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디아 “있는 그대로의 나, 그게 가장 아름다운 거죠”
가수 디아 “있는 그대로의 나, 그게 가장 아름다운 거죠”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2.04 18:18
  • 수정 2017-12-0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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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수 디아

공백 이후 3년 만에 

자작곡으로 채운 앨범 

‘Stardust’로 돌아와 

한국사회 살아가는

여성의 삶 이야기해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갔는데 기 세보인대. 남자들이 싫어한대. 짧은 치마에 넌 표정이 굳어지네. 여자답게 조신하게 똑바로 하래. 여자다운 여자 대체 뭔데. 네 말을 잘 듣는 여자? 여자다운 여자는 자신감이 넘쳐. 듣기 싫은 말에 한마디 할 줄 알아.” (지난 6월 발표한 정규앨범 ‘Stardust’ 타이틀 곡 ‘비행소녀’ 가사 중)

“세상에서 제일 싫은 건 그래 말 많은 아저씨. 내가 해봐서 잘 안다며 가르치려 하는 아저씨. 다 개소리야 우린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 어린 아이들의 꿈을 갖고 장난치는 못된 아저씨. 위해주는 척은 다 하면서 새카만 속은 훤히 다 보여. 언제부터 나를 봤다고 도대체 나이가 몇 개이신데 오빠라고 부르래” (지난 6월 발표한 정규앨범 ‘Stardust’ 수록곡 ‘말 많은 아저씨’ 가사 중)

현재 2~30대 여성이 가장 공감할 만한 노래를 들고 나온 가수가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일침을 가하고 ‘말 많은 아저씨, 나를 가르치려 하는 아저씨, 어린 아이들의 꿈을 갖고 장난치는 아저씨가 제일 싫다’고 당당히 외친다. 바로 가수 디아(김지은·25)다.

지난 2009년 18살에 데뷔한 그는 어느덧 8년차 가수가 됐다. ‘가요계의 다이아몬드가 되자’는 뜻에서 직접 ‘디아’라는 예명을 지었다. 데뷔 앨범 이름은 ‘0캐럿’이다. 이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였다. 가수로서 성숙한 정도를 따지면 지금은 몇 캐럿쯤 됐을까? 디아는 “애초에 최종목표를 10캐럿으로 정했다”며 “지금은 5캐럿 정도 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뭘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곡을 쓰기 시작한 즈음부터 절반은 왔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부터는 제가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거고요. 10캐럿까지 가려면 꽤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솔로 가수로 활동하던 그는 2013년 10월 4인조 걸그룹 ‘키스앤크라이’로 데뷔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반응이 좋지 않아 반년여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팀이 깨진 후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디아는 마음을 추스르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후 홀로서기에 나섰고, 친한 프로듀서의 권유로 스스로 곡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작사·작곡에 매달리며 앨범 작업을 마치고, 10개 곡에 해당하는 그림 작품을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다. 그렇게 나온 앨범이 ‘Stardust’다. 별무리를 뜻하는 ‘스타더스트’는 다른 한편으로는 천부적인 재능이 뿜어내는 황홀한 매력을 의미한다. 디아는 이번에 작업한 아트워크로 지난 1~3일에는 서울 종로구 갤러리밈에서 5명의 작가와 함께 ‘Dream 6’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 담긴 노래들 중 ‘비행 소녀’와 ‘말 많은 아저씨’가 특히 눈에 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예전 노래들에서는 볼 수 없던 주제인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짧은 치마를 즐겨 입는데, 어느 날은 셔츠로 꽁꽁 가리고 왔더라.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고 물었더니 남자친구가 짧은 하의를 입으면 너무 싫어한다고 하더라. 그런 얘기들을 하다 보니 각자 경험담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저도 예전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SNS에 셀카를 올린 적이 있는데 ‘기 세보인다’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엄청 들었다. 스트레스였다. ‘왜 여자는 항상 조신해야 되고 백합처럼 순결을 지켜야 하고 또 어디에서는 섹시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당당한 여자, 자신감 넘치는 여자가 여자다운 여자임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게 멋있는 것이란 걸 얘기하고 싶었다.”

-‘말 많은 아저씨’도 경험담에서 비롯된 노래인가?

