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민간부문에도 여성 임원 목표제 도입해야
[세상읽기] 민간부문에도 여성 임원 목표제 도입해야
  •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 승인 2017.11.29 15:15
  • 수정 2017-11-29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여성 관리자 비율 10.5%

OECD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여성 할당제 도입한 노르웨이

기업 여성 이사 35.5% 달해


 

 

얼마 전 미항공우주국(NASA) 여성과학자 4명을 소재로 한 레고(LEGO) 세트가 11월 초에 출시된 지 하루 만에 아마존 판매율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미디어에서도 보기 힘든 여성과학자를 장난감으로 만날 수 있다니, 역시 성평등 지표가 높은 덴마크의 대표 기업이다. 이 회사가 수의사, 심해 탐사원, 엔지니어 같은 다양한 직업의 여성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일곱 살 소녀의 편지를 받고 나서부터다. “레고에 여자는 별로 없고, 있더라도 집에 있거나 쇼핑하거나 직업이 없다. 남자처럼 모험하고 사람을 구하고 직업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는 소녀의 요구로, 여성과학자 시리즈가 세상에 나왔다. 공룡 뼈를 들여다보는 고생물학자, 천체망원경을 다루는 천문학자, 실험을 하고 있는 화학자 피규어를 갖고 놀 아이들에게는 여성이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하거나 특별한 일처럼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 현실 속 모습은 어떤가? 1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각료 비율은 115위, 남녀 임금격차는 121위로 정치권한과 경제참여·기회 부문에서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성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고개를 드는 ‘역차별’ 논란이 무색할 정도로 낯부끄러운 성적이다.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6년 기준 1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1%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초 발표된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 104명 중 여성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여성 임원은 2.4%로, OECD 평균(20.5%)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추월하고,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도 매해 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여성은 여전히 비정규직과 저임금 직종에서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

대학 때까지 사회경제적 비용을 투입해 잘 키운 인재가 사회에 나오면서부터 제 능력 발휘를 못하고 있으니,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성 주류화 전략이 여전히 필요하다.

얼마 전 정부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 발표를 통해 2022년까지 고위 공무원직 여성 비율을 10%,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성 평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반색할 일이다. 다만, 공공영역에 머무르기 보다는 민간 부문까지 성 평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확장해야 할 것이다.

북유럽 국가 사례를 참고해 봄직하다. 노르웨이는 2015년 기준 상장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이 35.5%에 달한다. 여성 이사 할당제를 법제화한 덕분이다. 노르웨이는 2003년에 기업법을 개정해서 공공기업‧상장기업 이사진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할 것을 의무화하고, 할당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등록 거부나 법원 명령으로 기업을 해산시킬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연구들이 기업 이사진의 성별 균형이 생산성과 성과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조직 내 인적 다양성은 반대 의견을 억제하고 만장일치로 의결되던 집단 사고를 줄여, 창의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창의성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의 충돌에서 오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57명의 여성 최고경영자를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은 남성 CEO와 비교해 개인의 자리, 권한, 보상보다 사회에 긍정적이고 유익하다 여겨지는 일에 강한 동기 부여를 받는 특징을 보였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 위험 감수 및 불확실성 관리 능력 등 여성 CEO의 장점들은 현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 더 많은 여성 CEO를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성평등을 위한 노력은 결승선을 통과하면 끝나버리는 달리기가 아니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계속 살피고 추구해야 할 가치다. 아직 역차별을 논할 때가 아님을 통계와 각종 지표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 사회엔 더 많은 여성 CEO와 과학기술자,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여성과학자 레고를 갖고 놀던 손녀가 실제로 만나게 될 세상이 장난감 세계보다 못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