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구청장 출마 희망 여성들

김승애·이정근·김미경

 

지난 23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여성정치아카데미에서 박영선·전현희 의원(가운데), 김영진 의원(왼쪽)과 수강생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현희 의원실
지난 23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여성정치아카데미에서 박영선·전현희 의원(가운데), 김영진 의원(왼쪽)과 수강생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현희 의원실

내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여성의 눈에 띄는 증가를 기대해볼만 하다. 대통령 선거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지속 여부, 헌법 개정 투표부터 선거연대와 후보단일화, 북핵 등 변수가 많지만 여성이 지나치게 적다는 국민적 문제의식은 상수인 셈이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으로는 광역자치단체장인 시·도지사 17명,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군수·구청장 226명 등이 선출됐다. 이중 여성 시·도지사는 0명, 시장·군수·구청장은 9명이다. 국회의원 중 여성이 17%를 차지하고, 비례대표를 제외하더라도 지역구 의원이 26명으로 8.6%라는 점을 고려할 때 4%에 못 미치는 구청장 되기가 훨씬 어려웠다.

내년 선거에 여성의 증가를 예상해볼 수 있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지난해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선에 성공한 여성당선자가 많았던 만큼 적어도 수도권만큼은 단체장도 공천을 여성이 통과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분위기다.

이를 뒷받침할 광역·기초의회에서 훈련된 여성 구의원·시의원이 늘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역에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아 같은 지역에서 연임을 이어나가는 의원들도 꽤 있다. 이들 중 구의원에서 시의원으로, 시의원에서 단체장으로 출마하려는 이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남녀동수내각을 지향하며 내각에 여성 30%를 공천한 인사 혁신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여야를 떠나 모든 정당에서 공천의 최소한의 기준점이 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여성 단체장 후보는 수도권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재선)이 인천광역시장에,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이 재선에 도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노원구청장에 김승애 구의원(3선), 은평구청장에 김미경 서울시의원, 이정근 서울시당 여성위원장 겸 서초갑위원장도 결심을 굳힌 상황이다. 지역 정치인으로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체장 출마 결심은 자연스런 수순으로 보인다. 이들을 만나 구청장 도전에 관한 이야기와 여성 정치인으로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들었다.

 

김승애 서울 노원구의회 의원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김승애 서울 노원구의회 의원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김승애 서울 노원구의회 의원

서울 노원구청장 출마 희망

제5·6·7대 서울 노원구의회 의원

제7대 노원구의회 전반기 의장

김승애(56)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노원구청장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노원구 의원(기초의원)만 내리 세번째로, 구의회 의장도 맡아서 의정을 이끌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정치 입문 전 지역에서 시민운동, 자원봉사 등을 했다. 학교에서 무상급식 때문에 상처받는 저소득층 아이들 얘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뛰어들었다. 결국 거리에서 2만명의 서명을 받아 노원구 학교급식지원에관한조례 주민발의를 이끌어냈다. 의정활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2002년 무소속으로 구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당시 난생처음 선거운동을 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여자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한다는 말도 듣고, 명함받고 침뱉는 사람도 있었다”고.

그런 김 의원은 이제 노원구를 바꿀 사람은 여성이라고 강조한다. “30년간 남성이 구청장을 했기에 여성이 할 데가 오지 않았나 생각도 들어요. 구민의 51%가 여성인데 말이에요.”

김 의원은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도전을 결심했다. 현 구청장이 출마하지 않을 상황이어서 시의원들도 출마 의지가 분명해 경쟁해야 하지만, 주민들의 인지도 면에서 훨씬 앞설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구의회 의장을 하면서 낮은 곳부터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천해왔습니다. 고위공무원이 아닌 말단 공무원들을 많이 만났고, 미화원은 180명 전원 다 만났어요. 의장은 업무추진비가 나오는데, 그 돈도 세금이기 때문에 이들을 만나는데 다 사용했죠. 공무원 생활 25년 만에 의장을 처음 만났다는 분도 있었어요.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가 넘기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장애물은 당의 공천이다. 여성 가산점 25%을 받기는 하지만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각 30%를 여성으로 임명했으니 당도 30%를 지켰으면 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30%면 최소한 7명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이 구의원 비율만 겨우 맞추고 광역 의원이나 단체장은 챙기지 않는다고 쓴소리도 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공정하게 경쟁하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원칙대로 공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2년간 하면서 남자들보다 정말 몇 배로 뛰었어요. 노원구에서 첫 여성 의장을 하면서 여성 후배들이 의장도 하고 정치 진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항상 가득합니다.”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지역위원장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지역위원장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이정근 서울 서초갑지역위원장