“맞다. 제가 직접 겪고 너무 화가 나서 쓰게 됐다. 여러 부류의 아저씨를 만나봤다. 성희롱 발언하는 변태 아저씨, 제 인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아저씨 등등. 한 번은 아는 사람을 따라 술자리에 갔다가 제 나이대의 딸이 있을 법한 아저씨가 ‘오빠라고 부르라’면서 술을 따르게 했다. 특히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직장 상사 중에 상대방을 가르치려드는 사람이 많더라. 그런 아저씨들에게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라고 당당하게 반박하고 싶었다. 노래 가사 중에 ‘어린 아이들의 꿈을 갖고 장난치는 아저씨들’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제가 아는 연습생 동생 중 회사에서 성희롱을 당한 친구들이 있다. 그런 부분도 간접적으로나마 지적하고 싶었다.”

-지금 시기에 딱 맞는 노래들인 것 같다.

“‘비행 소녀’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페이스북에도 함께 올렸는데 어린 학생들이 자기 친구를 태그하면서 ‘이거 네 얘기잖아’라며 공감하는 걸 보니 정말 뿌듯했다. 제가 처음에 의도한 게 그거였으니까. 제 노래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으면 했다. 댓글에는 ‘이 언니 뭐야. 왜 이렇게 멋있어?’라는 말도 있더라. 계속 이런 방향으로 음악을 해나가고 싶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미디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콘텐츠에서는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그린다. 저는 여자가 단순히 ‘나 예뻐해 줘요. 나 섹시하죠’라고 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사상을 가진 인간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디아는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그림으로 다시 표현해냈다. 10개의 아트워크가 그 결과다. ‘잠 못 드는 밤에’, ‘귀여워’, ‘비행 소녀’, ‘U.F.O’, ‘안녕’, ‘Come On Down’, ‘말 많은 아저씨’, ‘뚝뚝’, ‘집에 가기 아쉬워’, ‘Paradise’ 등 각 곡에 담긴 주제를 토대로 작품을 그렸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게 취미였다는 그는 앨범에 들어갈 대표 작품을 준비하던 중, 하나만 그리려니 아쉬웠다고 했다. 그래서 10개 수록곡에 해당하는 그림을 모두 그렸다. 다 완성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가수 디아의 앨범 ‘Stardust’에 담긴 첫 번째 아트워크 ‘잠 못 드는 밤에’. ⓒ가수 디아
가수 디아의 앨범 ‘Stardust’에 담긴 첫 번째 아트워크 ‘잠 못 드는 밤에’. ⓒ가수 디아

 

가수 디아의 앨범 ‘Stardust’에 담긴 세 번째 아트워크 ‘비행 소녀’. ⓒ가수 디아
가수 디아의 앨범 ‘Stardust’에 담긴 세 번째 아트워크 ‘비행 소녀’. ⓒ가수 디아

-그림들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본인의 자화상 같기도 한데.

“‘비행 소녀’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제일 오른쪽에는 백합 꽃밭으로 들어가는 여성이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타협하는 여자를 뜻한다. 가운데에는 백합을 찢고 나오려는 여자가 있다.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걸 의미한다. 제일 왼쪽에 있는 여자는 찢어진 백합을 들고 있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고 나온 여자다.”

-이런 생각들은 최근에 갖게 된 건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걸그룹 하면서부터. 저는 제 주관이 너무 뚜렷한데 음악이든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없으니 정말 힘들더라. 또 무대 위에서 섹시한 척을 해야 한다는 게 고통스러웠다. 안무할 때는 어떻게든 골반을 꺾으라고 하고, 여자는 라인을 보여줘야 된다고 하고. 그런데 인터뷰할 때는 또 발라드 가수처럼 조신하게 말하라고 하더라. 말투까지 관리를 하는 게 정말 지겨웠다. 나는 내 진짜 성격이 있는데. 물론 한편으로는 멋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저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가수생활 하는 게 대체 누구 좋으라고 하는 일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디아 ⓒ디아
가수 디아 ⓒ디아

-걸그룹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생각들이 이번 노래를 만드는 데 어느 정도 밑거름이 된 것 같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자고 생각했다.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자가수들은 그런 콘셉트가 많은데 여자가수는 별로 없지 않나. 그래서 이효리 선배를 존경한다. ‘미스코리아’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그 안에 담긴 의미가 굉장히 멋있다. 옛날에는 이효리라는 사람의 외적인 것만 보고 ‘멋있다’고 했다면, 지금은 그의 멘탈을 본받고 싶다. 신인 여자 가수들도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여성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나갈 생각인가?

“그렇다. 왜냐면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비행 소녀’ 뮤직비디오에는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성소수자의 모습을 그렸다. 각자 지닌 모습 그 자체로 예쁘고 재밌고 멋있어 보이길 바랐다. 뮤직비디오를 통해서는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내용을 담아봤지만, 노래로는 아직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 노래를 통해 더 확장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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