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민사회·국회의원 출신 이사장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추락한 신뢰도 제고 중점

“국제개발협력의 기본 정신과 원칙으로 돌아가자”

 

이미경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신임 이사장이 11월 29일 취임사를 통해  “성평등 관점이 국제개발협력사업 전 분야에서 관철되도록 노력하자”며 “평화, 민주주의, 인권, 성평등 핵심가치 구현 ODA(공적개발원조)”를 실현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

이 신임 이사장은 경기 성남시 코이카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2011년부터 코이카는 성평등 목표전략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해 온 걸로 알고 있다. 이제 코이카 성평등 목표 지원전략을 SDGs와 연계해 더욱 심화시켜 나가자”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이사장은 15대∼19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활약했다. 20년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로서 다양한 현장 경험도 쌓았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코이카 이사장에 전직 외교관, 공공기관 출신이 아닌 시민사회·국회의원 출신이 취임한 것은 처음이다.

이 이사장은 특히 “코이카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코리아에이드(Korea Aid)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지지와 신뢰가 추락했고 이어지는 기관 내 각종 도덕적 해이로 현장 봉사자와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가 곧 기회인 만큼, 모든 부문에서 오래된 폐해를 극복하고 코이카 가족들 모두 혁신의 주체로서, 국제개발협력의 기본 정신과 원칙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7대 코이카 정책·경영 혁신 방향으로 국제개발협력의 보편적 국제 원칙과 기준에 충실한 사업 기획에서 수행 및 평가까지 사업정보 공개 등 투명성을 높일 것 △시민사회와 대학 기업 등의 전문성 창의성을 활용할 협업체계 구축 △국제기구 및 선진·신흥공여기관과 협력 강화 △양질의 글로벌 청년 일자리 창출 △SDGs 목표 달성 및 교육, 보건의료 등 비교유위 분야 전략적 지원과 성평등 관점을 전 분야 도입 △조직 내부 소통과 신뢰 강화 등을 제시했다.

시민단체는 이 이사장이 추락한 기관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무상원조 전담기관으로 발전하는데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는 이날 논평을 내고 “지난 정권 최순실 국정농단의 결과로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면서 “정부 ODA가 더 이상 정권 실세들에게 휘둘려 개도국 발전에 대한 기여가 아닌 정권의 사적 이익 추구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투명성과 책무성을 조직운영의 최고 가치로 삼고 조직 윤리성을 제고”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30일 논평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시대에 부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성 평등한 국제개발협력’을 향한 혁신의 디딤돌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성연합은 Post-2015 SDGs 논의과정에서 여성주요그룹(Women Major Group, WMG)과 함께 성평등 독자목표인 SDG 5번 목표와 나머지 16개 목표에 젠더 과제 및 지표를 포함시키고 이행할 것을 촉구해왔다.

단체는 “지난해 KOICA 성평등 중기전략(2016~2020)이 제시됐지만, 젠더전문관 제도조차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2030년까지 추진해야 할 SDGs와 연계해서 성평등 전략을 KOICA 내부에서 추진할 단위와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면서 △성평등 ODA를 위한 재원 확대 △협력·조정 권한 △이행 가속화를 전담하는 특별조정협력기구의 설치 △각 분야별 프로그램, 프로젝트 전반으로 확장된 젠더전담책임관제도 등 성평등 ODA를 실행하기 위한 특화된 투자와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가속장치(Acceleration Instrument)의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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