장소를 옮겨 체육활동을 하러 가기가 참 힘들다. 꾸준히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뇌전증주간보호추진위원회 요가 수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뇌전증주간보호추진위원회 요가 수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개월간 수업을 진행해 온 곽윤아 강사는 “회원들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주 건강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프로그램 실시 전과 후에 진행된 우울증·스트레스·체력검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대부분의 회원이 요가수업에 참여하기 전보다 각종 항목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았다.

“처음 검사할 때 팔이 끝까지 안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할 때 올라가더라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아이한테만 매달리다 보니 여유가 없어요. 60년 넘게 살면서 요가라는 걸 처음 배워봤으니 말 다 했지요. 이런 기회가 생겨 너무 좋습니다.” 김보희 씨가 검사 결과를 설명하며 빙긋 웃어보였다.  

* 이 기사는 대한체육회와 여성신문 공동기획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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