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이제 우리만의 민주제도 갖춰야 할 때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이제 우리만의 민주제도 갖춰야 할 때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7.11.22 11:24
  • 수정 2017-11-2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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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한국의 민주주의 모델은

시간 걸려도 여러 경우의 수 따져

국민통합, 발전·분배 조화, 통일 등

우리만의 제도 고민해야 할 때

 

 

한 나라의 제도개혁은 그 나라의 전통과 국가정신 그리고 국가의 질과 국민 관행 등 총체적인 영향을 미친다. 헌법과 같은 포괄적 제도개혁은 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연장선상 에서 구상돼야 하는 이유다.

스웨덴은 1809년 이미 새로운 헌법을 채택해 의회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왕이 임명한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부여해 줬다. 덴마크는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의 여파로 유럽이 개혁요구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자 왕이 스스로 정치권력을 내려 놓고 의회의 권한은 대폭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북유럽의 의회정치는 뿌리를 내리고 입헌군주국으로의 핵심적 틀이 발전돼 갔다.

의회 중심의 개혁은 가장 핵심적으로 정당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당파와 변화를 담아내고자 했던 자유세력이 출현했다. 산업화, 도시화, 시장자유화와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양당 체제가 지속되다가 노동자들의 세력이 결집해 사회민주당이 생기고 소상공인 중심으로 자유당, 농촌 중심으로 농민당이 생기면서 바로 5개 정당체제로 발전했다.

지금도 북유럽은 이 5개 정당의 틀 안에서 개혁 내용과 사회 변혁의 속도를 놓고 이견을 보인 정당간 분화되어 7~8개의 정당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다수정당제의 뿌리는 그래도 양당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수와 진보, 혹은 좌와 우 정당 간의 연립정권이 바로 양당체제의 흔적이다.

그런데 다수의 정당이 출현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가 이미 20세기 초부터 도입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19세기 말부터 불기 시작한 소수대표제의 가장 큰 폐단이 유권자와의 표를 청탁, 매표, 동원과 위협 등으로 얼룩지면서 선거 부패가 만연하자 비례대표 옹호자들은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소수대표제의 타파를 외쳐댔다.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균형있게 의회에 진출시키고자 하는 요구도 이 제도의 도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유럽에서 일어났던 100년 전의 일이다.

이러한 변화는 양원제의 틀 속에서 급격한 대립과 정쟁을 줄이는 역할을 통해 속도조절이 가능했다. 단원제였더라면 지방의 요구와 국가 이익 간의 상충 그리고 급격한 변화의 요구를 견제하지 못해 큰 소용돌이 상태로 빠질 수 있었지만 상원이 있어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지금은 민주 개혁 과정에서 상층계급 중심의 상원은 폐지되고 국민의 직접투표로 뽑힌 지역대표가 의정을 담당하는 일원제로 자리를 잡았다. 1950년대 헌법 개정을 통해 이 개혁이 이뤄졌다.

100년간 북유럽식 제도개혁이 담아낸 내용은 참으로 많다. 정부와 의회의 균형과 견제, 사법부의 독립성, 검찰, 감찰 기능, 투명 조세제도의 확충,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시장공정거래의 투명성, 재무회계 감사, 금융 및 재정감독 등도 민주적 개혁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사법정의를 위한 법원의 독립성, 언론출판의 자유를 통한 감시의 기능, 협치와 숙의정치적 틀을 완성한 특별위원회제도의 도입 그리고 북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민주적 법제정 장치인 국가특별조사보고서(SOU·Statens Offentlig Utredning) 제도의 적용, 연방제의 대안인 단방제 하에서 지방자치강화, 고위 및 하급공무원 채용제도, 외교관의 채용, 훈련, 인사제도, 정당의 미래정치인 공급, 판사임용 제도 등 봇물과 같은 제도의 개혁은 오랜 기간을 두고 정당간의 협의와 대화를 통해 완성됐다.

북유럽 5개국의 민주주의는 자타가 공인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발전과 분배의 균형적 모델로 자리잡은 북유럽 모델의 뿌리를 캐다 보면 그 근원은 헌법적 틀에서 발견된다. 국민주권을 충실히 지키고, 국민의 행복과 안전이 우선인 정부의 형태, 그리고 민권적 국가정신과 균형과 견제의 정치 핵심이 여기에 망라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학에서는 한 나라의 제도는 최소 30개 정도의 제도를 2분법적으로 구분해서 볼 때 약 10억개의 경우의 수가 생긴다고 본다. 그만큼 민주제도는 무궁무진한 기회와 동시에 실패의 위기도 내재한다. 한국 미래 민주주의 모델을 단견적으로 바꾸려 하지 말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어떻게 이 10억개를 조합시켜야 국민통합, 발전과 분배의 조화,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만의 제도를 만들지 고민해야 할 때다. 한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하는 헌법개정과 제도개혁은 대통령 중임제 도입, 2원집정제, 선거제도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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