서울 서초구청장 출마 희망

민주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정근(55)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지역위원장은 서초구청장에 도전한다.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 이혜훈·조윤선 후보와의 경쟁 구도에 맞대결하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보수 텃밭’ 서초갑에서 결국 낙선했지만 정치인으로서 소명의식을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했다. 20년 지역주민이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역에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음을 확인했고, 집권 여당으로서, 서울시장과 호흡을 맞춰 풀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 보살핌이 필요한 주민들을 만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이 위원장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예비 여성 정치인이 겪는 어려움으로 음주문화와 네트워크의 열세를 꼽았다. 특히 “남성 당원들과 지역 어르신들과의 만남과 소통이 대부분 술자리에서 이뤄지는데 음주를 하지 않는 여성 정치신인은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네트워크가 남성들의 연대에 비해 여성들의 연대는 적고 결속력도 약하다는 점도 느낀다며 득표와 직결되기 때문에 여성이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정치인 선배들이 연대를 부르짖은 이유를 알겠더라”고 덧붙였다.

선거 판세와 관련해서는 “지역 정서를 극복하는 게 가장 어렵다. 서울의 대표적인 보수지역이 서초갑이고 자유한국당이 허수아비를 꽂아도 당선된다고 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이 1등을 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PD수첩,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풀어냈다는 점과, 방송제작자, 대학 교수 등 관련된 다양한 경력으로 확장해온 돌파력과 추진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또 여성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중앙이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미디어위원장,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서초갑에서 시작된 파라솔 당사는 이 위원장의 기획력을 보여준다. 중앙당에서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 좋은 기획으로 인정하고 다른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교통난, 재건축 갈등 등 서초지역 현안도 전문가들과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고, 책임지고 실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서초는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지역이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주민들이 특히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김미경 서울시의원(은평2)

서울 은평구청장 출마 희망

2003년~2010년 제4·5대 은평구의회 의원

2010년~현재 제8·9대 서울시의회 의원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위원장 역임

김미경(52) 서울시의원은 서울 은평구에서 구의원을 거쳐 같은 지역의 시의원으로 활동 중인 지역 내 최다선 의원이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은평구청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4번 모두 비례대표직이 아닌 지역구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역의 이미경 국회의원에게 “일하는 스타일을 보면 구청장 하면 잘 하겠다”는 격려를 듣기도 했다.

열악한 은평구에서 14년 간 일하면서 해야 할 일이 손꼽을 수 없이 많았다는 그는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반대를 이겨내고 관철시킨 마을버스 신설을 꼽았다. 또 모든 학교에 급식실과 체육관을 설립했다. 서울시의 편백나무 1만그루 조림 예산을 은평구에 유치했다. 또 지역 내 800병상 규모의 성모병원 설립 과정의 갈등을 푸는데 앞장섰다.

그는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에 여성으로는 최초로 위원장이 됐다. 여성이라면 보건복지위원회 정도뿐이었다. 위원장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4선을 하면서 주변에서는 구청장 선거를 낙관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저는 5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뚜껑 열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혼 여성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유하며 흠집내기 할 것이 우려된다.”

김 의원도 여성 정치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으로 남성 중심 정치문화를 꼽았다.

"38세에 구의원이 되고 의회 활동을 시작했는데 당시 동료들 중에 아버지 연세의 분들이 많았다. 당시 술문화, 놀이문화 때문에 주변에서 염려를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남성 동료들 사이에는 술먹고 형님, 동생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또 남성 동료들끼리 술을 먹는 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미혼인 제가 남성 동료들과 먹게 되면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의회 구성원 대다수가 남성인 상황에서 어울리기 힘든 게 현실이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내각에 여성을 30% 임명한 만큼, 당에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준비해야 하지만 유리천장을 깨는 데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은평구청장이 되면 수색역세권개발 사업에 주력해 문화를 기반으로 한 미래먹거리를 만들겠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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