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 인터뷰]② “내각 여성 30%, 국무회의서 여자라는 인식 못 해”
[강경화 장관 인터뷰]② “내각 여성 30%, 국무회의서 여자라는 인식 못 해”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2.01 12:20
  • 수정 2017-12-0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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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 인식 확산 위해 지도자 솔선수범해야

외교부 혁신의 핵심 중엔 일과 가정의 양립

이연숙 전 장관, 유엔 루이즈 아버 존경

반기문 총장은 유엔서 인권분야 지원 많이 해

 

(강경화 장관 인터뷰 1편에서 계속)

-글로벌 스탠더드로 볼 때 한국의 남성적 조직문화는 어떤가. 여성신문은 남성의 성평등 의식을 위해 히포시(HeForShe)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웬만한 자리에 가면 여성이 혼자일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여성을 동등한 상대자로 바라보지 않는 남성의 인식에 공감이 될 때가 있다. 그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어떤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국회 대정부질의 당시 모 의원이 저의 백발 머리와 관련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저는 물론 그분도 당황스러웠을 거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 역시 ‘이런 게 이제는 통용이 안 되는구나’ 생각했을 거다. 그런 계기들이 필요한 것 같다.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의 의지, 대통령의 의지는 굉장히 강하신 듯하다. ‘lead by example(솔선수범)’이라고 한다. 공무원 사회의 솔선수범이 제일 강한 추진력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지시나 규정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대통령 이하 모든 지도자 위치의 사람이 몸소 보여주신다면 상당히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장관님은 가는 곳마다 여자 혼자라고 하지만 이번 정부 내각에 여성이 30%가 됐다.

“여자이기 때문에 느낄 법한 위압감 같은 게 국무회의에서는 전혀 없다. 여자라는 인식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외무고시에 여성 합격률이 70%를 넘었고 외교부 직원 중 여성이 39%에 이른다. 그런데 간부의 여성 비율은 8%다. 현 정부 임기 내 여성 간부 목표를 20%로 설정했는데 구체적인 전략이 궁금하다. 가령 여성 대사 비율 등을 늘리는 방안은?

“대사도 (성별 목표치에) 넣을까 했는데 인력풀이 얕더라. 여성 관리직 20%는 현실 가능하다. 다만 업무 환경 상 여성이 아이를 낳는 순간 뒤쳐지게 된다. 육아휴직 가서 낙오되고, 돌아왔을 때 남성 동료보다 훨씬 경쟁력 없는 자리가 주어진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일과 가정·육아가 말 그대로 양립할 수 있게 직원을 도와주는 것이다. 남성들도 육아휴직하고 싶어한다. 제도적인 게 아니더라도 문화나 분위기로 차별받지 않도록 고쳐나가고 있다. 예컨대 여성 직원이 해외공관에 나갈 때 육아를 위해 부모님을 많이 모시고 나가는데 관광 비자로 가다보니 3달마다 돌아오셔야 한다. 그런 불편함부터 덜어 줄 수 있는 개선 방안을 하나씩 찾아보고 있다. 외교부 혁신의 핵심 중 하나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외교부의 이같은 추세라면 20%도 넘어설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고 인권외교가 저절로 이뤄질 것 같다. 이와 함께 국장급 이상 남성 상관들 의식도 크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성평등 교육 내용이 얼마나 알찬지 저는 모르겠다. 교육 내용도 맞춤형으로 할 필요가 있다. 공관에는 공관에 맞게, 부는 부에 맞게 필요하다. 하나의 혁신 방안으로 직원들 교육 문제가 중요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2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여성신문 김효선 발행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2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여성신문 김효선 발행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외교 인생을 보면 탐험을 대단히 즐기시는 듯 하다. 영향을 준 사건이나 인물이 있을 것 같다. 

“저의 부모님께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하셨다. 한번도 ‘노(No)’라고 안하신 것 같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대학 졸업하고 유학 가겠다고 했을 때 여자 혼자 유학 안보내던 시절에 부모님은 가보라고 하셨다. 새 기회를 늘 찾아다니고, 주어지면 따지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거 계속 할 수 있는 집안 분위기도 그렇고, 중고등학교 분위기도 그랬다. 그래서 딸도 그 학교 보냈다가 청문회에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외교 관련 일을 하시면서 커리어를 잡아가는데 도움이 된 분을 꼽는다면?

“국내에선 이연숙 전 장관님(여성부 전신인 제2정무장관)을 중심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힘을 합해 1995년 베이징여성대회에 참가했고 그때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국제사회에서는 저를 유엔으로 이끌어주신 이가 루이즈 아버(Louise Arbour)는 당시 인권고등판무관(UNHCR)이었는데 저를 부고등판무관으로 코피 아난 총장에게 추천했다. 그 계기로 유엔에 입문했고 4년 정도 같이 일했다. 루이즈 아버는 휴가 때 놀러가기도 할만큼 친하지만 국내외에서 만난 지도자 중에서 사고가 정말 명석하고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 키는 자그마하셔서 등산할 땐 제가 훨씬 빨리 가는데, 그의 지적 능력을 쫒아가기 위해 저는 늘 허덕였다(웃음). 많이 배웠다.”

-반기문 전 총장은 어떤가?

“장관 시절에 저를 국제기구 국장으로 발탁하신 덕분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시절이었다. 감사하다. 이후 유엔 총장으로 가셨고 저는 사무차장보 인권담당으로 제네바에 갔다. 제가 국장으로 장관을 모실 때의 거리와, 유엔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의 거리는 (비교할 수가 없다), 유엔에선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랄까. 그래도 멀리서 뵈면 인권 쪽으로 우리 사무실을 알게 모르게 많이 지원하셨다. 인권 문제는 성공을 하기도 어렵지만, 성공해도 뉴스가 안 된다. 대신 성공하지 못하면 서방 NGO(시민사회단체)에게 특히 많이 질타 받는다. 또 민감한 인권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이해당사자국 정부 압력이 심한데 우리 보호막이 되셔서 어려운 보고서가 나올 수 있게 지원해주셨다. 무엇보다 유엔 여성(UN Women)을 만든 분이다.”

대담=여성신문 김효선 발행인

 

강경화 장관 인터뷰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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