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8일 정부 합동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 발표

성희롱 공무원 최소 강등·정직 중징계 추진 

피해자에 불이익 준 기관장 3년이하 징역이나 벌금형 검토

고위직 성희롱 예방교육 참여 50% 미만 기관 언론 공개

공공부문 대상 특별 전수조사 단계적 실시

정부가 공공기관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주무 부처와 기관장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희롱 사건을 더 쉽고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사이버 신고센터도 설치한다. 피해자가 요청하면 즉시 가해자와 분리 조치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소문 유포자도 제재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발표했다. 최근 한국국토정보공사(LX), 장애인고용공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공공기관에서 고위 간부의 성희롱 범죄가 잇따르자 나온 대책이다. 적용 대상은 국가기관과 지자체, 각급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이달 기준으로 전국의 1만7211개 기관이다.

공공기관의 기관장이나 임원급 고위직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하면, 해당 기관의 상급기관인 주무 부·처·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건 처리를 지휘·감독한다. 해당 기관은 사건 조치 결과를 포함한 ‘성희롱 재발방지대책’을 상급기관에 의무 제출해야 한다. 

공공기관 감사·평가에 ‘성희롱 방지조치’ 항목이 포함된다. 공기업·준정부 경영실적 평가 때에는 윤리경영 평가를 강화한다.

“성희롱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과 “2차 피해 방지” 대책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는 조직 내부 시스템과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기존 기관 내 고충상담창구뿐만 아니라, 기관 내 전산망을 활용한 ‘사이버 신고센터’ 설치를 추진한다. 또 누구나 피해자 상담·신고처. 지원 절차, 기관장 책임과 사건처리 절차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성희롱 예방·대응 매뉴얼을 눈에 띄는 장소에 늘 게시해 두도록 했다.

공공기관은 피해자 요청 시 배치 전환, 휴가 사용 등 방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해야 한다. 소문 유포자도 제재해야 한다. 성희롱 피해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며, 비밀유지의무 위반 등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모든 상담·조사 과정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된다. 사건이 은폐·축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피해자와 신고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도 금지한다. 이를 어길 시 현행 법률에 따라 기관장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계획이다.

조직 내에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용역 노동자 보호를 위해 ‘용역노동자 노동조건 보호 지침’이나 설명 자료에 성희롱 방지조치 관련 사항을 반영한다. 

가해자 처벌도 강화한다. 공무원이 성희롱을 저지를 경우, 최소 강등·감봉 처분에서 강등·정직 처분을 받는 방향으로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직원의 인사제재도 공무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적용토록 전 부처를 독려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성 비위 사건 징계결과는 인사 및 성과평가에 반영돼, 인사고과 등 평가 때 최하 점수를 받거나 인센티브 지급이 제한된다.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고용노동부, 검·경, 법원, 감사원 등 성희롱 사건 확인·조사 기관은 사건에 대한 은폐나 추가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여가부에 통보하고, 여가부는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관에 징계 요청을 내리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여가부는 성희롱 사건 대응 절차부터 대응 수준까지 판단할 수 있는 사건처리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기관장과 피해 상담·사건 조사 담당자 대상 특화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기관 내 성희롱 고충상담원은 신규지정 시 관련 전문교육을 3개월 이내에 이수해야 한다. 인턴과 신입, 비정규직 등 피해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교육콘텐츠도 개발한다.

성희롱 포함 폭력예방교육에 기관장이 불참하거나 고위직 이수율이 50% 미만인 ‘부진 기관’은 언론에 기관명이 공표된다. 관리자 특별교육과 예방교육 이행계획서도 제출해야 하고, 교육실적을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 제출한 경우 현장점검과 컨설팅을 받게 된다.

여가부는 2019년까지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에 대해 특별 전수조사를 한다. 3년마다 실시되는 내년도 성희롱 실태조사 대상은 50인 미만 소규모 기관으로까지 확대된다. 고용부는 성희롱 방지 대책이 민간으로 퍼질 수 있도록 일반 직장인 대상 자가진단도구 모바일 앱을 보급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 실행을 위해 내년 1분기 중으로 ‘성희롱 예방지침 표준안’ ‘폭력예방교육 운영 지침’ ‘양성평등기본법 및 시행령’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등을 개정한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정부는 2차 피해 등으로 오히려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점검 등을 실시하여 공공부문부터 선도적으로 성희롱 방지와 인식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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