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6일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영상을 통해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전했다. ⓒ청와대 공식 영상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6일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영상을 통해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전했다. ⓒ청와대 공식 영상 캡처

23만 돌파한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조국 민정수석, 26일 청와대 홈페이지 영상 답변

“처벌위주 정책 부작용 커...여성 자기결정권·생명권도 논의해야”

내년부터 임신중절 실태조사 재개

“찬반논쟁 넘어 사회적·법적 논의 필요” 강조

여성계 요구 “전향적 결정”엔 못 미쳐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26일 답변 요지는 “사회적·법적 논의가 필요하다”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태아의 생명권, 찬반 구도를 넘어 새로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임신중절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상을 통해 청와대의 답변을 전했다. 조 수석은 임신중절 관련 기존 통계를 간략히 소개하며 “임신중절을 줄이려는 당초 입법 목적과 달리 불법 임신중절이 빈번히 발생하는 현실”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 시술 양산과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도 강조했다. 조 수석은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6일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영상을 통해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전했다. ⓒ청와대 공식 영상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6일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영상을 통해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전했다. ⓒ청와대 공식 영상 캡처

정부는 일단 2010년 이후 중단된 임신중절 현황·사유 실태조사를 내년부터 재개한다. 조 수석은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관한 정확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피임 교육 체계화 △임신중절을 고민하는 여성을 위한 전문상담 서비스 시범 시행 등도 추진한다. 조 수석은 “이 과정에서 임신중절 관련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현장 정보가 쌓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관련 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조 수석은 이를 계기로 “새로운 공론의 장이 마련”될 것이라며,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신중절 유도약 합법화 여부에 대해서는 “사회적·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말했다.

조 수석은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도 구체화하고, 경제적 지원을 활성화하겠다”며 “비혼이든 경제적 취약층이든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발표 내용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고, ‘제로섬’ 찬반 논쟁을 넘어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여성계가 요구해온 “전향적인 결정”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40개 여성시민단체는 지난 24일 “성적 주체로서 여성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임신, 출산, 양육 등 재생산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라”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소속 단체 등은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