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치시민대학’ 찾은

정치 지망생 만나보니

“정치와 상관없다” 생각하다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로 정치 필요성 느껴

 

한국여성정치시민대학 입학식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ECC극장에서 열려 내빈과 입학생들이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정치시민대학 입학식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ECC극장에서 열려 내빈과 입학생들이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각 정당과 각종 단체별로 개강한 정치아카데미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중 주목할 만한 곳이 ‘여성정치시민대학’이다. 여성단체를 대표하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처음으로 공동 개설한 정치대학이라는 상징성과 공신력을 확보했다.

여성정치시민대학이라는 기획은 무엇보다 여성들의 숙원인 여성 공천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보인다. 여성 공천을 요구할 때 정당들이 선거에 임박해 “여성 인재가 없다”고 하면서 공천을 거부하는 해묵은 병폐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여성정치시민대학 김성옥 학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면서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동주최기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이화여대, 동국대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난 15일 저녁 서울 신촌 이화여대에서 열린 입학식은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수강생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40대 후반에서 50세 후반이 주축인 90여명의 수강생들의 얼굴에서 진지함, 기대감이 읽혔다.

이번 1기 수강생 선발 기준은 소위 스펙이나 정치엘리트와 거리가 멀다는 게 주관기관인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의 설명이다. 양금희 공동회장대행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지역의 사람들을 선발됐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이 지역 문제를 가장 잘 안다고 주장해온 만큼, 지역에서 주민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원봉사를 얼마나 했는지 등을 눈여겨봤다”면서 “지역에서 봉사해온 이들은 기본 자질이 다르고,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말했다. 수강생 가운데 5명을 만나 정치대학을 지원하게 된 이유와 여성 정치인의 존재 이유 등을 들어봤다.

 

여성정치시민대학을 수강하는 탁희정 씨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여성정치시민대학을 수강하는 탁희정 씨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탁희정씨

부산에 사는 탁희정(59)씨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2020년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피 모발 관리를 30년간 해온 에스테틱 분야 전문가로 (사)국제두피모발협회 회장을 맡아 이끈 경험도 있지만 최근까지도 정치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협회원의 권유로 우연히 수업을 듣게 됐는데 정치가 저와 거리가 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정치가 생활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고객들을 가까이서 대하면서 회사일, 집안 문제, 자녀 문제 등 많은 이야기를 듣는데 그런 현실의 문제를 정치가 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해요.”

결혼 대신 일을 택한 탁씨는 우리 사회가 결혼한 여성에게는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제공하지 않으면서 미혼 여성에게 색안경끼고 보는 이중잣대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이 참여한다면 아파트를 하나 지어도 달라질 것이다. 건설회사는 모두 남자들 아닌가. 남성의 시각으로 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남성 중심의 정치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여성정치시민대학을 수강하는 전옥주 씨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여성정치시민대학을 수강하는 전옥주 씨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전옥주씨

전옥주(54)씨는 2014년 시의원에 도전했지만 공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도의원에 출마하는 게 목표다. 대전과학기술대 의료관광코디네이션학과 초빙교수로 일하다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인도네시아 K뷰티 교육사업에 지원해서 2년간 현지에서 봉사활동은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저개발국 국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정치의 힘임을 깨달았다고. 귀국 후에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취약계층에게 미용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의정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책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대체로 힘들게 살고 있어요. 일을 하고 싶은데 사회생활이 어려운 이들도 많고 아버지 연배의 남편을 둔 여성들이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돕고 싶어요, 또 장애인 복지에 더욱 신경을 써 가정에 힘이 되고 싶습니다.”

 

이현미씨

개인사업을 하고 있고 얼마 전 자유한국당 부대변인 활동을 시작한 이현미(52)씨는 10년 전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책임당원에 등록했고 3년 전 당에서 하는 강의를 듣게 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갈등을 조율하고 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성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편은 아니었지만 수업을 듣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결정권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파생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나부터 정치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홍준표 대표가 여성과 청년을 50% 공천에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경숙씨

이경숙(59)씨는 개인사업과 강사로 일하면서 지난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충북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지난 선거 이후 꾸준히 지역을 관리하고 의정을 모니터링해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희망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당의 공천이다.

“여성의 섬세함과 치밀함, 감수성과 유연성, 관계지향성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양성이 고루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 분야 50퍼센트 여성의 자리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서약서에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반드시 실천할 것을 서약했습니다. 꼭 실천하시길!”

 

 

여성정치시민대학을 수강하는 조은정 씨
여성정치시민대학을 수강하는 조은정 씨

조은정씨

개인사업을 하는 조은정(48) 씨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또 다른 배움과 준비단계로서 정치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정치대학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시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가 대세가 되고 거스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한국 정치의 변화가 이번 선거에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 봅니다. 아마도 기존의 군림형보다 소통형이 선전할 것 같아요. 과거에는 카리스마, 이끄는 지도자 시대였다면 이제는 공유하고 만들어내고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 보다 중요한 시대구요. 그게 민주주의 작동 원리입니다. 이것을 위해 내가 속한 커뮤니티의 어젠다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고요. 그것을 국가적인 어젠다와 어떻게 연결지어 구체화하고 실현할 것인가가 지역정치인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는 25년간 직장 생활과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남성 중심으로 구조화된 사회임을 늘 체감한다고 했다. 조직이든 정치든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그늘 속 소수자들이 생기며, 균형이 보장되고 실현될 때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여성이 적은 이유로 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잘랐다. “승자의 역사라고 하지 않나. 정치의 역사는 남자의 역사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