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미래젠더포럼이 주관하는 ‘저출산과 미혼모를 위한 지원방안 토론회’가 27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렸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경기미래젠더포럼이 주관하는 ‘저출산과 미혼모를 위한 지원방안 토론회’가 27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렸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경기미래젠더포럼

‘저출산과 미혼모를 위한 지원방안 토론회’

 

청와대가 11월 26일 낙태죄와 관련, “비혼이든 경제적 취약층이든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낙태죄 폐지’라는 전향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미혼모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음날인 27일 경기미래젠더포럼이 개최한 ‘저출산과 미혼모를 위한 지원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사회적 인식 전환에서 출발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헌법 10조에 근거해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임신 출산을 하고 가족을 구성해 아동을 양육하는 것은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권리”라는 인식이 제도의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다.

박 대표가 기본권을 강조한 이유 중 하나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대책 중 하나로 미혼모를 지원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자는 접근법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인구를 늘리는 하나의 수단인 셈이다. 그는 대신 저출산과 미혼모의 연관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미혼모를 지원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미혼모가 행복하게 사는 사회라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된다고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은 내가 행복하지 않은 세상에서 아이를 낳아주면 행복하게 살 거라는 자신이 없다는 표현이자 증거입니다. 대한민국 행복한 사회라면 미혼모도 행복한 사회고, 반대로 힘든 사회라면 미혼모부터 살기 힘든 사회예요. 우리 사회의 미혼모는 탄광 속의 남은 산소량을 가늠하는 카나리아 같은 존재입니다.”

박 대표는 결혼과 출산을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결혼제도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며 정책의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주권자로서 미혼모와 아이의 권리를 보장하는 미혼 한부모정책이어야 할 것과, 지원에 앞서 차별방지정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미혼모 정책 담당자도 미혼모를 ‘예방적 존재’로 인식하고 미혼모 ‘양산’에 대한 우려하면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박 대표는 지적했다. 또 2014년도에 나온 자립 역량강화 지원방안 역시 미혼모 또는 이혼·사별 한부모 등 한부모가족이 어떤 부분에서 모자란 부분이 있어서 이들을 계도하고 이끌어야 하는듯한 인상을 준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미혼모 정책의 방향은 국가의 복지가 가족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아동 중심으로의 전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결혼과 출산을 개인에게 맡기는 대신 아이를 키우는 가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이다.

그러면서 “아동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사회여야 아이 낳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서 “사람이 행복해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경기미래젠더포럼이 주관한 ‘저출산과 미혼모를 위한 지원방안 토론회’가 27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렸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경기미래젠더포럼이 주관한 ‘저출산과 미혼모를 위한 지원방안 토론회’가 27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렸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토론자들도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식 변화가 시급하고 특히 국민적 인식 변화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1인 가구나 새로운 가정 형태에 관한 관심만큼 미혼모가족에 대해서도 관심이 부족한 실태를 정혜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적했다. “가족 및 결혼제도에 대한 사회적 유연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혼모와 그 자녀로 구성된 미혼모 가족은 여전히 정당한 가족 형태의 사회적 승인에서 배제돼왔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미혼모를 위한 사회서비스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한부모지원법이 있음에도 특수성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많고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한국 정부가 가입한 이후에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최인혜 한국자치법규연구소 소장이 2011년 스웨덴을 방문해 직접 확인한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고등학교 교실에 보조교사가 수업 중인 고3 학생의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는 것. 교장선생님에게서 “우리는 고등학생이 아이를 낳아도 된다고 가르치진 않았지만 아이를 낳게 되면 사회가 키워준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 소장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혼모시설에 미혼모를 격리시킬게 아니라 밖으로 나와 사회와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미혼모라는 용어에 미혼모를 가두고 고통을 주고 있다며 개념 자체가 없어진다면 국민의 인식이 성숙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화 경기도의회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 위원은 “미혼부모에 대한 법적 기준을 바탕으로 지방정부에서 구체화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 정부의 미혼모 지원에 필요한 예산 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정란 젠더미래포럼 공동대표는 “포럼을 통해 중요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는데 어떤 예산이 어떤 정책에 쓰이고 어떻게 귀결됐는지 의회의 예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의식 개선이라는 것은 결국 교육과 제도로 가능하며 교육을 위해 장기 예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저출산 대응 인구정책의 하나로 비혼 임신여성의 낙태를 줄여 출산력을 높이려는 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신중절 실태를 연구했던 이병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혼외출산 지원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제시했던 시카고대학 사회학과 야마구치 가즈오 교수의 견해를 소개했다. 야마구치 교수는 한부모가족의 자립기반이 매우 취약한 현실에서 싱글여성의 혼외출산을 제고하는 것은 복지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미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 위원은 한부모정책에 관해서는 낙인과 차별을 없애고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금종례 젠더미래포럼 상임대표는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처럼 미혼모의 자녀가 비행청소년이 아니라 존경받는 인물이 많다”면서 “미혼모가정의 양육을 한 인격체로 행복추구권을 존중해야 하고 행복하게 느껴지도록 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강득구 경기도연정부지사, 최지용 경기도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장, 염동식 경기도의회 부의장, 김병순 국가안보지회장, 정대운 경기도 예결위원장, 배수문 경기도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 위원, 유정림 한국농식품여성CEO연합회장, 젠더미래포럼 김민정·이화자 고문 등이 참석했다.

 

경기미래젠더포럼이 주관한 ‘저출산과 미혼모를 위한 지원방안 토론회’의 참석자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경기미래젠더포럼이 주관한 ‘저출산과 미혼모를 위한 지원방안 토론회’의 참석자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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