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일명 ‘애호박’ 논란 이후

SNS서 누리꾼들과 설전 지속

폭력·고압적 태도와

여성혐오 발언 비판받자

“나는 페미니스트”라며 지적 무시

여성 추정 누리꾼엔 반말·무례 

남성 평론가에겐 존댓말·예의차려

 

배우 유아인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유아인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유아인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애호박’과 ‘페미니스트’라는 키워드가 따라 붙는다. 그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는 과격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어쩌면 사과 한 마디면 끝났을 이번 사건은 ‘애호박 게이트’로 명명될 정도로 파급력이 커졌다. 특히 유아인은 여성들의 문제제기를 ‘자신을 향한 혐오’로 이해하며 ‘메갈짓’으로 낙인 찍으면서도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는 모순적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여성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에게는 ‘맨스플레인’을 하거나 “정신 차리라”는 등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남성 논객에게는 존댓말을 하며 예의를 갖추는 등 성차별적 대응을 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유아인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페미니즘 감별사’인냥 가짜와 진짜를 구분짓는 그에게 병역 면제와 진보적 성향을 문제 삼아왔던 ‘일베(일간베스트)’조차 환호하고 있다.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합성한 신조어로, 남성이 여성에게 무턱대고 아는 척 설명하려 들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거들먹거리는 행동을 뜻한다.]

논란의 시작, ‘애호박 게이트’

논란은 앞서 지난 18일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날 “유아인이 거리를 두고 보기엔 좋은 사람인 것 같지만 친구로 지내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 칸에 애호박 하나 들어있으면 가만히 보다가 갑자기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유아인이 지난 18일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대응했다. ⓒ트위터 캡처
배우 유아인이 지난 18일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대응했다. ⓒ트위터 캡처

이에 유씨는 해당 트윗을 공유하며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끗)”이라고 응수했다. 그의 답은 곧바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젠더권력을 가진 ‘남성’이자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이 일반인의 SNS 게시물을 공유해 ‘애호박으로 때린다’는 뉘앙스로 답한 것은 다분히 폭력적이라는 지적이었다.

누리꾼들은 “일반인이 그냥 친해지기 힘들 것 같다고 한 말인데 애호박으로 때린다니. 한남(한국남성) 돋는다” “당신의 농담이 누군가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 “장난으로라도 ‘때린다’는 표현을 쓰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유씨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그는 “그냥 한 말에 놀아드렸는데 한남이라니 잔다르크 돋으시네요. 그만 싸우고 좀 놉시다. 싸우며 놀기 즐기시는 거 이해는 합니다만^^” “애호박드립에 애호박드립으로 농담 한마디 건넸다가 여혐한남-잠재적 범죄자가 됐다”고 대응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트위터 이용자에 유씨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답했다. ⓒ트위터 캡처
문제를 제기하는 트위터 이용자에 유씨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답했다. ⓒ트위터 캡처

누리꾼들과의 설전은 계속됐다. ‘왜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는 “많이 피해보셔서 피해의식에 장아찌 되신 거 알겠는데 소금기 씻어내고 제정신으로 제대로 싸워야 이기십니다. 한남 주제에 제발 돕고 싶습니다. 진심. 그리고, 그러므로, 너나 잘하세요”라고 답했다.

문제제기하는 이들을 피해의식에 갇힌 존재로 치부하고 그들의 의견을 묵살하려는 유씨의 태도에 많은 이들은 탄식했다. 일명 ‘애호박’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유씨는 24일 트윗을 재개했다. “나는 내가 예쁘게 놀 수 있고 제대로 자기 힘을 내게 사용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랑 놀게. 너네는 그냥 너네끼리 놀아. 왜 굳이 스스로 불편을 찾아내는 거야? 세상에 뱉는 몇 마디로 너희의 존재감을 가져가지 마. ‘존재’를 가지도록 해.”

