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박혜원 쇼트트랙 상임심판이 사례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박혜원 쇼트트랙 상임심판이 사례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체육계도 성평등을 기반으로 조직을 개혁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견고한 남성 중심적 구조 속에서 여성 선수, 코치, 심판 등에 대한 성차별을 지속한다면 체육계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체육계 전체의 구조적 진단을 통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성 체육인의 일과 미래를 이야기하고 한국 체육 분야의 여성 리더십 함양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여성 체육인들은 선수로서, 지도자로서의 경험을 나누며 한국 체육의 현실과 여성 리더십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박혜원 쇼트트랙 상임심판, 현지원 대한당구연맹 이사, 김연수 대한체육회 생활체육지원부장,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는 패널로 참석해 ‘여성 체육인의 일과 미래’를 주제로 사례를 발표했다.

사례 발표에 앞서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국내외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성평등이다. 특히 여성 리더십은 문제를 풀어나갈 핵심 키워드로 얘기된다”며 “세계경제포럼이 조사한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체육 분야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사회의 견고한 가부장제적인 구조를 깨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성 리더가 많이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박혜원 쇼트트랙 상임심판이 사례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박혜원 쇼트트랙 상임심판이 사례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혜원 쇼트트랙 상임심판은 선수 은퇴 후 코치·심판 활동을 하며 여성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1년간 영국에서 혼자 생활하며 영국 대표선수들의 서브 코치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안 돼 ‘남자 코치가 필요하다. 너는 안 된다’고 하더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수 시절에는 성차별을 느끼지 못했는데 선수 은퇴 이후 사회에 나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성차별을 느끼며 좌절했다. 남자 코치들이 ‘여자 심판은 판단력이 없어. 여자 심판은 빨리 보질 못해. 순간적으로 판단을 못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심판 활동을 하면서도 각종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임신했다는 말을 하는 순간 심판으로서의 권위가 떨어지고 여성이라는 게 부각될까봐 임신한 사실도 말할 수 없었다”는 박 심판은 두꺼운 패딩으로 배를 가린 채 심판 일에 임해야 했다. 그는 “여기서 그만두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봐, 아이의 엄마, 남편의 아내로 남게 될까봐 배를 부여잡고 링크장에 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출산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도 대회에 나가 심판을 봤다. ‘여기서 쉬면 내가 여태 쌓아 온 경력이 무너질 거란 불안감’에 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 압박에 우울증까지 앓았던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며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현지원 대한당구연맹 이사가 사례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현지원 대한당구연맹 이사가 사례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포켓볼 국가대표 선수였던 현지원 대한당구연맹이사는 대학 졸업 전 취미로 포켓볼을 시작했다가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전국동호인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선수 등록을 하고 전국대회 선수부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며 선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이후 그는 훈련에 매진하며 1996년도 전국랭킹 1위를 기록하고,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와 국제 대회 등에 참여했다. 하지만 IMF로 대회 출전 직전 기회를 잃게 됐고, 그대로 선수로서의 생명을 다하는 듯했지만 대만 선수의 권유로 7년간 대만에서 선수생활을 하게 됐다. 선수생활에 이어 자연스레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체육대학원에 다니다가 2010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과 대표팀 훈련을 병행하며 공부했다. 대만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2011년 귀국한 뒤 2013년 개인연습장을 차리며 학생선수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4월 포켓볼 연습장을 접고 포켓볼아카데미를 오픈한 그는 아카데미 운영자와 지도자를 겸하며 대한당구연맹 이사, 국가대표 코치, 교육위원의 역할 등을 행하고 있다.

그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 속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포켓볼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포켓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김연수 대한체육회 생활체육지원부 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김연수 대한체육회 생활체육지원부 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한체육회에서 일한지 21년차라는 김연수 대한체육회 생활체육지원부장은 “대한체육회도 여성임원이 20%가 되지 않는다”며 “이는 대한체육회가 개선해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체육활동 지원 프로그램 ‘미채움’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여성의 맘과 몸이 병들어 있다면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꿈꿀 수 없다. 여성체육활동 지원을 통해 출산 전후, 육아, 갱년기 등을 겪는 전업주부와 직장여성의 체육활동 참여율을 높여 신체 정서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해소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전문 스포츠 분야의 경험을 더 많이 쌓아 능력 있는 여성들을 국제 무대로 끌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가 사례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가 사례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는 ‘여성체육인의 일과 미래: 리더십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여성 체육의 발전 과정과 여성 체육인의 도전, 체육 분야 젠더 통합 리더십 과제 등을 이야기했다. 김 대표는 한국 체육의 역사를 설명하며 “1945년 이화여대에 체육학과가 설립됐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성들이 약진하며 여성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교육에선 성별에 따라 체육교육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체육인은 제도적으로 보호받기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고, 여성들은 첫 발을 내딛을 때 밀어주거나 끌어주는 선배가 남성에 비해 적고 커리어를 따라갈 만한 모델도 많이 없다”며 여성 체육인 멘토-멘티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성 체육인을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육인들이 성별 관계없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고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성 리더들은 어려움이 참 많다.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공격받게 돼 실수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러다보면 절로 고립된다”며 “따라서 우리는 여성 리더를 더 많이 길러내야 하고, 차별적인 문화에 용기 있게 목소리 내고 서로 연대하면서 조직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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