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청렴도 176개국 중 52위

2015년보다 15계단이나 하락

상위권 차지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은 성평등 사회 구축에 앞장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친정부 성향 관제 시위 등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 개입한 혐의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청와대에 국가 예산인 특수 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한 정황을 포착했다. 상납 규모는 40억원에 이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세 명(남재준, 이병기, 이병호)의 전 국정원장이 동시에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것은 인정을 하면서도 청와대에 돈을 보냈다는 게 관행이었다는 이 전 실장의 보고와 건의가 있어 이를 승인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전 실장은 “국정원장들이 국정원에 대한 편의나 혜택 등을 받기 위해서 돈을 마련하고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하튼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이 돈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게 이 사건의 실체”라고 밝혔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비리는 청와대를 넘어 정치권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4년 10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직 중 이병기 전 원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은 현 정부의 청와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이 자신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여원의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분명 ‘클린 코리아’는 아직 멀었다. 세계 반부패운동을 주도하는 비정부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국가별 부패지수(CPI·국가청렴도)’를 발표한다.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패 관련 인식 조사 결과와 애널리스트의 평가 결과를 집계해 평가한다. 2016년 기준 한국은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176개 전체 조사 대상국 가운데 52위를 차지했다. 50점대는 ‘절대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더구나 2015년과 비교해 15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는 1995년 첫 조사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2016년 국가별 부패지수는 지난해 9월 이전에 발생한 사건들만 반영됐기 때문에 그 이후 발생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반영되는 2017년 조사에서는 한국의 순위가 더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투명성 기구는 한국의 부패 지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독립적 반부패국가기관 설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 부패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라며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며 공수처 법안 통과와 관련해 당정의 협조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와 같은 반부패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패를 근원적으로 없애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2016년 국가청렴도 지수에서 보듯이, 성평등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덴마크 1위(90점), 핀란드 3위(89점), 스웨덴 4위(88점), 노르웨이 6위(85점)였다. 사회 전반에 걸쳐 성평등이 확산돼 모든 조직에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부패에 둔감하고 취약했던 조직 문화가 반드시 바뀐다. 문화가 바뀌면 조직이 바뀌고 조직이 바뀌면 경쟁력도 제고된다. 미국 포춘지가 주요 글로벌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과 재무 성과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상위 25% 기업이 하위 25% 기업보다 실적이 좋았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메가 트랜드』라는 저서에서 21세기 기업의 경쟁력은 이른바 Female(여성), Feeling(감성), Fiction(상상력)과 같은 3F에서 나온다고 했다. 여성의 섬세하고 청렴하며 소프트한 감성이 조직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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