“관종들 상대 말고 우리랑 놀자”는 팬의 멘션에 유씨는 답했다. “우리는 이미 건강하잖아요. 환자들을 치유해야죠. 우리끼리 놀지 말고. 우리의 힘을 미움이나 증오나 혐오가 아니라 사랑으로 세상에 나눠야죠.” 이에 한 트위터 이용자는 “유아인씨는 여성인권뿐만 아니라 각종 약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남사회가 여자들 목소리를 어떻게 지우고 순식간에 목소리 내는 여자들을 미친X으로 몰아가는지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가 여성폭력이 만연한 한국사회의 배경과 맥락은 들여다보려 하지 않은 채 여성들의 문제제기를 ‘자신을 향한 혐오’로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혐오’하는 자들이 선택하는 단어와 ‘사랑’하는 자들이 선택하는 단어의 차이”라는 유씨의 트윗에 한 누리꾼은 “개소리 포장해서 멋있는 척하는 전형적인 한남 짓 그만”이라고 답했다. 이에 유씨는 “증오를 포장해서 페미인 척하는 메갈짓 이제 그만”이라고 응수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메갈짓’이라 총칭하고 자신을 향한 혐오로 치부하는 그의 태도에 많은 이들은 또다시 탄식했다.

여자는 무시·반말, 남자는 존중·존댓말?

유씨는 트윗을 하면서 시종일관 반말을 지속했다. 상대방을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가 ‘여성’이라는 특정성별에만 한정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배우 유아인은 일반인 여성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에게는 반말로 “정신 차리라”는 등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트위터 캡처
배우 유아인은 일반인 여성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에게는 반말로 “정신 차리라”는 등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트위터 캡처

유씨는 일반인 여성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이용자가 “여자들을 싸잡아 ‘메갈짓’으로 프레밍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안 드셨습니까”라고 문제제기하자 “‘정신’차려라”라고 답했다. 반면 자신에 대해 비판의 글을 쓴 남성 영화평론가에게는 “반박이 아닌 저의 마음을 전합니다. 세상이 참 좋아졌네요. 배우와 평론가가 이렇게 다이렉트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네요. 좋은 평론, 좋은 시선 기대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분명히 성차별적인 태도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여성으로 패싱되는 분들에게는 일일이 멘션 달면서 남성논객들에겐 찍소리도 못하는 거 너무 투명해서 웃기다”고 비판했다.

“나는 페미니스트” 선언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

그는 여태까지 이어진 설전에 끝을 맺으려는 듯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시작하는 글이었다. 그는 “보수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에서 누나 둘을 가진 막내아들이자 대를 잇고 제사를 지내야 할 장남으로 한 집안에 태어나 ‘차별적 사랑’을 감당하며 살았다”며 긴 글을 이어갔다.

 

배우 유아인이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배우 유아인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배우 유아인이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배우 유아인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작은누나의 이름은 한글로 ‘방울이다. (…) 딸 둘밖에 없어서 다음에는 꼭 아들을 낳으라고 할머니가 그렇게 지으셨다고 한다. 엄방울, 불쌍하고 예쁜 이름.” “제삿날이면 엄마는 제수를 차리느라 허리가 휘고 아빠는 병풍을 펼치고 지방을 쓰느라 허세를 핀다. 일찍이 속이 뒤틀린 소년이던 내 눈에는 ‘이상하고 불평등한 역할놀이’로 보였다.” “제사가 끝나면 엄마는 음복상을 차리고 작은엄마와 누나들은 설거지 같은 뒷정리를 도왔다. 집안의 남자들이 ‘성’에 취해 허세를 피우는 ‘상’에 여자들이 끼어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유씨의 글을 읽은 한 누리꾼은 “유아인은 가부장제에 착취당하던 어머니와 누이를 불쌍하고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인권감수성 있는 ‘나’에 도취해있는데 그런 건 페미니즘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당신 어머니와 누이가 그런 세상에서 살지 않게 같이 싸우고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 누리꾼은 유씨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여자는 불쌍한 엄마와 누이 그리고 ‘메갈짓’하는 가상세계의 여자들로 나뉘며 나는 전자만 사랑하는 진짜 페미니스트 대구출신 남자”. 

 

누리꾼들의 지속되는 비판에도 유씨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27일 오후에 올린 트윗에서는 여성을 ‘정상적 사고와 인격을 가진 이’와 ‘부당한 폭도’ 등으로 나눠 한쪽은 인정하고 다른 한 쪽은 배척하려는 권위적인 태도를 보여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은 유씨의 발언에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24일에는 다수의 트위터리안들이 “누가 유아인 좀 말려달라”는 글을 올려 ‘누가 유아인’이 실시간 트렌드로 올라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씨는 트윗을 멈추지 않으며 누리꾼과의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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