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성별 특성 등 요인들을

분석 평가 결과 반영해야

 

 

11월 27일 정부와 여당은 협의를 거쳐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핵심은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에게 주택 100만호를 공급” 하는데, 공급 기본방향은 “생애단계별, 소득수준별 수요자 맞춤형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다.

주택 100만 호는 공공임대 65만 호,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 호, 그리고 공공분양 15만 호로 임대주택 공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생애단계별, 소득수준별 수요자 맞춤형 지원은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와 저소득·취약계층의 주거 수요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만 39세 이하 무주택 청년들 대상으로는 저렴한 소형 임대주택 30만실을 공급하고, 신혼부부 대상의 임대주택 등은 현재 혼인기간 5년 이내 유자녀 부부에 한정되던 것을 혼인기간 7년 이내 무자녀부부와 예비부부까지로 확대 예정이다. 고령가구 주거지원은 ‘연금형 매입 임대’를 도입하고, 저소득·취약계층에게는 주거급여 지원대상과 금액을 확대하며 위기시 긴급지원주택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주거복지 로드맵’은 보도자료에 제시된 바대로 “촘촘한 주거복지망을 만들어 취업에서 결혼과 출산으로,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주거사다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주거복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당 원내대표가 언급한 대로 “주거문제 해결이야말로 최고의 민생대책”으로 “문재인 정부 성공도 민주당 명운도 여기에 달려 있다”라고 말할 정도의 의미를 갖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는 성인지적인 관점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주택공급 기본방향이 “무주택자에 대한 생애단계별, 소득수준별 수요자 맞춤형 지원”으로 성별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거복지 로드맵을 협의할 시 성인지 관점을 갖고 했다면 주택공급 기본방향은 “무주택자에 대한 생애단계별, 소득수준별, 성별 수요자 맞춤형 지원”으로 정리됐어야 했다.

이는 법령에서도 제시하고 있는바, 법령·계획·사업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성인지 관점에 의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하도록 돼있다(성별영향분석평가법 제5조 및 영 제2조). 따라서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의 성패와 민주당의 명운을 걸 정도로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정책이라면 반드시 ‘주거복지정책’ 수립은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에 따른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평가한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주거복지망은 촘촘히 형성돼 취업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고 양극화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절반, 고령자와 저소득·취약계층의 2/3 이상이 여성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 10년간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썼는데도 저출산 문제는 조금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는데, 성인지 관점으로 주거복지정책을 펼쳐나가지 않으면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여러해 전에 여성자활사업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시 빈곤여성 자활을 위한 여성사업단(ZORA)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ZORA는 “‘새로운 여성운동’이란 실천적, 이론적 인식에서 출발하여 여성노동자들의 조직인 노동자 자활회(ASH)와 함께 공동작업을 함으로써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인생의 진로 자체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장으로 출발한 조직이었다. ZORA는 사업의 본질적인 조건으로써 두 가지를 전제하고 있었는데, 먼저 기본권으로써 합당한 주거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어떤 여성이든 자신의 삶을 주관할 수 있는 개인적인 장점(Starken)을 갖고 있기에 이 능력을 펼쳐 생업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당시 실무책임자는 실업과 빈곤 상태의 여성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적절한 주거지 제공으로, 이는 여성들이 자립·자활할 수 있는 기본 토대이자 출발점이라고 했다. 우리도 주거복지정책에 대해 대대적인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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