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스타트업!] 양효진 베베템 대표 

임신출산 겪으며 ‘경력단절’

“육아용품은 왜 엄마가 사지?” 

의문에 제품 추천 서비스 창업

육아라는 노동 줄이는 서비스

‘엄마’ 대신 ‘부모’ ‘양육자’ 사용

“모든 여성이 육아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양효진 베베템 대표는 “육아도 월 300만원의 가사노동이자 스펙”이라며 “일부러라도 승리의 모델을 보고 도전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효진 베베템 대표는 “육아도 월 300만원의 가사노동이자 스펙”이라며 “일부러라도 승리의 모델을 보고 도전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보통 출산·육아용품 리스트는 적게는 50개, 많게는 90개 정도예요. 이 많은 제품을 혼자서 뭘 살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예요. 베베템은 ‘누구나’ 쉽게 육아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입니다.”  양효진 베베템 대표(27)는 “무언가를 사기 위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는 행위 자체를 ‘노동’이라고 봤다”며 “베베템은 ‘육아라는 노동을 줄이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기획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 4월 창업한 베베템은 임신·출산·육아용품 구매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저귀, 물티슈, 카시트, 젖병 등 부모들이 가장 많이 찾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아기의 개월 수에 맞춰 소개하는 이른바 ‘육아용품 큐레이팅 서비스’다. 랭킹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만들어진다. 포털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제품과 오픈마켓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순위 등 수치를 종합했다. 특별히 유아 화장품의 경우 EWG 등급(미국환경연구단체 EWG가 제공하는 화장품 유해 성분 안전 등급)을 활용해 전 성분을 공개한다. 지난 4월 사업자를 내고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동시 운영 중이다.

양 대표는 “임신·출산 과정에서 직접 겪은 불편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 임신을 한 뒤에 도대체 무엇부터 사야할지 어떤 제품이 좋은지 정보가 없어서 막막했어요. 보통은 포털 검색이나 ‘맘카페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추천을 받아 사는데 그것조차 쉽지 않았죠. 몇 번 이상 방문하고 댓글을 몇 개 이상 올려야 하고, 그런 문화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양효진 베베템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효진 베베템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효진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광고홍보학과를 복수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줄곧 마케터로 일했다. 이름 있는 여러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마케팅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언젠간 나도 창업을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가 보통의 여성들처럼 결혼·임신·출산·육아의 과정을 겪으며 마케터로서의 경력이 끊겨서 창업을 결심한 경우다. 임신과 출산 등 일련의 과정이 어떻게 보면 창업에 도움을 준 셈이다.

“돌아보고 나니 제가 출산용품 100개 정도 샀을 때 남편은 카시트 딱 1개 샀더라고요. 똑같이 모르는 상태인데 이걸 왜 저 혼자 하고 있는지 불편함이 밀려왔어요. 이미 다양한 분야에 만들어져 있는 정보제공 위주 서비스가 육아 쪽엔 없거나 있어도 질이 높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아마 육아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어려움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업도 남성들이 주로 시작하고 남성의 니즈(요구)에 맞는 서비스들만 확산돼 있었죠. 여성의 요구를 토대로한 서비스들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도 있을 수 있고요.”

창업 초기에는 주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했다. 개발자인 남편과 디자이너 친구, 회계 전문가인 아버지와 법률 계통에 종사하는 오빠까지 온 가족과 지인이 활용됐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스타트업 다니면서 배운 정신이죠. 무슨 일이든 발로 뛰면서 직접 부딪혔어요.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D.CAMP(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창업지원센터) 등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했고요. 아이 때문에 시간을 쪼개가면서 일했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남편도 새벽 5시부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열심히 도와주더라고요.”

베베템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면대면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또한 육아가 ‘엄마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콘텐츠에는 ‘부모’나 ‘양육자’란 단어를 쓰고, 중성적인 진보라색을 메인 컬러로 썼다. 양 대표는 “생각해보면 아이를 여러 번 키운 40대 남성분이 20대 비출산 여성보다 더 알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콘텐츠에는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특정 성별을 떠오르게 만드는 디자인도 일체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양효진 베베템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효진 베베템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베베템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시장에 유사 경쟁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음식과 관련해 전 성분을 공개하는 앱은 있지만 베베템처럼 모든 것을 포괄하지는 않는다. 양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 달 순 방문자 수는 평균 2000명 정도며, 많을 때는 4000명 가까이 된다. 한 번 베베템을 알게 되면 다시 접속하는 리텐션 비율 또한 40% 정도로 높은 편이다. 현재 회원 가입은 100명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외부와 내부 데이터 등 방문자수보다는 이용자들의 신뢰를 쌓는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베템 이용자들은 육아용품 구매시 드는 부담감을 줄이는 데서 큰 만족감을 느낀다. “피드백을 보면 주로 24개월 미만의 엄마들이 많아요. 육아용품 사는 것마저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분들이죠. 발암물질 이슈라던가 ‘국민템’이라던가 온라인상에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마케팅 적으로도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내가 사서 쓰는 물건은 안 맞네 하고 버리면 그만이지만 아이는 그런 존재가 아니니까요.”

양 대표는 향후 기저귀 등 제품 가이드라인 콘텐츠 결과가 나올 때를 대비해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24개월까지 아이 성향 등 데이터가 쌓이면 교육 콘텐츠도 포함할 예정이다. 이를 번역해 중국, 영미 등 해외 진출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다. AI 서비스를 출시해 전 세계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정보를 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양 대표는 “나의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이 존재함으로써 지구상에 있는 모든 여성이 육아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대표는 창업을 원하는 기혼 여성들에게 “육아도 월 300만원의 가사노동이자 스펙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일부러라도 승리의 모델을 보고 도전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남편이 돈 벌어다주고, 아이는 기관에서 키워주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예요. 저는 주변 엄마들에게 항상 노 땡큐(No Thank you)말고 ”예스 플리즈(Yes, Please)“ 하라고 말해요. 뭐든지 혼자서 하려는 생각 말고 도움을 청하세요. 베베템을 통해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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