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오후 2시 ‘2017 검은시위’

청와대, 23만명 청원에 응답했으나

‘낙태죄 폐지’ 여부 입장은 안밝혀

여성들 “정부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안전하고 합법적 임신중절 보장해야”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시위’에서 참가자가 구호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시위’에서 참가자가 구호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오늘(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서 2017 검은시위 ‘그러니까 낙태죄 폐지’가 열린다.

한국여성민우회, 건강과대안 등 11개 단체와 조직이 모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이날 낙태죄 폐지를 위한 정부의 책임있는 결단을 다시한 번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합창 퍼포먼스 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거쳐 세종로공원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인다.

앞서 지난 11월 26일 청와대는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했다. 한달만에 모인 23만명의 ‘낙태죄 폐지’ 청원에 정부가 응답한 것이다. 청와대는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전혀 묻지 않으며, 현실의 임신중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낙태죄’의 문제점을 짚었다. 8년간 중단됐던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내년에 재개하겠다고 밝혀 사회적 공론화의 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하지만 23만명이 요구한 ‘낙태죄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성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는 첫 번째 이유다.

여성단체들는 정부가 현 법제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점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으로보고 있다. 여성계는 “청와대와 정부가 낙태죄 폐지를 향한 진일보한 입장을 표명”(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7개 여성단체) “처벌 위주 정책의 문제와 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은 고무적”(성과재생산포럼) 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회적·법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여성계 요구인 “낙태죄 전면 폐지”엔 미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이번 청와대 답변에선 ‘미프진 도입’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답도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물 제목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 였다. 낙태죄 폐지와 함께 미프진의 합법적 국내 수입, 유통 등의 방안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미프진은 세계 119개국에서 승인받아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흡입식 낙태수술보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필수 의약품 목록에 등록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조국 수석은 답변에서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는 사회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여성계는 “무엇보다 당장 임신중단이 필요한 여성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 대책 마련엔 시간이 걸리며,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위험 속에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안전한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일조차 막막하고, 수술 후유증이 있어도 다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임신중절 사실을 빌미로 한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개선되기 어렵다”며 “한시적 경과조치 등 지금 당장 현행법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청와대가 제시하고 있는 대책들은 당장 시행 가능한 것들이 아니다”라며 이 대책들이 마련되는 기간 동안 여성들은 여전히 청와대가 답변한 대로 “처벌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 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의 부작용”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공동행동은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은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고 여성건강을 위협하는 국가와 법, 제도의 부정의를 해체하고자하는 사회적 관심과 열망이 담긴 요구였다”며 “이에 연령, 결혼 유무, 장애와 질병,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경제적 차이 등을 넘어 개인의 삶과 존엄을 위해 낙태죄를 폐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은 지난 9월 28일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맞아 발족했다. 공동행동에는 건강과대안, 불꽃페미액션, 성과재생산포럼,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페미당당, 페미몬스터즈,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안전하게 임신중단시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낙태죄 폐지를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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