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페미니스트 여기에’ 칼럼쓴

작가 마이클 해포드

SNS 통한 고발 잇따라

 

마이클 해포드가 연재했던 브로들리의 남성 페미니스트 칼럼 페이지. ⓒbroadly.vice.com
마이클 해포드가 연재했던 브로들리의 남성 페미니스트 칼럼 페이지. ⓒbroadly.vice.com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스캔들 이후 여성들의 성추행 및 성폭행 고발이 각 분야로 확대되는 가운데 페미니스트 칼럼을 연재했던 남성 작가가 다수의 여성들에게 데이트 폭행을 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인터넷 매체 ‘바이스’(Vice)의 여성 전문 사이트인 ‘브로들리’(Broadly)에서 ‘남성 페미니스트 여기에’(Male Feminist Here)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던 마이클 해포드로 브로들리 외에도 리파이너리29, T매거진 등 다수의 매체에 음악과 영화 관련 칼럼을 기고했던 인물이다. 바이스 측은 즉시 자사의 모든 매체에서 해포드의 글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헬렌 도나휴 트위터 캡처. ⓒtwitter.com/helenadonahue
헬렌 도나휴 트위터 캡처. ⓒtwitter.com/helenadonahue

이번 사건은 바이스의 소셜 미디어 담당 출신인 헬렌 도나휴가 멍든 얼굴과 목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시작했다. 처음엔 가해자를 밝히지 않고 “여성을 증오하면서도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쓰면서 동료를 가장한 미디어 업계의 남성”이라고 칭하며 2015년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얼마 후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데어드르 코일이 도나휴의 메시지를 인용하고 “이 멍은 나한테 성관계 도중 코카인을 억지로 강요했던 남성과 같은 사람의 짓”이라고 언급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여기에 딜라라라는 닉네임의 또 다른 여성이 도일에게 “나도 그 남자를 알고 있다. 계단에서 내 목을 졸라 기절할 뻔 했으며 얼굴을 반복해서 구타했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며 세 번째 피해자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사적으로 연락을 취한 후 자신들이 언급한 남성이 마이클 해포드임을 밝혔다.

여성 인터넷 뉴스 제제벨은 해포드 사건을 자세하게 다루며 네 번째 피해자인 프리랜서 작가 애비 카니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카니는 해포드에게 강간당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보도에 따르면 4명의 여성 모두 해포드와의 교제를 인정했지만 상호간의 동의로 시작된 관계는 어느 시점에서 수위를 넘어서며 폭력적으로 변화했다.

해포드은 2015년 3개월 간 연재했던 칼럼에서 남성 페미니스트를 표방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남성 페미니즘과 동료의식에 대한 풍자에 가깝다. ‘겨울을 위해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한 남성 페미니스트의 가이드’라는 제목의 첫 글에서 그는 “남성 페미니스트는 좋은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으며 마지못해 하는 동의에도 만족한다”라고 표현했다. 제제벨은 “그는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단지 여성들 주변에 있는 걸 좋아했을 뿐”이라고 비꼬았다.

이번 사건은 강간 사건의 25%가 배우자나 연인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강간・학대・근친상간 전국네트워크(The Rape, Abuse & Incest National Network)’의 통계자료처럼 상호 동의로 시작한 관계도 폭력적인 상황으로 바뀔 수 있으며 어떤 행위에 대한 동의가 그 다음 단계 행동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또한 가해자를 고발하는 일이 당장은 고독하고 힘든 일일지라도 이번 경우처럼 같은 고통을 가진 피해자들의 연대라는 뜻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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